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3세 사회주의자 샌더스 신드롬, 집회 대중몰이 힐러리도 제쳤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2015. 7. 6.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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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대선 민주 후보 출마.. 지지율 격차 크게 좁혀불평등 사회 지친 시민들 '소외층 향한 뚝심'에 끌려

미국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73)이 지난 4월 민주당 후보로 대선 출마선언을 했을 때 그가 정말 후보가 되려고 한다고 보는 사람은 없었다. ‘사회주의자’를 자처하는 무소속 의원 샌더스의 역할은 월가 친화적인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을 좀 더 왼쪽으로 끌어오는 ‘견인차’만 되어도 선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런데 CNN의 뉴스쇼 진행자는 5일 방송에 출연한 샌더스에게 ‘내각 진용’에 대한 구상을 물어봤다. 샌더스는 “아직 내각 얘기를 하기에는 이르다”면서도 폴 크루그먼, 조지프 스티글리츠, 로버트 라이시 등 중도 좌파 경제학자들을 거론했다. 샌더스는 이들을 “미국 중산층과 노동하는 가정을 지켜온 좋은 경제학자들”이라 평가했다. 그는 자신이 집권하면 “워런 버핏보다 그의 비서가 더 높은 세율을 부담하는” 세제를 개혁하고 월가의 거대 금융기관들도 해체하겠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14명이 출마를 선언해 일일이 기억하기도 어려운 공화당과 달리 민주당은 클린턴 대세론이 확고하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미국 언론에 샌더스가 클린턴만큼 자주 등장하고 있다. 클린턴이 구태의연한 이미지에 비밀주의를 선호해 진보 성향 언론에서조차 부정적으로 그려지는 반면, 샌더스는 클린턴보다 6살 연상인데도 참신한 이미지로 그려진다.

그의 유세장은 늘 자리가 모자라 건물 밖에서라도 그의 얘기를 들으려는 사람들이 많다. 최근 위스콘신 집회에는 1만 명이 운집했다. 민주, 공화를 통틀어 가장 지명도가 높은 클린턴조차 지난달 뉴욕에서의 첫 대중연설 때 5500명이 왔을 뿐이었다. 대선 풍향계로 불리는 뉴햄프셔주와 아이오와주에서 두 사람의 지지율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는 추세다. 뉴햄프셔에 대한 WMUR/CNN 조사에서 5월 31%포인트 차이가 났던 두 사람의 지지율은 최근 8%포인트까지 좁혀졌다. 아이오와에 대한 퀴니피악대 조사에서 5월 45%포인트에 이르렀던 격차는 최근 19%포인트로 줄었다.

‘샌더스 현상’에는 많은 유권자들이 워싱턴 정치에 염증을 느끼는 상황에서 어느 정당에도 속하지 않은 채 소신을 지켜온 샌더스 개인의 매력이 크게 작용하고 있다. 그는 1960년대에 혁명을 하겠다며 버몬트에 간 이래 구두끈 제조, 잡지기자 일을 거쳤다. 숱한 선거 패배 끝에 연방 상원의원에 오르면서 노동자와 소외계층이 잘 사는 세상이라는 메시지를 바꾼 적이 없다. 민주당에 입당한 적도 없다.

그가 예비경선장으로 민주당을 택한 것은 2000년 앨 고어에게 패배를 안긴 랄프 네이더처럼 ‘판을 깨지’ 않겠다는 의도에서다. 아울러 ‘샌더스 현상’은 불평등이 심화되는 미국의 현실과 닿아 있다.

최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계획이 민주당의 강한 반대에 부딪힌 것에서 보이듯 민주당은 점점 더 왼쪽으로 향하고 있다. 갤럽조사에서 자신을 진보적이라고 답한 미국인들이 역대 최다일 정도로 미국 사회 전반에서 개혁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다.

클린턴은 샌더스를 언급조차 하지 않으며 무시하고 있다. 샌더스 지지가 현재로선 주로 동북부에 제한돼 있고 남부나 흑인들 사이에 인지도가 낮기 때문에 실제로 민주당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그러나 워싱턴포스트의 정치담당기자 데이나 밀뱅크의 지적처럼 민주당 내에서는 “오바마와 클린턴이 역사의 반대편에 서 있다”는 인식이 점점 커지고 있다.

<워싱턴 | 손제민 특파원 jeje17@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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