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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성일의 들숨날숨] 안정환과 '청춘FC', 다시 축구가 희망이다

조회수 2015. 7. 6. 16:4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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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는 안정환의 예능 나들이는 탐탁지 않은 '외도'였다. 하지만 안정환은 개의치 않았다. 은퇴 후 한동안은 전혀 축구를 생각하고 싶지 않았고, 축구선수였다고 계속 축구와 관련된 일을 해야 할 필요는 없다고 판단했다. 인터뷰 ②편에서 그가 밝힌 것처럼 "운동장에서 뛰는 현역 선수라면 반드시 축구를 해야겠으나 이미 은퇴한 사람"이었다.

말은 그렇게 했으나 나름 이유도 있었다. 평생 축구만 했던 안정환이다. 은퇴와 함께 송두리째 빠져나간 축구의 빈자리는 비슷한 경험자 아니면 공감키 어렵다. 안정환은 "가족을 위해 방송에 나갔고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즐거웠다. 어떻게 보면 (은퇴 이후)공허함을 방송으로 채웠던 것 같다"는 말로 혹자의 눈에 비친 '외도' 이유를 설명했다.

하지만 결국 안정환은 다시 축구계로 돌아왔다. '해설위원 안정환'이 전부는 아니다. 진짜 도전은 지금부터다. 현역 때부터 다양한 도전을 즐겼던 '축구 방랑자' 안정환이 서서히 '지도자 안정환'을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첫 단추가 의외다. 대표팀에서도, K리그 클럽에서도 러브콜을 받았던 그가 택한 최초의 팀은 실패했던 청춘들이 희망을 노래하는 < 청춘FC > 다.

프로팀 러브콜까지 마다하고 잡은 '미친 짓'

"나라고 왜 지도자 생각을 하지 않았겠는가. 3년에 걸쳐 지도자 교육을 받았고 자격증도 취득했다. 은퇴 후 남들은 그냥 놀고 지낸다고 생각했겠지만 이것저것 준비하며 지냈다. 때가 아니었을 뿐이다. 그러던 차에 여기(청춘FC) 피디님(최재형 PD)으로부터 불쑥 제안이 들어왔다. 처음에는 정말 생각이 없었다. 그런데 진심으로 다가서더라. 그때부터 나도 찬찬히 프로그램을 살펴봤다. 보면 볼수록 취지가 참 좋았다."

안정환이 오는 7월11일 첫 방송되는 KBS의 새로운 예능 프로그램 < 청춘FC-헝그리일레븐 > 에 출연하게 된 배경이다. 모든 이들이 부러워할 만큼 화려한 길을 걸었던 성공한 축구인 안정환이 택한 첫 번째 지도자의 길은 실패한 이들과의 어깨동무였다.

안정환은 "솔직히 말하면 프로와 아마 팀을 가리지 않고 많은 제안이 들어왔다. 심지어 대표팀 쪽에서의 러브콜도 있었다. 하지만 아직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별로 가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고 안정환답게 말한 뒤 "그런데 '청춘FC'은 도전해볼만한 가치가 있다 생각했다"는 뜻을 전했다. 안정환의 화법은 거침없었다.

"K리그 팀에서 진지하게 손을 내밀었는데 내가 안가겠다고 하니까 지인들이 '미친 놈'이라고 하더라. 남들은 프로팀 지휘봉을 잡고 싶어서 로비까지 하는 마당인데 잘 생각하라는 조언을 많이 들었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거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개인적으로, 지금은 프로팀이나 대표팀보다 청춘FC가 더 중요해 보였다."

안정환은 "물론 이것을 하다가 후회할지도 모른다. 정말 사서 고생이다"라고 웃은 뒤 "오디션에 참가한 선수들의 사연을 하나하나 보면서 내가 조금이라도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진지한 목소리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남들은 내가 화려한 시절만 보냈다고 생각하지만 나도 어렸을 때는 힘들게 공을 찼다. 이 선수들의 마음을 알고 있다"면서 "많은 것이 안타까웠다. 한편으로는 이런 일을 방송국이 아니라 축구인들이 마련했어야했다는 생각도 들었다"는 속내도 꺼내보였다.

지원자의 어두운 표정에서 본 축구의 이면

인터뷰가 진행된 때는 선수 선발 오디션을 대략 마친 다음이었고 7월 초 유럽 전지훈련 스케줄도 어느 정도 나온 상태였다. 선수들을 지켜본 소감을 물었다. "실력은 진짜 없다(웃음). 잘했으면 지금쯤 어느 팀에선가 뛰고 있지 않겠는가"라고 가감 없이 말하던 안정환 감독은 선수들의 자세, 특히 표정에 주목했다.

