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고 많았어"..유승민의 길었던 하루

김태은 기자 2015. 7. 8.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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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현장+][the300][현장+]'사퇴의총' 전날..'쓸쓸한' 운영위, 밤늦게 의원들에 감사 전화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the300][현장+][the300][현장+]'사퇴의총' 전날…'쓸쓸한' 운영위, 밤늦게 의원들에 감사 전화]

7일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출근 시간은 다소 늦었다. 아침 7시를 훌쩍 넘기고서야 모습을 나타냈다. 전날 국회 본회의가 밤 11시를 지나 끝났던 터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끝난 후에도 국회에 남아 새벽 1시까지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그의 출근을 지키고 있던 방송사 카메라와 기자들이 유 원내대표를 둘러쌌다. 유 원내대표는 순순히 카메라 앞에 선다. 그의 집 앞 풍경과 집 앞에서 기자들로부터 "언제 사퇴하느냐"는 질문을 받는 장면은 이미 여러 차례 전파를 탄 참이다.

"무엇을 도와드릴까요?"라며 유 원내대표가 선수를 쳤다. 그의 표정도 기자들이 쏟아내는 질문의 내용보다 먼저 어두워졌다. 그를 태우러와야 할 차가 늦어 질문이 한동안 계속됐다.

새누리당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재촉하기로 결정하기 세 시간 전 그의 출근길은 좀처럼 서둘러지지 않았다.

오전 9시 정시에 맞춰 시작되던 원내대책회의는 오전 9시 정시에 시작했다. 유 원내대표는 또 추가경정예산을 위한 임시국회 이야기를 꺼냈다. 매번 하던 이야긴데 말이 쉬이 이어지지 않았다. 잠시 말을 고르던 유 원내대표는 "의사일정 합의에 최선을 다해 노력하겠다"고 매번 하던 이야기로 발언을 마쳤다. 잠시 마이크 앞에서 입을 떼지 못하다가 뒤로 물러났다.

유 원내대표에게서 마이크를 넘겨받아야 할 원유철 정책위의장이 이날은 말없이 그의 오른편에 앉아있었다.

오후는 오전에 비해 무난하고 평화로웠다. 국회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그를 '위원장님'이라고 부르는 이들 중에는 그의 사퇴를 묻는 이가 없었다. 회의가 끝나가는 시간이 다가올수록 그를 향해 '위원장님'이라고 부르는 이들도 적어졌다. 나중에는 여당 의원과 야당 의원 각각 서너명만 남았고 여당 의원들은 유 원내대표와 유독 가까운 이들이었다.

그중 한 의원이 행정실 직원에게 남은 시간을 물어보더니 회의장 옆 휴게실로 들어가 담배를 물었다. 그는 다음날 열릴 의총을 참담해 하면서도 의총 결과가 어떻게 날 지를 물었다. 결과를 정해놓고 여는 의총이라는 보도가 오전에 쏟아져나온 것을 모를 리 없었다. 휴게실 텔레비전으로 유 원내대표가 회의 종료 의사봉을 드는 모습이 나오자 담배를 끄고 회의실로 돌아갔다.

유 원내대표가 국회운영위 회의장에서 원내대표실로 돌아오는 길에는 기자 외에도 여러 사람이 그를 붙들었다. 기자가 아닌 그들은 기자들처럼 쉽사리 말을 꺼내지 못하고 쭈뼛거렸다. 유 원내대표가 먼저 반가운 척 말을 걸고 안부를 물었다.

원내대표실에 원내부대표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유 원내대표는 평소 원내대표실을 찾는 이들에게 "차 한 잔 하고 가소"라고 말하곤 했다. 원내부대표들에게도 차를 권하고 잠시 이야기를 나눴다. 원내부대표들이 먼저 나오고 유 원내대표가 뒤따라 나왔다.

원내대표를 보고 일어선 당직자들에게 "수고 많았어"라며 하루를 마감하는 인사를 건넸다. 답이 없는 당직자들에게 "오늘은 일찍 들어가라"고 덧붙이자 이날 하루 종일 무표정이던 팀장이 "이미 일찍이 아니에요"라고 농담을 했다. 웃는 사람은 없었다.

퇴근하는 길목에서도 기자들의 질문이 반복되고 유 원내대표의 대답도 되풀이 됐다. "오늘 하루 마음이 편하지 않았을텐데요"라고 질문 아닌 질문이 던져지자 그제야 정적이 흘렀다. 기자의 질문도 유 원내대표의 대답도 더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이날 밤 몇몇 새누리당 의원들의 휴대폰에는 유 원내대표로부터 부재중 전화가 여러 통 와 있었다. 뒤늦게 통화가 이뤄진 의원들에게 유 원내대표는 많이 미안해하고 많이 고마워했다고 한다.

어쩌면 원내대표로서는 마지막일 수 있는 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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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은 기자 taie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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