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IMF로 절망한 가슴에 아로새겨진 맨발

2015. 7. 7.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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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고민하던 그녀가 검은색 양말을 벗자 검게 탄 종아리 아래로 흰색 맨발이 드러났다.

연못에 두 발을 담근 박세리는 망설임 없이 골프채를 휘둘러 공을 페어웨이에 올려놓았다. 1998년 7월7일 새벽(한국시간), 졸린 눈을 비벼가며 제53회 US여자오픈 골프 연장전을 TV 생중계로 지켜보던 한국인들은 벅차오르는 감동에 몸을 떨었다.

박세리는 이날 미국 위스콘신주 콜러(Kohler)의 블랙울프런 골프장(파 71)에서 동갑내기 태국계 미국인 제니 추아시리폰과 연장 대결을 벌였다. 1∼4라운드 합계 6오버파 동타를 이룬 끝에 대회 규정에 따라 18홀 연장라운드를 치른 것.

'맨발 드라마'는 18번 홀(421야드)에서 펼쳐졌다. 박세리가 드라이브로 때린 공이 왼쪽 페어웨이에 떨어지더니 크게 튀면서 해저드 쪽으로 굴러 떨어졌다. 공은 물에서 약 20㎝ 떨어진 곳에 아슬아슬하게 걸렸다. 추아시리폰이 먼저 티샷한 공은 정석대로 오른쪽 페어웨이의 편안한 지점에 떨어진 상태였다. 절체절명의 위기에서 캐디 제프 케이블은 안전한 세컨드 샷을 거듭 권유했지만, 박세리는 보이지도 않고 방향조차 가늠하기 어려운 그린을 노리는 배짱을 보여줬다.

기가 눌린 추아시리폰의 어프로치샷이 흔들리는 사이, 박세리는 18번 홀을 동타로 끝낸 뒤 서든데스 두 번째 홀인 11번 홀에서 5.5m 버디를 기록하며 '사상 첫 신인 메이저대회 2연승' 신화를 엮어냈다.

자칫 모든 것을 포기하고 싶었던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와중이었다. 박세리의 맨발은 대규모 정리해고의 고통에 '금 모으기' 운동으로 맞서던 한국인들의 가슴 속에 깊숙이 아로새겨졌다. 지금은 양희은의 노래 '상록수'와 함께 수없이 되풀이된 박세리의 맨발 영상을 보고 자란 박인비 등 '박세리 키즈'가 세계 여자 골프계를 석권하고 있다.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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