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유미의 U대회 돌아보기] <4일째> 현장에서 사라진 팬 프랜들리

2015. 7. 7.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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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의 존재는 스포츠 존립의 필수조건이다. 물론 경기 자체 진행은 선수와 심판 그리고 경기장만 있으면 가능하다. 하지만 프로스포츠에서 관중 유치에 막대한 비용을 사용하고 팬 친화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데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다.

그런데 U대회에서 대회 초반부터 관중과 운영요원 사이의 마찰이 드러났다. 첫 사건은 2일 남자축구 예선 첫 경기가 열린 영광에서 발생했다. 관중석에서 카메라를 들고 있던 여성 팬을 운영요원이 막아섰다. “카메라를 넣으라”며 사진 촬영을 사실상 금지한 것이다. 여성 팬은 “원래 대학축구 팬이다. 서울에서 경기를 보러 영광까지 내려왔는데 속상하다”며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또한 경기를 보기 위해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관중석 스탠드의 거의 절반에 달하는 VIP석과 선수가족석을 피해 반대편 좌석에 앉아야 했다.

같은 날 저녁 한국과 호주의 배구 예선경기가 열린 염주체육관에서 같은 문제로 갈등의 불씨가 타올랐다. 한 팬이 경기 도중 카메라 플래시를 터트렸고 주최 측에서는 플래시 사용만을 금지하는 안내 방송을 했다. 그런데 이후 갑작스레 사진 촬영을 전면 금지해 플래시 없이 선수들을 촬영하던 팬들이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수 차례 운영요원들이 다가와 사진 촬영을 제지하자 마음이 상한 한 팬은 이후 경기의 예매표를 모두 환불 처리하려했다. 담당 부서에 전화를 걸어 환불 절차는 어떻게 되는지, 수수료는 얼마인지 문의했으나 돌아오는 대답은 “우리도 모른다”는 말뿐이었다. 이 팬은 이미 예매 과정에서 각 경기 별로 다른 티켓 예매 시간을 정확히 알려주는 곳이 없어 어려움을 겪었던 기억을 떠올리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어 사진 촬영에서 불이익을 당한 팬들이 전화를 걸어 해명을 요구했다. “모른다”는 말과 무작정 “찍으면 안 된다”고만 못 박았던 스태프들을 거론하는 과정에서 경기장 반입 금지 물품 중 카메라는 없지 않느냐는 이야기까지 흘렀다. 조직위원회에서는 홈페이지에 빠르게 반입금지물품을 알리는 공지글을 게재했다.

이후 6일 농구경기장인 동강대체육관에는 ‘전문가용 망원렌즈로 촬영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안내문이 붙었다. NBA에서 렌즈 경통 길이를 일일이 측정하는 전례가 있지만 U대회에서는 ‘전문가용’ 렌즈의 정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않았다(7일 일부 경기장에서 ‘초점거리 200mm 이하의 렌즈만 허용 한다’는 안내문이 붙었다). 어찌됐건 이 점에서 U대회 조직위는 많이 엉성했고, 팬들의 불만을 사기에 충분했다.

6일 한국과 일본의 야구 조별예선 첫 경기가 열린 챔피언스필드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처음 열리는 야구 경기에다 한일전이라는 특수성까지 더해져 많은 사람들이 야구장을 찾았다. 판매된 표는 모두 지정좌석이 아닌 자유석으로 구성됐다.

기아 타이거즈가 홈구장으로 사용하는 챔피언스필드는 홈베이스 뒤편에 110석에 달하는 테이블 좌석을 갖추고 있다. 전체 좌석 중 스카이박스를 제외하고 가장 비싼 좌석으로 가격은 1인당 3-4만 원으로 책정돼있다. 팬들은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1루나 3루의 응원팀 더그아웃 쪽의 좌석을 구매하지만 관람이 편하고 시야도 좋은 중앙 테이블석에 대한 선망이 있게 마련이다.

이 날 경기에서 110석은 모두 보도석으로 할당됐다. 그 중 절반도 되지 않는 자리에 기자들이 착석했다. 빈 자리는 자연스레 팬들에게로 돌아갔다. 경기가 한창 진행되던 중 Security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기자가 아닌 팬들에게 자리에서 비킬 것을 요청했다. 기자들이 앉지 않는 아주 높은 곳이나 구석에 앉은 사람들이었다.

자리에는 프레스석이라는 명확한 표시가 없었고 펜싱이나 체조경기장 등 타경기장에서 보이던 일반인들의 접근을 막는 노란색 테이프도 없었다. 옆쪽 일반 관중석에서의 출입을 막는 자원봉사자도 없었다. “보도석이니 미디어가 아닌 분들은 자리를 비켜달라”는 요구에 어린 학생들은 금세 자리를 옮겼지만 40대 이상의 관중은 끝내 자리를 뜨지 않았다. ‘다른 사람들도 앉는데 왜 나한테만 그러느냐’는 반응과 ‘자리가 이렇게 많은데 비키라는 이유가 뭐냐’는 반응이 대다수였다.

여러 경기장에서 팬들은 각기 다른 매뉴얼에 혼란스러워 했다. 현장에서 경기 운영을 돕는 이들과 사무실에서 문의 전화를 받는 이들 역시 자원봉사자로 구성돼 자세한 규정과 절차에는 무지했다.

국내 대학스포츠의 여건은 말로 다할 수 없이 열악하다. 학교나 협회 차원의 환경은 차치하고, 지속적으로 대학스포츠에 관심을 갖고 애정을 쏟는 팬들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상황이다. 대학스포츠가 발전하고 성장하기 위해서는 현장을 찾는 더 팬이 많아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팬 프랜들리'와는 거리가 먼, 아니 애써 찾은 팬들을 등 돌리게 만드는 대회 운영은 사라져야 한다. 선수들은 경기 후 멀리까지 찾아와 준 팬들을 위해 밀려드는 사진 촬영과 사인 요청에도 힘든 내색 없이 응하며 애쓰고 있기에 더욱 그렇다. [헤럴드스포츠(광주)=김유미 기자 @ym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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