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호장구도 없이 유독물질에 노출된 외국인노동자
양산서 중독 치료비 본인부담 작업 계속시켜…"사업장 옮겨달라" 호소
(양산=연합뉴스) 김선경 기자 = 취업을 위해 한국에 입국한 스리랑카 국적의 R(35)씨는 지난 1월 경남 양산에 있는 한 영세업체에 일자리를 얻었다.
폐드럼통을 수거해 세척한 뒤 모양을 바로 잡고 색칠하는 게 R씨 일이었다.
R씨는 사업주에게서 받은 장갑과 면 마스크를 착용하고서 '특정 물질'을 사용, 세척업무를 했지만 이 일만 하고 나면 어지럽기 일쑤였다.
결국 세척일은 R씨와 다른 외국인 노동자들이 3∼4시간씩 번갈아가며 할 수밖에 없었다.
R씨는 지난 2월 세척 도중 착용한 장갑에 구멍이 나는 바람에 세척에 쓰는 물질이 두 손에 고스란히 닿아 새까맣게 화상을 입기도 했다.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뒤 붕대를 감고 돌아온 R씨는 사업주 의견에 따라 쉬지도 못하고 계속 일을 할 수밖에 없었다. 치료비용도 R씨가 부담해야만 했다.
지난 3월 말에는 복통, 가슴 통증 등이 심해져 업주에게 세척 물질이 무엇인지 물어봤지만 대답을 들을 수 없었다. 결국 세척 물질이 담긴 통에 적힌 이름을 인터넷에 검색해본 뒤에야 해당 물질이 유해물질인 '메틸렌 클로라이드'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역의 한 병원을 찾은 R씨는 지난 4월 메틸렌 클로라이드에 의한 급성 중독 진단을 받았다.
메틸렌 클로라이드는 안전보건공단이 인체발암 의심물질로 분류한 유해물질로 두통, 사지 둔화, 폐렴, 중추신경계 장해, 퇴행성 뇌질환, 간질환 등을 일으킬 수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런 소견에도 사업주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R씨는 해당 업체에서 계속 일을 해야만 했다.
그러나 지속적으로 유해물질에 노출되면서 고통이 계속되자 R씨는 지난달 초 고용노동부 양산고용노동지청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해당 업체를 고발하고 다른 업체에서 일할 수 있게 해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R씨와 함께 고발에 참여한 양산외국인노동자의집 측은 7일 R씨뿐만 아니라 함께 일하던 다른 스리랑카 노동자 2명도 유해물질 중독 피해를 봤다고 밝혔다.
노동지청은 이 업체 대표를 대상으로 노동 및 안전 관련 법 위반 여부를 조사중이다.
이 단체는 "노동자들은 취급하는 유해물질에 대해 사전 설명을 듣지 못했음은 물론이고 유해물질을 다룰 때 꼭 받아야 하는 특수건강검진도 단 한 차례도 받지 못했다"며 "산업용 장갑이나 방독 마스크 등 제대로 된 보호장구도 착용하지 못하고 일반 제품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이 단체는 열악한 환경에서 유해물질에 노출된 외국인 노동자들이 다른 사업장으로 옮겨 건강권 등을 보장받을 수 있도록 고용노동부 측이 적극 대처해달라며 오는 8일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다.
ksk@yna.co.kr
- ☞ '은퇴 선언' 임성한, TV조선 예능작가로 복귀하려다 불발
- ☞ 중국, 십자가 강제 철거 확산…외국 사상 전파 우려
- ☞ 노건평씨 "특사와 무관" 국가상대 1억원 손배소
- ☞ 검찰, 대마흡연 혐의 가수 이센스 징역 2년 구형
- ☞ 양산 야생진드기 바이러스 감염 70대 사망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폐업 모텔 화장실서 70대 백골로 발견…2년 훌쩍 지난 듯 | 연합뉴스
- "부모 죽여줘" 청부살인 의뢰한 10대…그 돈만 챙긴 사기범 | 연합뉴스
- 뉴스타파 기자들 "尹 잡아야죠" "아깝네"…검찰, 법정 공개 | 연합뉴스
- 사진 찍으려 새끼곰 억지로 끌어내다니…미국인들 '뭇매' | 연합뉴스
- 강아지 구하려 불길 뛰어든 60대 남성 숨져(종합) | 연합뉴스
- 부산 파라다이스 카지노서 잇단 '잭폿'…알고보니 직원 공모 | 연합뉴스
- 함안 교통사고 중증 환자, 병원 48곳 거부 속 수원까지 가 치료 | 연합뉴스
- "돈 못 갚으면 나체사진 유포" 기업형 대출협박범 5명 검거 | 연합뉴스
- 코로나 확진 뒤 동선 숨긴 20대 공무원…벌금 2천만원 확정 | 연합뉴스
- 부산 모 병원서 사라진 환자 외벽에 끼인 채 발견…결국 숨져 |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