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끝이 아니다..양육비 끝없는 장기전

최희석 2015. 7. 6.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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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성년 자녀 둔 한부모 가정 47만 가구중 39만 가구 양육비 못받아여성가족부, 이행관리원 출범..양육비 원활한 지급 중재역할 맡아

서울 서초동 여성가족부의 양육비이행관리원(이행관리원)은 하루 종일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 이 곳에 들어온 양육비 상담 하나하나에는 애절한 사연이 담겨 있다. 아이를 너무 사랑해 예정한 양육비 보다 더 많은 금액을 지급하기 위해 이행관리원 문을 두드린 경우도 있다. 반면 대부분은 이혼 당시 앙금이 남아 감정적으로 양육비를 주지 않으려거나 이혼시 약속한 재산분할이나 위자료를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양육비를 못주겠다고 거절하는 경우이다. 심지어 전 남편이 양육비를 신청하는 경우는 집을 나간 부인에 대한 보복심리가 작용하기도 한다. 정지아 이행관리원 이행개선팀장(변호사)는 “상당수 사람들이 이혼을 먼저 하려다보니 ‘양육비는 받지 않겠다’는 각서를 써 주는데, 이 경우 평생 양육비를 못받는 줄 알고 포기를 하다가 이행관리원을 찾는 분들도 많다”고 말했다. 부부가 헤어지는 이혼이 끝이 아니다. 양육비 부담이라는 새로운 전쟁이 시작된다. 이혼이 짧은 ‘1차 전쟁’이라면 양육비를 둘러싸고 ‘2차 전쟁’은 복잡한 심리가 작용하는 장기간에 일어난다.

지난 3월 출범한 여성가족부의 양육비이행관리원에 양육비를 받아달라는 신청이 폭주하고 있다. 출범 3개월 동안 양육비 상담만 1만4897건으로 하루 평균 233건에 달했다. 특이한 것은 신청자 8명 가운데 1명꼴(12%)로 남성이라는 점이다. 최근에는 맞벌이가 많아 여성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거나 부인이 자녀를 두고 떠나거나, 부인이 외도를 한 경우 보복심리가 작용해 남성이 신청한다는 것이 관리원측의 설명이다.

양육비 지급과 관련해 빈번이 부딪히는 문제는 면접교섭권(이혼 뒤 자식을 양육하지 않는 부모가 자식을 만날 수 있는 권리) 보장이다.

A씨(39·여)는 자녀가 중학생이 되면서 학원비 등 비용부담에 시달리던 끝에 전 남편 B(43)에게 양육비를 올려줄 것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해 관리원을 찾았다. B씨는 이혼 당시 매달 30만원 정도 지급하겠다고 했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급하지 않아서 양육비가 2000만원 가량 밀려 있었다. 그러나 B씨도 할말이 있었다. 이혼할 때 자녀를 만나게 해준다고 약속했지만 이를 A씨가 제대로 지키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행관리원은 A씨는 B씨가 자녀를 매월 만날 수 있도록 해주고 대신 B씨는 A씨에게 매월 양육비 50만원을 지급하되 그 중 10만원은 자녀를 만날 때 마다 주기로 해결책을 마련했다.

A씨 사례와 같이 원만하게 합의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직도 우리나라의 많은 한부모 가정이 자녀 양육비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양육비 지급에 대한 사회문화적 인식이 아직 부족하기 때문이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이혼 후 연락을 끊는 방법 등으로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고 있다.

반면 아빠가 쌍둥이 딸을 위해 양육비를 자발적으로 2배 더 올린 경우도 있다. 신청인 C씨(38·남)는 이혼당시 협약에는 매달 60만원을 지급하기로 했으나 자발적으로 120만원 지급했다. 지난 4월에는 아예 이행관리원에 양육비 증액과 관련한 공증을 신청했다. 이행관리원 관계자는 “공증사무실의 어색한 분위기 속에서도 아빠와 조금씩 장난을 치려 하는 귀여운 두 쌍둥이 딸을 보며 C씨는 조금씩 미소를 보였다”면서 “자녀에 대한 사랑 때문에 금액 증액을 법적으로 확실히 해두고 싶었던 것”이라고 전했다.

여성가족부의 ‘한부모가족 실태조사(2012년 기준)’에 따르면 이혼·미혼 등으로 미성년 자녀를 양육하는 한부모 가정은 46만9000가구에 달했지만 이들 중 전 배우자로부터 양육비를 전혀 받은 적이 없는 가구가 39만여 가구에 달했다.

여성가족부는 한부모 가정이 채권 추심 등의 절차를 통해 양육비를 받아내기가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 착안해 지난 3월 25일 이행관리원을 출범시켰다. 69명의 직원은 상담에서 합의 조정, 양육비 채무자의 주소·근무지·소득·재산조사, 소송, 추심지원 등을 통해 양육비를 실제로 받을 수 있도록 도와주고 있다. 이선희 양육비이행관리원장은 “혼자 아이를 키우는 입장에선 매달 들어오는 양육비는 정말 생명수와 같은 것”이라면서 “생명을 살리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전 직원이 일에 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희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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