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 인터뷰] '닮은꼴' 김수연-강유미가 말하는 WC, 할머니, 택배

권태정 입력 2015. 7. 6. 15:57 수정 2015. 7. 7. 09:04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풋볼리스트] 권태정 기자= 김수연(26, 화천KSPO)과 강유미(24, 화천KSPO)는 닮은 점이 많다.한양여대를 나왔고 첫 실업 팀은 충남일화(2012년 해체)다. 지금은 함께 화천KSPO에서 뛰고 있다. 김수연은 오른쪽 측면 수비수, 강유미는 오른쪽 측면 공격수다. 김수연은 중학교 3학년 때 부모님을 여의었고, 강유미는 고등학교 1학년 때 부모님의 품을 떠나 일본에서 한국으로 왔다.지난 4월 5일 러시아와의 친선경기에서 김수연은 약 1년 만에, 강유미는 생애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달았다. 그리고 6월의 캐나다에서 한국여자축구의 역사를 썼다. '2015 국제축구연맹(FIFA) 캐나다 여자월드컵'에서 '기적의 슛터링'과 '기적의 택배 크로스'로 역사의 주인공이 된 두 선수를 만났다. #1. 신데렐라최근에 여자축구에 관심을 갖게 된 사람들이게 김수연과 강유미는 생소한 얼굴이었다. 이번 월드컵에서의 활약으로 화제가 되며 두 선수는 윤덕여호의 신데렐라로 떠올랐다. 대표팀 내의 치열한 경쟁에서 살아남은 덕이다. 김수연(이하 김)대표팀을 1년 간 쉬면서 든 생각은 월드컵 전에 한 번이라도 꼭 소집이 됐으면 좋겠다는 거였어요. 부상 때문에 제 모습을 못 보여드렸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을 것 같았어요. 러시아전을 치르면서 다음 번에 다시 소집되겠다는 확신은 없었지만, 후회는 안 남겠구나 생각했어요. 떨어지더라도 제가 못해서 떨어진 거니까요. 다시 뽑히게 돼서 너무 좋았죠. 강유미(이하 강)저는 다시 안 뽑힐 줄 알았어요. 러시아전에서 뽑힌 것도 놀랐는데… 다시 대표팀에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은 했지만 또 뽑힐 줄은 몰랐어요. 마음 비우고 '소속팀에서 열심히 해야지'라고만 생각했어요. 유미가 진정한 신데렐라죠(웃음). 근데 국내 소집 훈련 명단 뽑히고 나서도 아직 세 명 탈락이 남아있었잖아요. 하… 후회 없이 열심히 하자는 생각뿐이었어요. 그때 다들 엄청 열심히 했죠. 아파도 절대 쉬는 사람이 없었어요. 닥터 선생님들이 걱정할 정도로요. 최종 엔트리 결정 나면 다같이 쉬는 거 아니냐고…(웃음) 저희끼리도 정말 탈락자 예상이 어려웠어요. 같이 훈련하면서 보면 누구 하나 아깝지 않은 선수가 없었으니까요. 탈락자 발표되고는 울음바다가 됐었죠. 다같이 고생했고, 다들 월드컵 가고 싶어 하는 걸 아니까… 얼굴만 봐도 눈물이 막 나오더라고요. #2. 스페인전사상 첫 월드컵 승리와 16강 진출이라는 쾌거를 말할 때, 이 두 선수를 절대 빼놓을 수 없다. 역사가 쓰여진 곳에는 김수연과 강유미가 있었다. 스페인전 조소현의 헤딩 동점골은 강유미의 발끝에서 나왔다. 김수연은 후반전에 혜성처럼 등장해 슛터링으로 역전골을 쐈다. 사실 그전까진 악몽 같았어요. 국내 소집 훈련하는 동안에는 몸이 되게 좋았거든요. 미국에서 전지훈련을 하면서 갑작스럽게 예상치 못한 햄스트링 부상이 와서… 작년에 아킬레스건 부상으로 고생해서 그 걱정만 했지 햄스트링은 생각도 못했거든요. 캐나다 가서도 계속 재활을 하면서 솔직히 많이 힘들었어요. 근데 결과적인 얘기지만 아팠던 게 오히려 저한테 기회가 된 것 같아요. 3차전 후반에 들어가서 좋은 분위기로 첫 승을 할 수 있었던 게요. 사람들이 그래요. 제 골도 아파서 힘이 덜 들어갔기 때문에 들어간 거라고… 원래 골은 잘못 맞아야 들어가요…(웃음) 사실 저는 골 욕심이 많았어요. 근데 넣으려고 하니까 안되더라고요. 코스타리카전까지는 좀 욕심이 있었는데, 그냥 마음을 비우고 할 수 있는 걸 하자고 생각하고 나니까 도움도 기록할 수 있던 것 같아요. (강유미가 도움을 기록한 골라인 근처는) 유미존이예요. 그 전에는 안돼요. 유미존에 가야 크로스가 나오죠(웃음). 맞아요(웃음). 저도 모르게 끝까지 달려가게 돼요. 어려서부터 그렇게 많이 했거든요. 습관인 것 같아요. '택배원'이라는 별명은 참 재미 있어요. 주변 사람들이 택배 회사 하나 차려야 하는 거 아니냐고 해요(웃음).

