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평안히 쉬세요'..고독사 할머니 51년만에 가족 품으로

2015. 7. 7. 11:12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안타까운 사연 무심히 넘기지 않은 경찰관의 끈질긴 노력 덕분

안타까운 사연 무심히 넘기지 않은 경찰관의 끈질긴 노력 덕분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50년이 넘도록 생사도 모른 채 살았는데 이렇게 장례라도 치를 수 있게 해주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여관 월세 방에서 고독사한 70대 할머니가 한 경찰관의 끈질긴 노력으로 51년 만에 가족 품으로 돌아갔다.

지난 5일 오전 전북 전주완산경찰서에 전주시 완산구의 한 여관에서 홀로 생활하는 70대 할머니가 숨졌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사건을 맡은 서학파출소 정정섭 경위는 장례절차 등을 위해 이 할머니의 유족을 찾아 나섰지만 아무런 단서를 발견할 수 없었다.

이 할머니가 7년 전부터 이 여관에서 월세를 내고 사는 '달방'에서 생활해왔지만 노령연금이나 기초생활수급 신청도 하지 않고 철저하게 자신의 신분을 숨긴 채 살아왔기 때문이다.

이 할머니는 휴대전화도 다른 사람의 명의를 빌려 개통했고, 병원도 다른 사람의 건강보험을 이용해 다녔다.

정 경위는 그래도 마지막 길은 가족과 함께 보내도록 하는 것이 고인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해 여관방 안에서 발견된 연락처 10여 곳에 수소문을 했다.

백방으로 수소문한 끝에 이 할머니의 성이 '이씨'이고, 슬하에 1남2녀를 뒀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다.

정 경위는 이를 토대로 이씨의 지문을 조회해 1996년 주민등록증을 발급받은 기록을 토대로 본적지와 주소가 전남과 수도권이라는 것을 알아냈다.

하지만 주민등록증을 발급할 당시의 주소는 이미 없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정 경위는 여기에서 포기하지 않고 해당 주소의 통장 등을 상대로 계속 확인 작업을 벌여 이씨의 아들인 A(55)씨를 찾아냈다.

확인 결과 이씨는 올해 76세로 지난 1964년 가정불화 끝에 집을 나왔으며 1979년 이후로는 연락이 끊긴 것으로 밝혀졌다.

가족들은 이씨를 찾으려고 10여 년 전에 실종신고도 내고 행정전산망을 통해 주소를 조회하기도 했지만 신분을 감춘 채 살아온 이씨를 끝내 찾지 못했다.

가족들은 결국 3년 전 이씨를 찾는 것을 포기하고 제사를 지내기로 했다고 한다.

이씨의 주변 사람들은 "항상 예의가 바르고 정갈한 모습으로 생활하는 분이었다"며 "주변에 있는 여관을 청소하는 일 등을 해서 생활하는 이씨가 안타까워 노령연금과 기초생활수급자 신청을 해드리려고 해도 나이와 이름 등을 밝히지 않아 의아해했다"고 생전의 이씨를 기억했다.

정 경위는 "이씨가 아마도 가족들이 자신을 찾는다는 것을 알고 신분을 철저히 숨긴 것 같다"며 "생전에 빚도 없고 월세도 한 번도 밀린 적이 없을 정도로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것을 싫어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전했다.

이씨의 아들 A씨는 "생사도 모른 채 평생을 살아왔는데 어머니의 제사라도 모실 수 있게 해준 정 경위님께 감사하다"며 "특히 두 살 때 이후로 어머니를 보지 못한 막내 여동생이 아직도 어머니를 잊지 못해 안타까웠는데 50년의 한이 풀어진 것 같다"고 고마워했다.

chinakim@yna.co.kr

빙수 1그릇, 밥 5공기 열량…카페베네 '초코악마' 1천312㎉
술마신 부인 때려 숨지게 한 30대 남편 검거
"실제 나이보다 빨리 늙는 사람 있다"
"日정부, 국제사회에 '강제노동 아니다' 알리기 나선다"
유승민 "내일 오전 의총 결정 따를 것"

▶연합뉴스 앱 지금 바로 다운받기~

<저작권자(c) 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Copyright © 연합뉴스. 무단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