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박'이 청와대에 두 손 든 이유 5가지

입력 2015. 7. 7. 19:40 수정 2015. 7. 8. 1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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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① "박 대통령 등지면 총선 어려워"

② "미운털땐 지역구 예산 배정 난항"

③ "김무성 뜻 안 따르면 공천서 불리"

④ "당내 유력 대선주자 없어"

⑤ "개혁적 목소리 소장파 소멸"

6일 국회법 개정안 폐기에 이어 8일 유승민 원내대표 사퇴까지 현실화한다면, 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이 '6·25 발언'을 통해 내린 '국회법 및 유승민 거부'라는 지시를 박 대통령 뜻대로 완수하게 된다. 애초 새누리당은 지난달 25일 의원총회에서 국회법은 박 대통령 뜻대로 폐기하는 대신, 유 원내대표에 대해선 의원 다수가 재신임하는 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박 대통령은 의원들의 총의는 무시한 채 '유승민과 함께 갈 수 없다'는 태도를 조금도 굽히지 않았고, 당은 결국 2주 만에 모든 걸 박 대통령 뜻대로 했다.

수도권 비박근혜계인 이재오·정두언·김용태 의원이 7일 유 원내대표 사퇴를 반대하며 김무성 대표 등 지도부를 비판하고 나섰지만, '대세'를 되돌리기엔 역부족인 모양새다. 김 대표를 비롯해 새누리당의 다수인 비박계 스스로가 이번 사태를 '비정상'이라 하면서도, 이처럼 청와대 앞에 무력하게 무너진 이유는 뭘까? 여기에는 강자에 순응하고 이해득실에 밝은 새누리당의 풍토가 그대로 배어난다.

의원들은 첫째 이유로, 여전히 이른바 '콘크리트 지지층'이라는 강고한 기반을 갖고 있는 '박근혜의 힘'이라는 현실론을 꼽는다. 비록 예전 같진 않지만 박 대통령은 여전히 30%대의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어 박 대통령과 맞서는 게 선거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정서가 강하다. 유 원내대표 사퇴에 반대했던 한 재선 의원은 "내년 4월 총선을 치러야 하는 입장에서, 정부의 국정운영 성과가 필수적이고, 그러자면 당·청이 충돌해선 안 된다"며 "대통령이 양보할 가능성은 없으니, 유 원내대표가 이쯤에서 물러나줘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통령은 어차피 설득이 안 된다는 일종의 체념이기도 하다. 이런 정서는 박 대통령 지지세가 강한 영남·충청권 의원들 사이에 더 강하다. 충청권의 한 의원은 "내년 총선도 결국 박 대통령을 내세워서 치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둘째, 예산 배정과 사정 등 '살아 있는 권력'이 지닌 실질적 위협이다. 한 초선 의원은 "지역구에서 살아남으려면 정부 예산을 따내야 하는데 대통령 눈 밖에 나서 좋을 게 없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의 한 관계자는 "주변 의원들이나 그 친인척이 검찰에 불려나가는 걸 보면 의원들이 어떤 생각을 하겠나"라고 말했다. 친박계 의원들은 비박계 의원들에게 "대통령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거냐"며 압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박 대통령의 임기는 아직 절반도 지나지 않았다.

셋째, 김무성 대표가 청와대와 친박계의 손을 들어준 것도 비박계가 더 이상 버티지 못한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수도권의 한 의원은 "김 대표가 유 원내대표 사퇴 쪽으로 움직이는데 의원들이 다른 방법이 있겠느냐"고 말했다. 김 대표가 공천권을 포기하고 오픈프라이머리(완전국민참여경선제)로 내년 총선 공천을 하겠다고 선언하긴 했어도, 의원들은 김 대표가 어떤 식으로든 공천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표가 돌아섰는데, 더 이상 청와대에 맞서는 것이 아무런 성과가 없을 것이라는 판단이 강해진 것이다. '유승민 사퇴 결사반대'를 외치던 비박계 의원들은 김 대표가 공개적으로 '사퇴 불가피론'을 펴기 시작한 지난달 28일 이후부터 눈에 띄게 태도가 누그러졌다.

넷째, 여권 안에 강력한 차기 대권주자가 없는 것도 한 원인이다. 새누리당 안팎에서는 만약 김 대표나 유승민 원내대표가 이명박 정부 시절의 '박근혜 의원'처럼 탄탄한 국민적 지지나 미래권력으로 인정받았다면 이번 사태도 전혀 다르게 전개됐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현재의 구도로선 당 전체가 박 대통령의 위력에 눌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란 분석이다.

마지막으로, 16~18대 국회 때의 미래연대, 수요모임, 민본21 등과 같이 당내에서 개혁적 목소리를 내는 의원 그룹(이른바 소장파 그룹)이 19대 들어 급격히 위축된 것도 한 요인이다. 또 대표적인 당내 개혁파였던 남경필·원희룡 전 의원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차출돼 당 밖으로 물러났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금 당에는 (2012년) 박 대통령 공천을 받은 '박근혜 키즈'가 대부분"이라며 "당내에 단단한 개혁 의원 5명만 있었어도 당이 이렇게 무기력하게 끌려가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 중진 의원은 "19대 공천에서 새누리당 '소장파'의 씨가 말라버렸다"며 "당이 망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황준범 기자 jaybe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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