#3. 외로움

김수연과 강유미의 밝은 모습 뒤에는 남다른 외로움이 있다. 김수연은 중학교 3학년 때 한 달 사이 부모님 두 분을 연달아 여의고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재일교포 3세인 강유미는 한국 국가대표가 되겠다는 꿈을 가지고 고등학교 때 혈혈단신 한국으로 오며 부모님과 생이별을 했다. 어린 시절부터 겪은 부모님의 부재는 두 선수에게 늘 가슴 한 켠의 외로움으로 남아있다. 사실 지금도 힘들어요. 옆에 아무도 없다는 게 되게 큰 것 같아요. 힘들 때 더 보고 싶고 그러니까요. 외로워요. 처음 한국에 왔을 때 적응이 힘들어서 오자마자 울면서 엄마께 전화해서 돌아간다고 그랬었어요. 엄마가 괜찮다고 조금만 더 있어보라고 붙잡아주셨죠. 대학교 때까지도 힘들었어요. 그나마 친구들이 있었기 때문에 버틸 수 있었어요. (부모님과의 이별은) 사람이라면 누구나 겪는 일이잖아요. 저는 좀 일찍 겪은 거죠. 어렸기 때문에 처음엔 원망도 했었어요. 2월에 아버지가 뇌출혈로 갑작스럽게 돌아가시고 3월에 어머니까지 사고로 돌아가셨는데, 그 이후에 맞았던 어버이날이 정말 힘들었어요.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고요. 힘들었죠. 보고 싶을 때 못보고, 목소리 듣고 싶을 때 못 듣는 것. 그런 것들… 누가 대신 채워줄 수 없는 것 같아요. 그 존재는… 해외 진출도 물론 하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무서워요. 지금도 외로운데, 해외로 나가면 더 외로울 거 아니에요. 처음 한국에 와서 말도 안 통하는 데서 고생한 경험이 있으니까요. 저도 해외는 혼자서는 못 갈 것 같아요. 외로움을 많이 탈 것 같아요. 해외진출을 해보고는 싶지만 그 생활을 이겨낼 자신이 없다고 해야 하나? 해외 생활하는 선수들 보면 정말 대단해요.

