[20대를 말하다]④ 모텔비, 식비에.."연애, 경제적으로 부담" 65%

이신영 기자 2015. 7. 8. 06: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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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이 여성보다 경제적 부담 더 느껴

20대 15% "경제적 이유로 이별 경험"

"학교 기숙사에 살던 여자친구가 밤을 같이 보내자고 한 적이 있어요. 실은 모텔비 걱정이 제일 컸죠. 부모님께 어떤 변명을 둘러댈까, 다음날 알바 고민은 두 번째고요. 금요일 저녁 모텔 숙박비는 6만~7만원이에요. 게다가 모텔 입실 시간이 밤 10시, 11시라 잠자는 시간이 대부분일 텐데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용돈 받는 날이 가까워져서 통장 잔액도 별로 없었습니다. 결국 여자친구한테 오늘은 같이 있기 어려울 것 같다고 둘러대고 기숙사로 돌려보냈어요." (여자친구와 2년째 연애 중인 26세 김호영씨(가명), 취업 준비 중)

20대는 한창 연애를 할 시기지만 경제적인 부담이 만만치 않다. 조선비즈가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을 통해 전국 20대 남녀 700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전체의 65%가 '연애할 때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고 답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이별을 경험한 20대도 15%가 넘었다.

◆ 하루 먹고, 놀고, 사랑하는 비용 10만원 이상

지난 4일 경기도 수원에 사는 이한명(24·가명)씨와 부평에 사는 여자친구 이영은(24·가명)씨는 부평역에서 영화를 보고 데이트를 했다. 각자 집에서 데이트 장소인 부평역까지 교통비로 이한명씨가 3500원, 이영은씨가 2100원을 썼다. 영화 관람 비용은 2만원. 점심으로 초밥(3만5000원)을 먹고 프랜차이즈 카페에서 이한명씨가 아메리카노(5000원), 이영은씨가 녹차(4500원)를 마셨다. 점심으로 비싼 초밥을 먹은 만큼 저녁은 간소하게 패스트푸드점에서 햄버거 세트(각 4700원)를 먹었다. 이날 하루 데이트 비용으로 쓴 돈은 총 7만9500원. 데이트 비용은 둘이 반반씩 냈다.

대학 신입생 때부터 만난 이한명씨와 이영은씨는 연애 4년 차다. 이한명씨는 군 제대 후 재학 중이고 이영은씨는 직장인이 됐다. 이한명씨는 졸업을 앞두고 있고, 이영은씨는 직장 초년생이라 시간을 내기 어려워 2주에 한 번 만난다. 이한명씨는 "데이트 비용에서 식비가 가장 부담된다"면서 "여자친구가 초밥을 좋아하긴 하지만 서로 지갑 사정을 알기 때문에 싼 음식을 먹는 것도 이해한다"고 말했다.

직장인 김진규(27·가명)씨와 취업 준비 중인 여자친구 이수경(26·가명)씨는 3년 반째 만나고 있다. 이들은 주로 일요일에 데이트를 즐긴다. 지난 5일 이 둘은 오전 10시 30분에 만나 아침 겸 점심을 먹었다. 인도 카레와 탄두리 세트를 먹는 데 2만8000원을 썼다. 카페에서 한 잔당 5100원인 커피를 마셨다. 저녁으로는 닭갈비(2만3000원)와 후식(4000원)을 먹고 4D 영화를 보는데 3만6000원을 썼다.

영화를 본 후 이 둘은 간식으로 먹을 수박 한 통(9000원)을 사서 자취하는 남자의 집으로 갔다. 가는 길에 편의점에서 콘돔(3000원)도 샀다. 하루 데이트 비용으로 쓴 돈은 총 11만3200원이다. 이씨는 "모텔에 가지 않아도 같이 있을 공간이 있어서 그나마 데이트 비용을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밖에서 데이트를 하지 않는 날에는 집에서 노트북으로 영화를 다운로드해서 보거나 요리를 해서 함께 먹는다.

◆ 남자 71.9% vs 여자 57.5% "연애, 경제적으로 부담"

연애 비용에 대한 부담은 남성이 여성보다 더 크게 느끼고 있었다. 설문조사에 따르면 남성은 71.9%가 연애를 하면서 경제적인 부담을 느꼈고 여성은 57.5%가 부담을 느꼈다. 동갑내기 여자친구와 사귄 지 5개월 된 대학생 이종일(25·가명)씨는 "남녀가 데이트 비용을 절반씩 낸다고 하는데 실상은 아니다"며 "남자가 밥을 사면 여자가 커피를 사는 것을 두고 '더치페이'라고 하는데 실제로 비용을 따져보면 남자가 쓴 돈이 더 많다"고 말했다.

