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세 수단' 된 수입차] 억대 수입차 60%는 법인명의..'무늬만 회사차'에 세금 줄줄 샌다

정인설 2015. 7. 6. 2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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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직 등 '탈세 악용' 급증 개인차로 타면서 법인은 손비 처리 작년 수입차 리스 등 감면 세금만 1兆

[ 정인설 기자 ]
서울 강남에서 피부과 전문병원을 운영하는 A씨. 그는 지난 1월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을 샀다. 한 대에 3억원이 넘지만 비용 걱정은 전혀 하지 않았다. 병원 명의로 자동차 리스를 이용해 모든 비용은 병원이 부담했다. 그뿐만 아니다. 주말이면 아내를 비롯해 가족들도 이용하지만 기름값은 모두 병원이 낸다. 이렇게 하는 건 병원 운영비를 아낄 수 있기 때문이다.

차량 구입비부터 차량 유지비까지 병원 비용으로 인정받아 결과적으로 병원이 내야 할 사업소득세를 덜 내도 된다. 이런 이유로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팔린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600 34대 중 33대가 법인 명의였다.

◆억대 수입차 60%가 법인 소유

자동차 리스가 절세 수단으로 인식되면서 개인이 아닌 법인(개인 사업자 포함) 이름으로 차를 구입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법인 이름으로 구입한 수입차 대수는 2010년 4만5081대에서 지난해 7만8999대로 4년 만에 75.2% 늘었다.

이런 현상은 고가 차량에서 두드러진다. 대당 가격이 4억원이 넘는 롤스로이스의 고스트는 올 들어 지난달 말까지 8대 팔렸는데 모두 법인 명의로 나갔다. 같은 기간 롤스로이스 판매량 28대 중 96.4%인 27대가 법인 명의로 판매됐다. 법인에 팔린 비중은 벤틀리가 87.2%로 두 번째로 높았고 포르쉐(72.1%), 랜드로버(62.5%), 메르세데스 벤츠(58.8%)가 뒤를 이었다. 법인 판매 비중이 높은 5대 브랜드는 차량 평균 판매가격이 모두 1억원 이상이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5대 브랜드의 판매량 2만3000대 중 60%가 넘는 1만3927대가 법인에 팔려나갔다.

법인 명의로 등록되는 수입차 비중이 증가한 건 일거양득 효과 때문이다. 법인 명의로 리스 차량을 이용하면 차를 타는 개인은 공짜로 차를 탈 수 있다. 법인은 리스비를 영업비용으로 처리할 수 있다. 법인의 영업비용이 늘면 그만큼 영업이익은 줄어들어 법인세를 아낄 수 있다.

업무용 차량에 드는 비용은 무제한으로 손비로 인정받는다. 이 때문에 5억원짜리 수입차를 리스로 구입하면 연간 4000만~5000만원 정도 세금을 덜 낸다.

◆수입차 리스 늘면 세수는 줄어

지난해 자동차 리스시장은 7조9000억원 규모로 전년 대비 23%가량 성장했다. 10년 전인 2004년과 비교하면 370% 커졌다.

수입차만 놓고 보면 지난해 법인 차량 리스 등으로 절세 혜택을 받은 차량은 7만9000대였다. 리스차 등으로 감면받은 세금만 1조원으로 추산된다. 올해엔 차량 수가 10만대로 늘어나고 세금 감면액도 1조3000억원이 넘을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무늬만 법인차’를 20~30% 정도로만 잡아도 연간 2600억원에서 3900억원의 세금이 샌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수입차에 비해 국내 완성차업계의 법인 판매량은 정체 상태다. 현대·기아자동차의 법인 리스를 담당하는 현대캐피탈의 지난 1분기 법인 신규 리스는 1만200건으로 작년 1분기(1만2000건)보다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의사 변호사 등 전문직과 고소득 자영업자 등을 중심으로 수입차를 업무용으로 등록한 뒤 개인용으로 이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이 같은 ‘무늬만 법인차량’으로 인한 탈세만 바로잡아도 세수를 늘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과 달리 해외에선 리스차량에 대해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미국은 리스비용의 85%만 업무용으로 인정하고 있다. 출퇴근에 차량을 이용하는 것은 업무용으로 보지 않는다. 영국은 친환경차를 제외한 리스차량에 대해 일괄적으로 리스비의 85%만 세금공제를 해준다. 일본은 300만엔(약 2700만원)까지만 손비처리를 해주고 캐나다는 월 비용 처리 상한액을 800달러(약 70만원)로 제한하고 있다.

정인설 기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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