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무성 "승민이가 목 쳐달라 해" .. 벌주 선택한 유승민
“이걸 대체 누가 하는 거냐, 청와대 얼라(어린아이란 뜻의 사투리)들이 하는 거냐.” 지난해 10월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장에서 유승민 의원이 윤병세 외교장관을 상대로 호통을 쳤다. 국가의 일관된 외교안보 전략이 없다고 따지던 중 청와대 비서진들을 ‘어린아이’로 지칭한 것이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의 기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유 원내대표는 7일 오전 7시30분쯤 서울 개포동 자택에서 기자들과 만나 “오늘 입장을 표명하는 일은 없다”고 못 박았다. 그러곤 “야당과 다시 대화를 해 추경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와 새누리당이 요구하는 추경예산안 시한(20일)까지 원내대표로서의 역할을 하겠다는 의미였다.
급기야 김무성 대표 등 당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마이웨이’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오전 10시 국회 당 대표실에서 열린 긴급 최고위원회의에선 유 원내대표에게 사실상 ‘사퇴 권고’를 결의하기 위한 의원총회를 소집하겠다고 통보했다.
유 원내대표는 “최고위에서 의총을 요구했고, 저는 의총의 결론을 따르기로 했다”고 말했다. 민현주 원내대변인은 “의총을 통해 선출됐으니 사퇴 여부도 의총을 거쳐 결정하는 게 적절한 절차”라며 “의총 결과를 따르겠다는 게 유 원내대표의 기본적인 생각”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는 당헌 81조 4항에 따라 ‘의결사안과 이해관계가 있는 자’여서 8일 의총에는 참석하지 않기로 했다.
겉으론 덤덤해 보이지만 유 원내대표의 심경은 복잡하다고 측근들은 전했다. 유 원내대표는 전날 밤 11시부터 2시간 동안 원내부대표들과 본인의 거취를 포함한 국회 현안을 논의하던 중 줄담배를 피웠다고 한다. 이 자리에선 “의원들 여론이 변하고 있다. 계속 원내대표직을 유지하면 위험 부담만 커진다”며 결단을 촉구하는 의견도 나왔다고 참석자들이 말했다. “지금 사퇴해도 정치적으로 길게 보면 나쁘지 않다”는 논리와 “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집권여당 원내대표가 공석이 되는 걸 국민이 용납하겠느냐”는 주장이 맞섰다고 한다. 유 원내대표는 자신의 거취가 화제에 오르자 눈을 감고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고 한다.
반면 새누리당이 61개 법안을 단독 처리해 여야 관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추경안을 어떻게 처리할지로 화제가 옮겨가자 적극적으로 논의를 주도했다고 한다. 한 참석자는 “그때 받은 느낌으로는 유 원내대표가 당분간 사퇴하지 않고 가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이런 기류를 감지한 친박계 의원들이 먼저 움직였다. 의총 소집은 유 원내대표를 몰아내려는 쪽이나 지지하는 쪽이나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상정한 것이다. 의원들을 재신임파와 불신임파로 양분시키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결론 나든 후유증이 클 수밖에 없다. 하지만 유 원내대표 스스로가 그걸 원했다.
유 원내대표가 정면돌파를 택한 배경을 두고 주변에선 “박근혜 대통령과 똑같은 원칙주의자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와 가까운 한 인사는 “권주(勸酒, 자진사퇴) 대신 벌주(罰酒, 의총 소집)를 택했다”며 “순교자형 정치를 추구하는 스타일”이라고도 했다. 유 원내대표 측은 “의총 표 대결을 염두에 두고 의원들을 설득하거나 메시지를 전하는 일은 절대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김경희 기자 am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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