#4. 할머니

김수연과 강유미의 또 하나의 공통점은 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정이다. 김수연은 스페인전에서 골을 넣고 난 뒤, 지난 4월 돌아가신 할머니를 떠올렸다. 강유미는 축구화에 할머니의 이니셜 'Han H.J'를 새기고 월드컵을 뛰었다. 부모님이 어려서 돌아가셨기 때문에 할머니께 의지를 많이 했어요. 엄마, 아빠가 계실 때에도 두 분다 일을 나가셨기 때문에 할머니랑 보내는 시간이 더 많았거든요. 부모님 이상의 존재였던 것 같아요. 엄마, 아빠는 마지막 모습을 못보고 보내드렸기 때문에 할머니께는 그러고 싶지 않았어요. 지난 2월에 할머니께서 병원에 계실 때 저희 팀이 마침 강릉 전지훈련 중이었거든요. 그래서 병원에 매일 매일 갔었어요.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보내고 싶어서요. 그렇게라도 안 하면 나중에 정말 후회할 것 같았어요. 그 때 병원에서 그 달을 넘기기 어려울 거라고 했는데 그러고 두 달 정도 더 계셨으니 제겐 참 다행이죠. 제가 월드컵 뛰는 것도 하늘에서 보셨을 거라 믿어요. 가장 높은 위치에서… '우리 손녀딸 성공하는 거 봐야 하는데…' 그런 말씀을 많이 하셨거든요. 높은 데서 혼자 보려고 그러셨나 봐요(웃음). 저도 할머니 살아계실 때 대표팀 들어가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는데 좀 늦었네요. 아니야, 하늘에서 보셨다니까? 그런가? 두 분이 같이 보셨을 수도 있겠다. 같은 날 나는 어시스트하고 언니가 골 넣었으니까. 할머니가 도와주셨나 봐요. #5. 시작2015년은 한국여자축구에나 김수연, 강유미 각자에게나 새로운 역사의 한 해였다. 캐나다에서의 꿈 같은 6월을 뒤로 하고, 두 선수는 일상으로 돌아와 다시 앞을 바라보고 있다. 김수연과 강유미는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다. 월드컵이 벌써 옛날 일인 것 같아요. 막상 끝나고 나니까 좀 허무해요. 얼떨떨하기도 하고요. 좀 지나봐야 (그 의미가) 더 다가올 것 같아요. 일상으로 돌아온 거죠. 아무 일도 없었던 듯이. 근데 그런 점은 좀 달라진 것 같아요. 저희가 지금 이렇게 인터뷰하는 것도 그렇고, 다른 애들도 많이 불러주셔서 인터뷰도 하고 그러더라고요. 지난번 WK리그 인천현대제철 경기에는 관중이 400명 정도 왔다고 하더라고요. 굉장히 놀라운 일이죠. 그 전에는 열 명, 스무 명? 많아야 오십 명 정도였으니까요. 앞으로가 중요할 것 같아요. 이제 동아시안컵도 있고, 올림픽 예선도 있잖아요. 대표팀이 계속 좋은 성적을 내야 사람들이 관심을 계속 보여줄 거라고 생각해요. 맞아요. 이젠 못하면 욕 먹는 것도 당연하죠(웃음). 결과물을 보고 이야기하는 게 크겠지만, 어떤 경기력을 앞으로 보여주느냐가 중요한 것 같아요. 지더라도 좋은 내용의 경기가 있고, 이겨도 부끄러운 경기가 있잖아요. 앞으로 높아진 기대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더 좋은 경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대표팀에서 언제 짤릴 지도 모르잖아요(웃음). 계속 들어가기 위해 노력해야죠. 올림픽에는 한국이 한 번도 못나가 봤잖아요. 어려운 만큼 꼭 나가고 싶어요. 4년 뒤 월드컵도 꼭 나가고요. 좋겠다, 어려서. 왜요, 언니~ 언니 그때도 나갈 수 있어요! 몸 관리 열심히 해야죠. 만약에 나가게 되면 31살이니까, 경기에 뛰지 않더라도 나가는 거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은퇴하고 나면 새로운 인생에도 도전하고 싶어요. 운동선수라는 게 사실 한창때 반짝하고 금방 잊혀지는 직업이잖아요. 운동 그만두고 우울증 걸리는 사람도 많다고 하더라고요. 안타까운 것 같아요. 외국에서는 투잡 뛰는 선수들 많고, 그만큼 은퇴 후 사회 적응도 쉬운데 우리는 그렇지 않으니까요. 본인 노력도 중요하지만 그런 시스템이 갖춰지는 것도 중요한 것 같아요. 그 동안 못해본 게 많아서 해보고 싶은 것도 많아요. 요리 배워서 자격증도 따고 싶고요. 우리나라에서 운동하던 사람들은 다 관련된 직업을 갖잖아요. 저는 한 번 새로운 것에 도전해보면 어떨까… 기대해주세요(웃음).사진=풋볼리스트, 김수연, 강유미 제공 풋볼리스트 주요 기사[한준의 작전판] 바르사 전술 입은 대전, 전북 앞에서 닥공 시위[클래식 FOCUS] 성남·인천 상승세, 중위권 판도 '재편'[히든트랙] '최용수 해프닝' 보는 시선이 불편한 이유[이적시장 FOCUS] '인기 폭발' 다르미안의 잔잔한 매력[심층분석] 메시, 호날두의 발끝에 숨겨진 은밀한 비밀

Copyright © 풋볼리스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