3년 가까이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만나고 있는 취업 준비생 김호영(26·가명)씨는 일주일에 한 번 정도 여자친구와 모텔에 간다. 김씨와 여자친구 모두 가족과 함께 살고 있어서 모텔을 이용한다. 직장인인 여자친구가 밥값 등 데이트 비용을 곧잘 내지만 모텔비는 김씨가 낸다. 김씨는 "여자친구가 모텔 직원과 마주하는 걸 싫어하는 데다 모텔비는 남자가 내는 게 남자다워 보인다"고 말했다.

서울 시내 모텔은 3~4시간 이용하는 '대실'비가 2만~3만원 정도다. 하룻밤을 묵는 '숙박'은 평일 4만~5만원, 손님이 가장 몰리는 금요일, 토요일과 공휴일 전날은 6만~7만원이다. 20대에게 부담스러운 금액이지만 모텔에 가는 20대 연인에게 모텔비는 '고정 지출'에 가깝다.

20대 연인은 데이트 비용 문제로 종종 다투고 이별하기도 한다. 이종일씨는 당연하다는 듯 자신에게 식비 계산을 맡겨버리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경험이 있다. 당시 여자친구는 23살로 다른 대학교 학생이었다. 이씨는 용돈을 받는 처지라 밥값을 모두 계산할 형편이 되지 않았다. '그래도 남자니까 계산해야지'라는 마음에 지방에 계신 부모님이 비상용으로 주신 신용카드를 밥값 계산에 썼다가 부모님께 혼나기도 했다.

이씨는 고민 끝에 여자친구에게 사정을 말했다. 여자친구는 한동안 본인이 밥값을 반 정도 부담하다가 곧 남자친구에게 밥값 계산을 미뤘다. 이씨는 "또 말해보려고 했지만 구질구질해 보일 것 같았다"며 "결국 4개월 만에 그 친구와 헤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경제적인 부담 때문에 이별을 경험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있다'고 대답한 비율은 남자가 17.9%, 여자가 13%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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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폐쇄형 SNS 쓰고, 할인 앱 자주 활용

20대 청년들은 연애를 할 때 단 둘만 쓸 수 있는 폐쇄형 메신저를 쓰거나 할인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애플리케이션(앱)을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서울 성동구에 사는 김기호(28·가명)씨는 대학생인 여자친구(24)와 폐쇄형 SNS인 '비트윈'을 쓴다. '국민 메신저'로 불리는 카카오톡이 특별히 불편하지는 않았지만 여자친구와 찍은 사진을 사진첩에 잘 정리하고 싶어서 '비트윈'을 쓰게 됐다. 비트윈은 기념일을 쉽게 알 수 있고 공연 티켓을 할인해주기도 한다.

김씨는 모텔비를 아끼기 위해 '야놀자'와 '여기어때'와 같은 모텔 정보 앱을 자주 이용한다. 이 앱을 이용하면 주변 모텔의 가격, 이용 시간, 사용자 후기,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또 모텔 프런트에서 앱으로 회원 인증을 하면 대실 시간을 1시간 더 주거나 가격을 할인해 준다. 김씨는 "가격이 싸고 시설이 괜찮은 모텔을 미리 알아보니 여자친구도 만족한다"면서 "모텔에 가기 전에는 꼭 앱으로 알아본다"고 말했다.

20대 연인을 위한 다양한 앱이 나오고 이를 이용하는 사람도 많지만 성(性) 문제는 아직도 조심스럽다. 남자친구와 가끔씩 모텔을 이용하는 박정현(24·가명)씨는 "모텔 골목에 들어서면 지나가는 사람과 눈만 마주쳐도 민망해진다"면서 "남자친구와 모텔에 가는 게 죄는 아니지만 아직 숨기고 싶은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남자친구가 모텔 프런트에서 스마트폰을 직원에게 보여주며 앱 회원 인증을 하고 모텔비를 내는 짧은 순간이 "가시방석에 앉은 느낌"이다.

20대에게 모텔은 여전히 떳떳하지 못한 공간이다. 박씨는 친구들과 만난 자리에서 밤새 술 마시면서 여러 곳을 옮겨 다니느니 차라리 모텔 파티룸을 빌려서 노는 게 어떠냐고 제안한 적이 있다. 순간 주변이 조용해졌고 한 친구로부터 "너는 도대체 어떻게 살았길래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는 얘기를 들었다. 박씨는 "성 문화가 개방됐다고는 하지만 모텔에 대해서는 여전히 보수적"이라며 "남자친구와 모텔에 들어갈 때는 고개를 푹 숙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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