안정환 감독은 "애들이 밝지가 않다. 열심히는 하는데 표정이 다 어둡다. 무언가에 갇혀 있고 억눌려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는 설명을 전했다. 안 감독의 마음을 움직인 중요한 단초이기도 하다.

그는 "처음에 2400명 정도가 지원했다고 했을 때 깜짝 놀았다. 주위 환경 문제부터 가정 형편까지, 축구를 포기해야 했던 이유들이 많았다. 20대 초반의 어린 친구들도 많이 찾아왔더라"면서 "아마 신청하고 싶었으나 못한 친구들은 더 많을 거다. 그렇다면 대체 하고 싶은 축구를 중간에 포기한 애들이 얼마나 많다는 것인가. 정말 놀라웠다"는 말을 전했다. 그는 "축구의 어두운 면을 봤다"는 표현을 썼다. 국민적인 사랑을 받는 최고의 스포츠 축구지만, 모두가 따뜻한 조명을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뜻이었다.

어쩔 수 없이 축구를 포기해야했던 청춘들의 '어두운 표정' 때문에 안정환 감독은 더더욱 팀을 맡아야겠다는 마음을 먹었다고 전했다. 부모를 일찍 여의거나 학비나 식비가 없어 축구를 포기해야했던 청춘부터 지도자나 에이전트를 잘못만나 진로가 꼬여버린 청춘까지, 실패한 스토리는 다양했다.

안정환은 "아직 젊은 친구들인데 삶에 찌들어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처한 환경 때문일 수도 있고 타인에 의한 아픔일 수도 있다"면서 "상처가 많고, 그래서 눈치를 보고 살아온 것 같다. 애들이 욕만 먹었지 칭찬을 받아본 적은 드물었다. 그래서 도와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전했다.

팀을 찾아주기보다 팀을 만들어주고 싶다

"처음에는 말도 안 되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했다. 팀을 꾸린다는 것이 얼마나 엄청난 일인지, 과연 제대로 알고 시작을 하는 것인지 의심도 들었다. 팀을 운영하는 것은 기업을 하나 움직이는 것과 똑같다. 그 어마어마한 일을 어떻게 하려고 그러나 싶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되더라. 정말 잘한 것 같다."

축구인 안정환은, 선배이자 감독인 안정환은 행복해하고 있었다. 남들이 표현하는 '외도'의 시간이 조금 더 길어질 수도 있었던 안정환이 보다 빨리 지휘봉을 잡게 된 이유는 앞서 소개한 것처럼 자신이 원하는 일을 만나 마음이 동했던 까닭이다. 그래서 목표도 점점 커지고 있다. TV 프로그램을 위한 제안으로 시작했으나 그가 바라보는 끝 지점은 다르다.

안정환은 "처음에는 이들이 뛸 수 있는 팀을 찾아주는 게 목표였다. 하지만 이제는 팀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원대한 포부를 밝혔다. 이어 "팀을 만들어 리그에 참여하고 싶다. 당장 K리그에서 뛸 수는 없겠지만 K3가 되든 직장인 팀이든, 이들에게 직업을 만들어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축구밖에 모르는 이들에게 축구를 되돌려주고 싶다는 바람이었다.

그는 "선수들의 이력서를 보니 별의별 직업이 다 있더라. 할 줄 아는 것은 축구 밖에 없으니 너무 많은 고생을 하고 있었다. 시쳇말로 먹고 살기 힘든 이들도 있었다"면서 "다시 축구를 하게 해주고 싶다. 돈은 좀 덜 벌어도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사는 게 낫지 않겠는가. 배고파도 정신적으로는 더 풍요로울 것 같다. 그런 의미를 만들어주고 싶다"는 지향점을 전했다.

마냥 TV 예능 프로그램에 그칠 생각은 없다. 안정환은 진짜로 '팀'을 생각하기에 "일부러 좀 더 가능성 있는 어린 선수들을 뽑았다"고 했다. 진지한 안정환은 "어느 정도 자리를 잡는다면, 궁극적으로는 이 선수들과 맞는 감독을 찾아주고 싶다. 나 말고 또 절실한 사람이 필요하다"면서 "그렇게 된다면 정말 좋겠다. 안 되면 (맞는 감독을)찾아볼 생각도 있다"고 했다.

안정환은 "이 프로그램은 돈도 안 되고 시간도 엄청 걸린다"고 농을 쳤다. 그 속에서 "단 한 두 명이라도 잘된다면 그것으로도 행복할 것 같다. 도전하고 노력한 것만으로도 의미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시작했다"는 진지한 마음가짐을 전했다. 안정환에게도, 과거에 실패했던 '청춘FC' 일원들에게도 다시 축구가 희망으로 떠올랐다.

- 끝

글= 임성일[뉴스1 스포츠부/lastuncle@daum.net]

사진= 스포츠공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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