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를 말하다]① 10명중 7명 "미래 불안하다"

전재호 기자 2015. 7. 7. 14: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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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업난 20대 "스펙 갖추려 노력하지만 잘 하고 있는 건지 고민"

고졸 이하 청년들 불안감 더 커…"10년 후 미래, 예상 못하겠다"

대한민국의 20대는 약 66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8분 1 정도다. 절대적인 숫자가 많진 않지만 20대 청년들은 정치, 사회, 문화 곳곳에서 화두가 되고 있다. 정책 당국자들은 청년 실업, 세대 갈등 문제 등을 해소하기 위해 다양한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작 당사자들로부터는 좋은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조선비즈는 20대를 다각도로 파악하고 기성세대와의 가교를 놓기 위해 '20대를 말하다'란 시리즈 기사를 연재한다. 이를 위해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5월 7일부터 5월 10일까지 전국 20대 남녀 700명을 설문조사했다. 남성 366명, 여성 334명이 설문에 참여했고, 지역별로는 수도권에서 366명, 비수도권에서 334명이 참여했다. 설문조사는 95% 신뢰수준에 표본 오차는 ± 3.7%포인트다.[편집자주]

올 2월 지방에 있는 4년제 대학을 졸업한 김미희(24·여·가명)씨는 한 중견기업에서 인턴으로 근무하고 있다. 대학 친구들 중 상당수는 졸업을 유보한 채 취업 준비를 하고 있지만 김씨는 인턴부터라도 시작해 업무 경험을 쌓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다. 김씨는 "인턴부터 시작할 지, 시간이 좀 걸려도 정규직으로 취직을 할지도 고민이고 돈 적게 주는 정규직을 지원할지 계약직으로 경력을 쌓아야 하는 지에 대해서도 생각이 많다"며 "기본 스펙을 갖추기 위해 토익, 중국어, 한국사 등을 공부하고 있지만 잘 하고 있는건지에 대한 고민이 매 순간 든다"고 말했다.

김씨는 현재 인턴으로 근무하는 직장에 정규직으로 취직하는 게 목표다. 이 직장의 첫 연봉은 2500만원 안팎. 많지 않은 급여지만 서울에서 가족과 함께 있는 김씨는 다른 친구들과 비교하면 상황이 좋은 편이다. 그는 "지방에 있는 친구들은 서울에서 취업을 하고 싶어하는데 막상 올라온 친구들은 방 값과 생활비가 버겁다며 다시 내려가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 "미래, 매우 불안" 17.3% vs "전혀 안 불안" 3%

경기 둔화로 청년 취업이 어려워지면서 상당수 20대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선비즈가 리서치 전문기업인 엠브레인에 의뢰해 전국의 20대 7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낀 비율은 73.9%에 달했다. 이 중 17.3%는 '매우 불안하다'고 답했고 56.6%가 '불안하다'고 대답했다. 미래가 '전혀 불안하지 않다'고 답한 비율은 3%에 그쳤다.

20대가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가장 큰 이유는 일자리와 관련된 문제 때문이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2012년에 20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에서도 전체의 59.9%가 '삶이 불안하다'고 느꼈고 불안을 느낀 이유는 취업불안이 55.2%로 가장 높았다. 이어 주거불안이 16.6%였고 고용불안이 12.4%였다. 취업과 고용 등 일자리 관련 불안이 67.6%를 차지한 것이다.

취업에 대한 불안은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20대도 똑같이 느끼고 있다. 2007년에 대학에 입학한 이미정(28·여·가명)씨는 2년 넘게 일자리를 구하고 있다. 지금까지 원서를 낸 기업은 약 200개. 처음엔 대기업 위주로 원서를 냈지만 최근에는 "이름도 들어본 적 없고, 뭘 하는지도 자세히 찾아봐야 알 수 있는" 기업에도 원서를 내고 있다. 이씨의 친구들은 대부분 2012년 전후로 졸업했지만 이씨는 졸업을 늦춰 올 2월에야 졸업장을 손에 쥐었다.

