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담농담(野談籠談)] 야구 전임감독제, 무엇이 문제인가

박정욱 2015. 7. 7.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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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S포토]프리미어12 김인식, 기술위원들의 역량을 발휘해주세요
6일 오전 2015 프리미어12 대회 준비를 위한 첫 기술위원회가 서울 도곡동 KBO 회의실에서 열렸다. 대표팀 구성과 향후 일정, 전력분석 계획 등에 대해 논의한다.김인식 대표팀 감독이 첫 회의에서 기술위원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2015.07.06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스포츠서울]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국 야구 국가대표 감독이 김인식 한국야구위원회(KBO) 기술·규칙위원장으로 결정됐다. KBO는 지난 달 29일 김인식 위원장을 ‘2015 프리미어12’에 출전할 야구대표팀의 사령탑으로 선임한데 이어 지난 5일 KBO 김재박 경기운영위원, 이순철 SBS스포츠 해설위원, 선동열 전 KIA 감독, 송진우 KBS N스포츠 해설위원 등 4명의 기술위원을 선임했고 곧바로 6일 첫 기술위원회를 열었다. 사령탑과 기술위원장을 겸임하는 김인식 감독이 회의를 주재했다. 2015 프리미어12를 위한 본격적인 준비를 알리는 자리였다.

현직 감독들의 대표팀 사령탑 고사와 김인식 위원장의 대표감독 선임으로 이어진 일련의 과정들은 한국 야구의 불편한 현실을 투영하는 문제 제기와도 같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큰 국제대회를 앞두고 힘찬 출발을 하는 마당에 딴지를 걸 생각은 추호도 없다. 그저 한국 야구의 현실을 되짚는 기회를 한번 가져봤으면 한다.

우선, 김인식 감독에게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부터 떠오르는 것은 개인적인 감정, 그 이상일 것이다. 김 감독은 2002 부산 아시안게임 금메달, 2006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4강, 2009년 WBC 준우승 등 국제 대회에서 빼어난 지도력을 과시했다. 그는 대표팀 사령탑 선임에 어려움을 겪을 때마다 어김없이 구세주처럼 ‘독이 든 성배’를 들었다. 2009년 WBC에서는 ‘위대한 도전’에 성공하고도, 정작 소속팀(한화)에서는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경질되는 아픔을 겪었다. 대표팀 때문에 소속팀 훈련 지휘에 차질을 빚었고 그 후유증을 고스란히 홀로 떠안은 셈이었다. ‘국민감독’의 영광은 사라지고 그 후 6년이라는 긴 세월을 ‘야인’으로 보내야했다. 그런데 또 다시 염치없이 김 감독에게 어려운 상황에서 대표팀을 떠맡긴 꼴이다. 프로감독들이 KBO리그 일정과 소속팀 지휘의 이유를 들며 고사한 자리를, 김 감독이 또 다시 운명처럼 받아든 것이다.
[SS포토]프리미어12김인식,기술위원의역할이필요해요
6일 오전 2015 프리미어12 대회 준비를 위한 첫 기술위원회가 서울 도곡동 KBO 회의실에서 열렸다. 김인식(가운데) 대표팀 감독이 기술위원장을 겸직하게 되며 송진우 KBS N SPORTS 해설위원, 김재박 KBO 경기운영위원, 이순철 SBS SPORTS 해설위원, 선동열 전 KIA 타이거즈 감독(왼쪽부터시계방향으로) 등 4명의기술위원이 첫 회의를 하고 있다.2015.07.06최재원선임기자shine@sportsseoul.com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KBO규약 국가대표팀 운영규정(제3조 감독·코치의 선임)에는 ‘감독은 현역감독으로서 전년도 우승 구단 감독, 준우승 구단 감독 순으로 총재가 선임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규정에 따르면 전년도 우승팀인 삼성의 류중일 감독과 준우승팀 넥센의 염경엽 감독이 대상이다. 그런데 두 감독은 모두 고사했다. 감독이나 선수는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대표팀 소집에 응해야 한다. KBO 구본능 총재가 직접 나서 김 감독을 설득한 것을 고려하면, 감독 선임과 승인의 최종결정권자인 총재는 두 현직 감독의 고사를 ‘특별한 사유’로 받아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류 감독은 공개적으로 “김인식 감독님께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류 감독뿐 아니라 그동안 KBO리그에서 우승하고도 대표팀 감독 자리를 고사한 많은 지도자들이 김 감독에게 고마워하고 미안한 마음을 가져야한다. 또 하나. 선수들이 감독들처럼 비슷한 이유(그것이 부상이라 할지라도)를 내세워 대표팀 자리를 고사(또는 거부)할까 우려되는 것도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여기서, 김 감독은 ‘전임 감독’인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프로구단 등 소속팀 없이 국가대표팀만 지휘하게 되니 ‘전임’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엄밀히 따지면 ‘전임’과 상당한 거리가 있다. 전임 감독은 국가대표의 운영에 전적으로 매달려야 한다. 축구의 경우를 보자. 국가대표 감독은 계약기간에 따라 대표팀 훈련과 경기를 지휘한다. 축구는 각종 국제경기(A매치)가 수시로 열린다. 아시안게임과 WBC 등 몇 년에 몇 차례 띄엄띄엄 국제대회를 갖는 야구와는 같은 선상에서 비교할 수 없다. KBO 관계자는 “전임감독제에 대해 추후에 논의하겠다”는 원론적인 대답을 내놓으면서 “야구에 전임감독이 필요한지는 심각하게 고려해야 한다. 야구는 축구와 달리 정기적으로, 또 수시로 A매치가 열리는 종목이 아니다. 그런데도 전임감독제를 운영하는 것이 효율적인지는 따져봐야 한다. 일본은 ‘사무라이 재팬’을 마케팅 수단으로 삼고, 전임감독을 선임해 각급 대표를 아울러 관장하도록 하고있다. 한국과는 사정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전임감독제를 전면적으로 실시할 때 따라오는 비용의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전임 코치와 지원 스태프의 문제도 따른다. 전임감독제를 실시한다고 가정하자. 비용 문제를 KBO와 대한야구협회 가운데 어디서 부담해야 하는지도 숙제로 남는다. 프리미어12만해도 국제아마추어야구단체가 주도하고 있다. 하지만 국내는 야구협회가 회장 교체기의 어수선한 분위기 탓에 KBO에 프리미어12의 준비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형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또 전임감독제를 시행하려면 앞서 언급한 규정도 손질해야 한다. 전임감독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 권한과 책임을 어디까지 규정할 것인지 등에 대한 충분한 논의 과정이 선행돼야 한다. 김인식 감독에게 대표팀 사령탑의 무거운 자리를 떠맡길 때처럼 임시방편식으로 대응해서는 안될 일이다.

박정욱 체육2팀장 jwp94@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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