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없어 '빈 총' 훈련하면서도 金2·銅2.. 이란 사격, 눈물의 분투
7일 나주의 전남종합사격장. 이날 열린 광주 유니버시아드대회 사격 여자 50m 소총 복사(伏射·엎드려 쏴) 금메달은 총점 623.5점을 쏜 이란의 잠보조르그 마흐라그하(24)에게 돌아갔다. 2위(622.4점) 김미소(24·한국체대 졸업)와 4위(622.3점) 유서영(20·한국체대)은 못내 아쉬운 듯 서로 부둥켜안고 눈물을 흘렸다. 특히 유서영은 지난달 뮌헨월드컵 50m 소총3자세에서 예선 세계신기록을 세웠던 한국 소총의 기대주였다.
한국에 쓴맛을 안긴 이란 사격팀에는 눈물겨운 '비밀'이 있다. 2010년 UN(국제연합)은 핵무기 개발을 시도하는 이란에 무기 금수 조치를 내렸다. 실탄을 수입할 수 없게 되면서 훈련이 어려운 상황이 됐다. 사격 선수들의 총기에 쓰이는 실탄은 영국·독일·핀란드 등 일부 국가에서만 생산한다. 국내 선수들도 실탄을 수입해서 쓰고 있다.
이란 사격팀은 금수 조치 이후 가끔 독일을 방문해 실탄을 사왔지만 턱없이 부족한 양이었다. 일주일에 5일 훈련하는데, 실탄을 쓸 수 있는 건 단 하루뿐이었다. 나머지 4일은 '드라이 파이어(Dry Fire)' 훈련을 했다. '빈 총'을 들고 자세, 호흡, 조준, 격발 등의 훈련을 하는 것. 방아쇠를 당겨도 '딸각'거리는 소리만 날 뿐이다. 몇 점을 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가끔 좌절하는 선수도 있었다. 그럴 때마다 2010년 부임한 헝가리 출신 라슬로 수즈크삭(64) 코치가 "자신을 믿고 열심히 훈련하면 충분히 해낼 수 있다"며 선수들을 다독였다. 수즈크삭 코치는 과거 인도 코치를 맡으며 아브히나브 빈드라(33)를 키워낸 적이 있는 지도자다. 빈드라는 2008 베이징올림픽에서 남자 10m 공기소총 1위를 하며 인도 역사상 첫 올림픽 개인 종목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당시 인도의 재력가이던 아버지 아프지트 빈드라가 금메달을 딴 아들에게 5성급 호텔을 선물해 세계적인 화제가 됐었다.
역대 올림픽 사격 메달이 하나도 없을 정도로 '사격의 불모지'나 다름없던 이란은 '헝그리 정신'으로 똘똘 뭉치면서 최근 각종 국제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냈다.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나즈메 케드마티(19)는 여자 10 m 공기소총에서 조국에 사상 첫 아시안게임 사격 금메달을 안겼다. 이란은 광주 U대회에서도 사격에서 7일 현재 금 2개, 동 2개를 따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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