이씨는 "졸업자는 기업에 인턴으로 들어가기 어렵고 기업 공채에서도 졸업자를 안 뽑는 경우가 있어 졸업을 유예했다"며 "나이는 들어가는데 취직은 안 되니 너무 불안하다"고 말했다. 이씨는 현재 전산세무 자격증을 준비 중이다. 밤에는 과외를 하면서 생활비를 벌고 있다. 이씨는 "주변에서는 눈높이를 낮춰서 중소기업에라도 취직하라고 하는데 막상 그런 곳들은 당장 쓸 수 있는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채용하려고 한다"며 "처음엔 마케팅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었는데 지금은 어디든 뽑아만 주면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밖에 없다"고 했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20대를 대학 전공별로 보면 '상경 계열'이 20.9%로 가장 높았고 인문·교육계열(16.4%), 공학계열(14.5%), 자연·의약계열(13.3%), 예체능계열(13.2%)이 뒤를 이었다. 대학에서 상경계열을 전공한 20대들이 미래를 불안하게 느끼는 이유는 대학에 입학할 때 막연히 '취업이 잘 될 것'이란 이유로 전공을 선택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지방대 경영학과를 다니고 있는 한 학생은 "처음에 과를 선택할 때 포괄적으로 여러 분야를 할 수 있다는 생각에 경영학부를 지원했는데 막상 졸업이 다가오니 특성화 과를 졸업한 학생들이 부러워지기 시작한다"고 말했다.

◆ 고졸 20대 70% "10년 후 미래 예상하기 어렵다"

고등학교만 졸업한 이혁진(27·남·가명)씨는 대구에서 중소 제조업체에 다니고 있다. 이씨의 월급은 180만원 안팎. 이씨는 현재의 여자친구와 결혼을 하고 가정생활을 꾸리고 싶지만 결혼자금을 마련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이씨는 "결혼이야 어떻게든 한다고 해도 결혼 후에 월급이 갑자기 확 오르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생활을 할지 답답한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조선비즈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이씨처럼 고졸 이하의 학력을 가진 20대 중 미래가 매우 불안하다고 답한 비율은 32.1%로 대학원 재학 및 졸업(16.2%)보다 배가 넘었다. 또 100명 중 15명(15.1%)은 '10년 후 본인의 상황이 지금보다 좋아질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나빠질 것이다"라고 답했다. 이는 전체 20대의 답변(5%)보다 높은 수치다. 10년 후에도 "비슷한 수준"일 것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37.7%로 전체 평균(30.4%)보다 높았고 "좋아질 것이다"란 비중은 47.1%로 전체 평균(64.6%)보다 크게 낮았다.

고졸 이하 20대들은 제한된 일자리와 낮은 급여 때문에 미래를 잘 설계하지 못하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다. 전주에 사는 이원기(52·남·가명)씨는 얼마 전 군대를 제대한 아들 때문에 고민이 많다. 이씨의 아들은 현재 대학을 휴학하고 비정기적으로 배달 업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아들이 한 달에 버는 돈은 평균 200만원 정도지만 수입이 불규칙하다. 배달이 많을 때는 하루에 10만원도 벌지만 수입이 없는 날도 있다. 이씨는 "월급은 다소 적더라도 안정적인 수입원을 찾아야 계획적인 삶을 살 수 있을텐데 아들은 왜 힘들게 일하고 돈은 더 적게 버냐고 반문한다"며 "옛날 세대와 요즘 세대가 생각이 많이 다른것 같다"고 한숨을 쉬었다.

고졸 이하 20대들은 '10년 후 어떤 직업에 종사하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느냐'란 질문에 10명 중 7명(69.8%)이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했다. 전체 20대 중 예상하기 어렵다고 답한 비율(45%)보다 높다. 10년 후에 '정규직 샐러리맨'이 돼 있을 것이라고 응답한 고졸 이하 20대는 9.4%로 전체 평균(38.7%)보다 크게 낮았고 '자영업'이라고 응답한 비율은 11.3%로 전체 평균(7.7%)보다 높았다. 자영업자 경쟁이 치열한 상황을 감안하면 학력에 따른 사회 양극화 현상이 더 심해질 가능성이 큰 것이다.

미래가 불안하다고 느끼는 20대들은 현재의 삶도 불만족스러워하는 경우가 많았다. 현재의 삶에 만족하느냐는 질문에 '만족한다'는 비중은 30.6%로 불만족(19.1%)보다 높았다. 그러나 미래를 불안하다고 느끼는 20대만을 보면 만족(20.9%)보다 불만족(24.6%)의 비중이 높게 나왔다. 배진한 충남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고졸 인력이나 전문대학 인력은 국가와 기업들이 많은 예산을 투입해 산업현장 맞춤형으로 교육돼야 한다"며 "이렇게 되면 장기적으로 중소기업 종사 노동력의 숙련 수준과 생산성이 높아지고 임금 수준도 향상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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