南 '조선왕조실록'-北 '리조실록' 번역 어떻게 다를까
고전번역원 분석…"南 원문 정확히 반영·北 알기 쉽게 풀어"
(서울=연합뉴스) 고은지 기자 = 조선조 472년간 역대 임금들의 업적과 자취를 담은 조선왕조실록.
앞서 우리나라는 1968∼1993년 세종대왕기념사업회와 민족문화추진회가 나눠 이 실록을 번역·간행했다.
북한은 우리보다 다소 늦은 1975년 '리조실록' 1권을 간행했지만, 이미 1960년대 '리조실록분류집'을 간행한 것으로 미루어볼 때 실록 번역은 사실상 우리보다 앞섰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같은 조선왕조실록을 두고 남북한은 어떻게 번역을 했을까.
조선왕조실록 재번역을 진행 중인 한국고전번역원 정영미 조선왕조실록번역팀장은 최근 발표한 '남북한 조선왕조실록 번역 비교-'현종실록'을 중심으로' 논문에서 그 차이를 세세하게 밝혔다.
7일 이 논문에 따르면 조선왕조실록은 일반 대중보다는 전문가를 위한 정확한 번역을 지향한 반면, 리조실록은 '사람들이 보고 알 수 있는 쉬운 말' 번역을 추구했다.
이는 실록의 제목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논문이 분석한 현종실록의 정식이름은 '顯宗純文肅武敬仁彰孝大王實錄'이다.
조선왕조실록은 이 한자의 음을 그대로 따 '현종 순문숙무 경인창효 대왕실록'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리조실록에서는 한자의 뜻을 풀어 '순수하고 문명하며 엄숙하고 용감하며 경건하고 인자하며 뛰어나고 효성스러운 현종대왕실록'이라고 표현했다.
본문에서도 이와 같은 번역 지향점의 차이와 더불어 남북한 간 다른 어휘 사용으로 인한 '같은 문구·다른 번역'이 상당수 눈에 띈다.
'設祈晴祭于四門'(설기청제우사문)을 조선왕조실록은 '기청제를 사대문에서 설행하였다'고 번역한 반면, 리조실록은 '네군데의 성문에다 비개이기를 비는 제사를 지냈다"고 썼다.
또 '加資'(가자)는 '가자하다'(조선왕조실록)·'품계를 올려주다'(리조실록), '科場'(과장)은 '과장'(조선왕조실록)·'과거시험장'(리조실록) 등으로 다르게 쓰였다.
'교자'는 조선왕조실록에서는''轎'(교·가마)를 뜻하는 말이지만, 리조실록에서는 '駕轎'(가교·수레)를 의미했다.
조선왕조실록이 간주와 각주를 사용해 어려운 어휘에 대해 보충설명을 한 것과 달리 리조실록은 주석이 전혀 없는 점도 달랐다.
정 팀장은 "북한은 같은 어휘를 몇 가지로 번역하거나 풀어쓰는 데 집중해 원뜻과 거리가 생기기도 했지만 번역의 정확한 원칙을 제시하고 그 원칙에 충실하게 번역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번역원 관계자는 "현재 번역원에서 지리서인 '함경도지'와 '평안도지'의 남북한 공동번역을 추진하고 있다"며 "양측의 번역본 비교는 앞으로의 번역 사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u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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