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의택의 제대로축구] 최용수 감독은 '질투'와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홍의택 입력 2015. 7. 6. 15:52 수정 2015. 7. 6. 1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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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탈코리아=서울] 홍의택 기자= "오늘 광주 게임인데, 어떤 전략을 통해서 (이길지) 이런 걸 물어야 하는 거 아니냐". 5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서울과 광주의 2015 현대오일뱅크 K리그클래식 20라운드. 취재진으로 북적이던 사전 인터뷰에서 최용수 감독이 한마디 했다. 광주전도 광주전이었지만, 당장 장쑤 쎄인티로부터 받은 제의를 왜 고사했느냐에 이목이 쏠렸다.

'연봉 20억'. 최 감독은 "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그런 건가 싶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맞다. 차범근, 이장수, 김학범 등 중국 축구를 누빈 선배 감독들과는 사정이 달랐다. 과연 중국발 돈다발이 버젓이 시즌을 보내고 있는 K리그 특정 감독을 빼갈 수 있을까 싶었던 것. 이미 데얀, 하대성(이상 베이징 궈안), 김주영(상하이 둥야)이 떠난 마당에 함께 서울을 건설한 최 감독의 중국행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터였다. 실제 서울 측에서도 긍정적인 분위기였다.

:: 신의와 명분, 서울이 더 강해질 자명한 계기

경기 전 서울월드컵경기장 전광판에는 특별 영상이 흘렀다. 득점 직후 벤치에서 코너플래그까지 달려가 선수들을 얼싸안는 최 감독의 모습. 이어 나열된 텍스트 '독려', '통솔력', '수많은 고민', '리더의 자질' 등. '멀리 가려면 함께 가라'라는 문구와 함께 "최용수!"를 연호하던 서포터즈 수호신의 모습은 낯설기까지 했다. 최근 수년간 서울 홈 구장 분위기를 느껴온 이라면 누구나 동조했을 부분이다.

과정이야 어찌 됐든 신의와 명분을 얻었다. 인터뷰를 마친 뒤 슬며시 "(장쑤의 거액 제의를 뿌리치면서) 소고기 먹을 거 삼겹살 먹어야지"라며 속삭인 그는 빠른 시일 내 분위기를 다잡으며 결단력 넘치는 이미지까지 얻었다. "선수들 사이에 동요가 있었다고 들었다"라면서도 "정리를 하고 나니 선수들 눈빛에 신뢰가 쌓이는 느낌이 확 왔다"며 감상을 전해왔다.

중국행을 고사하며 던진 메시지는 그 힘이 강력할 터다. 서울이 K리그를 휘어잡고 ACL 왕좌에까지 도전할 때, '최용수=지략가'의 이미지가 깔려있었느냐는 반문을 던져보면 더더욱 그렇다. 스리백과 포백을 혼용하고, 정삼각형의 미드필더 조합을 역삼각형으로 뒤집는 등 전술적인 시도를 다양하게 해온 건 사실이다. 단, 주축 선수진의 이탈, 경직된 선수 기용 등과 맞물려 전술, 전략적인 측면에 의구심을 표한 이도 적지는 않았다.

"선수단을 아주 꽉 잡고 계시죠. 숨 막힐 수도 있을 만큼요". 서울 소속 모 선수는 최 감독을 그렇게 표현했다. 2011년 4월, 황보관 감독에게서 갑작스레 자리를 물려받았고, 이후 '대행' 꼬리표를 떼면서 영광을 쓴 최용수표 축구는 완벽한 선수단 장악 없이는 존립하지 못했을 것이다. "내가 나가길 바랐던 선수들을 세어봤다"며 입꼬리를 씰룩이던 그는 이번 결정으로 더 큰 힘을 얻었다.

:: 서울 축구는 재미있는가? 어떻게 해야 더 재밌어질까?

