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정의 꽃' 에이트.. 충주 탄금湖 물살 가르다
"도~이칠란트!" "고(Go), 아메리카!"
7일 광주 유니버시아드 조정 마지막 날 경기가 열린 충북 충주 탄금호 국제조정경기장. 본 대회가 열리는 광주에서 차로 4시간 떨어진 곳이지만 이날 탄금호 옆에 마련된 1000석 규모의 스타디움은 독일·미국·남아공·우크라이나 등에서 온 외국인 응원단으로 가득 찼다. 대회 '하이라이트'인 에이트(8+) 결승이 시작되자 응원 열기는 절정에 이르렀다.
#1. 오후 4시30분 출발
'삐' 하는 버저 소리가 울리자 6개 보트가 크루(선원)들의 구령과 함께 물살을 가르기 시작했다. 초반 스퍼트가 승부를 좌우하는 만큼 처음부터 최대한 속도를 끌어올렸다. 2000m 레이스 동안 피치(pitch·1분당 노 젓는 횟수)는 35~37회이지만 초반 500m 구간엔 최대 47회까지 올라갔다.
#2. 오후 4시31분21초 500m 지점
어느 정도 속도가 붙자 각 팀은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조정은 완주 후에 체중이 1㎏ 이상 빠질 정도로 엄청난 체력이 요구되는 '물 위의 마라톤'이다. 지구력이 필수다.
#3. 오후 4시33분10초 1250m 지점
체력적으로 가장 고통스럽다는 1250m 지점을 지나자 각 팀 순위도 갈리기 시작했다. 크루들의 표정은 일그러지고 팔뚝의 핏줄이 터질 듯 팽팽해졌다. 크루들을 격려하는 각 팀 콕스(Cox·조타수)의 외침도 거세졌다.
#4. 오후 4시35분37초 2000m 골인
미국이 5분37초30으로 2위 우크라이나와 3위 네덜란드를 3초 이상 따돌리고 여유 있게 결승선을 통과했다. 미국 선수들은 경기 후 전통에 따라 콕스인 하조 하비보비치(오클라호마시티대)를 탄금호 물에 빠뜨리는 세리머니로 기쁨을 만끽했다.
조정 에이트는 8명의 크루가 함께 노를 젓는 단체 종목이기 때문에 힘 못지않게 크루 간 호흡이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아무리 노를 힘차게 저어도 박자를 맞추지 못하면 엉뚱한 방향으로 가거나 제대로 속도를 내지 못한다. 전체 크루가 한 치의 오차 없이 경기하기 위해선 최소 1년 넘게 손을 맞춰야 한다. 에이트에는 경쟁과 협력, 땀과 열정이 모두 녹아 있어 '조정의 꽃'이라 부른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미국 에이트 대표팀은 미시간대를 포함해 6개 대학 출신이 모인 연합팀으로 출전했다. 하버드대·예일대 등 조정 명문팀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전력이 떨어졌다. 학교가 서로 다르다 보니 함께 모여 훈련한 시간도 6주에 불과했다. 하지만 조정부로 유명한 프린스턴대 출신 찰리 설리번 코치를 중심으로 의기투합해 최고의 전력을 갖춰 정상에 올랐다.
미국 대표팀에서 스트로크(Stroke·페이스를 조절하는 리더)를 맡은 알렉산더 브라운(미시간대)은 "처음 팀워크가 불안했지만 젊음이라는 코드 하나로 우리는 금방 친구가 될 수 있었다"며 "8명이 하나가 된 순간은 우승보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선수 중 유일하게 조정 종목 결승에 진출한 박현수(인제대)는 남자 싱글 스컬(M1x)에서 6위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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