이제 화두는 '돈'에서 '서울의 순위', '서울의 경기력'으로 넘어간다. 신의와 명분을 지켜냈으니 다시 한 번 팬을 끌어모을 축구를 할 수 있느냐가 중요해졌다. 2012 시즌 K리그클래식 우승에 이어 2013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까지 오르며 최고조에 올랐으나, 이후에는 예년만 못하다는 평가도 슬슬 나왔다.

성적 부문에서는 더 말할 게 없다. 클럽팀 커리어 기준, 40대 감독 중 최 감독에 비견할 인물이라면 신태용 전 성남 감독(현 올림픽 대표팀 감독) 정도나 될까. 팀 사정이 달라 적확한 비교는 어렵지만, 최 감독 만한 인물 찾기란 쉽지 않다. 지난해 마지막 라운드에서 (수원의 도움을 받기는 했어도) 가까스로 ACL 진출권을 따낸 일, 올 시즌 일본 가시마 원정에서 극적으로 ACL 16강행을 일궈낸 일 등. 위기 속에서도 만들어내는 '기적'은 시쳇말로 그간 쌓인 '짬' 없이는 불가능했으리라. 최하위권에서 놀던 팀을 4위까지 올려놓은 리그 성적도 마찬가지다.

단, 경기력에는 물음표가 붙는다. 아무래도 실점보다는 득점이 크게 줄었다는 부분이 클 것. 실제 내용만 따져봐도 페널티박스로 침투하는 빈도는 급감했다. 속도를 높이기 시작하고(하대성), 이를 정확하게 연결해 템포를 이어나가거나 본인이 직접 마무리할 자원(데얀)이 이탈한 부담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몰리나나 에벨톤이 남아있으나, 스스로 찬란히 빛나기보다는 시너지 효과를 거쳤을 때 더 큰 효과를 볼 자원이다. 덩달아 측면을 겸하며 뒤흔드는 작업 역시 그 색깔이 많이 옅어졌다.

광주전 후반 16분, 서울은 공격진 간의 거리를 바짝 좁혀 짧게 짧게 돌려놓는 공격 전개에 성공한다. 비록 득점까지 이어지지는 못했어도, 관중은 환호했다. 이렇듯 박스 정면에서 볼을 점유하고, 패스 돌리는 속도를 높여가는 광경은 언제나 관중석을 들끓게 한다. 어떻게 중앙, 측면을 가리지 않고 더 격렬히 리듬을 올리는가, 어떻게 골이 터질 기대를 더 자주 갖게 하느냐가 현재 서울이 풀어나갈 과제다(하단 캡처 참고).

:: 최용수 감독의 검증은 현재 진행 중

남기일 광주 감독은 최 감독이 받은 제의에 대해 "나라면 심청이의 마음으로 떠났을 수도 있었는데···."라며 미소를 지었다. 비단 남 감독뿐만이 아니다. 한 대학 감독은 "데얀도 없고, (하)대성이도 없고. (김)주영이까지 빠졌으니 용수가 진짜 지도자로서 시험대에 올랐지"라며 올 시즌을 내다봤다. 40대 동년배 지도자에게 최 감독은 '부잣집 도련님'처럼 비치기도 했다. 때로는 질투와 시기를 받았으며, 때로는 부러움을 샀던 존재. 하기야 그만한 연령대에 그만한 규모의 팀을 수년간 끌고 온 건 절대 흔한 케이스가 아니다.

하지만 그만큼 고민도 깊고, 컸을 터다. 지금까지 해온 것만도 대단했는데, 이제는 더 완벽한 결과물을 내보여야 한다. "연봉도 그렇고, 환경도 그렇고 늘 과분한 위치에 있다. 이건 나만이 받는 특혜다"라던 최 감독은 또 다른 검증 무대에 서게 됐다. 성적을 내는 축구를 넘어 성적'만' 내는 축구일지, 성적'도' 내는 축구일지는 앞으로 몸소 보여줄 부분이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눈높이를 상대할 최 감독이 서울과의 관계를 어떻게 끌어갈지 궁금하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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