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휴스턴 팜 제일 빠른 남자, 문찬종

박현철 기자 입력 2015. 7. 6. 12:31 수정 2015. 7. 6. 1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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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박현철 기자] "미국 무대가 오히려 더 기본에 충실하다고 생각해요. 가장 기본적으로 해야할 것에 대해 굉장히 체계적으로 가르쳐주거든요. 물론 그 다음 단계는 선수의 자율에 있는 만큼 더욱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홈플레이트에서 1루까지 3.8초에 주파하는 스위치히터 내야수. 아직 마이너리그지만 지난해 리그 베스트 베이스러너로 선정된 유망주다. 그리고 올해는 트리플A도 다녀오며 뜻깊은 경험을 했다. 휴스턴 애스트로스 팜 최고의 준족 중 한 명인 내야수 문찬종(24, 183cm 84kg)이 자신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꿈에 대해 이야기했다.

충암고를 졸업하고 지난 2010년 휴스턴과 계약을 맺으며(계약금 35만 달러) 메이저리그 무대를 향해 발을 옮긴 문찬종. 당시 최하위권을 전전하다보니 유망주들이 가득했던 휴스턴 팜. 문찬종은 좌충우돌하며 자신의 기량을 키웠고 지금은 수비-주루 면에서 메이저리그를 노크해도 손색없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성장 중이다. 다만 문찬종의 본래 포지션인 유격수 자리에는 최고 유망주인 카를로스 코레아(21, 2012년 전체 1순위), 2루 자리에는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타격-도루 2관왕(0.341-56도루) 호세 알투베(25)가 버티고 있다.

다소 불운한 현 시점에서도 문찬종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가고 있다. 휴스턴 산하 더블A팀인 코퍼스 크리스티 훅스 소속으로 뛰고 있는 문찬종은 56경기 0.286 3홈런 17타점 15도루를 기록 중이다. 트리플A 프레스노 그리즐리스에서 뛴 기록까지 합친 성적. 최근 타격 페이스가 좋은 편이라 타율이 오르는 중이다. 2013~2014년 싱글A 올스타로도 선정되어 기량 성장세를 보여주는 중인 문찬종이다.

"몸 상태는 괜찮아요. 다만 겨우내 호주 세미프로리그에서 뛰다보니 예년에 비하면 약간 체력 안배가 필요한 정도일 뿐입니다. 아무래도 저희 홈 연고지가 고온 다습한 곳이라 체력 보충에도 신경을 쓰고 있어요. 호주에서 4개월을 뛰면서 구대성(전 한화) 선배도 뵈었는데 타격폼 보완점 등을 지적해주셔서 감사했습니다."

대체로 메이저리그 구단들은 주목하는 유망주를 트리플A에 놓기보다 더블A에 놓는다. 문찬종은 팜 내 톱 유망주는 아니지만 건실한 수비가 장점인 유틸리티 플레이어. 메이저리그에서 장수할 수 있는 요건을 갖춘 유망주다. 스포트라이트 뒤에서 외로움과 싸우는 가운데 문찬종은 스스로 실력을 키우고 있다.

"더블A에는 대부분 투수들이 95마일(약 153km)의 공을 던져요. 팀 마다 100마일(약 161km) 포심을 자랑하는 투수들이 있고요. 그런데 트리플A에 가보니 그 곳은 볼 빠르기를 앞세우기보다 140km대 초중반의 공과 함꼐 좋은 변화구, 그리고 두뇌 피칭을 펼치는 투수들이 많더라고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문찬종이 생각하는 본인의 장점은 바로 수비력과 주루 능력. 투수와 포수를 제외한 모든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으나 실전에서는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한다. 그래도 그것만으로도 활용도는 충분히 높다. 홈에서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도 3.8초에 끊을 정도. 스즈키 이치로(마이애미)가 전성 시절 문찬종과 같은 기록을 자랑했다.

"수비와 주루에 있어서는 자신있어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서 작전 수행 능력과 빠른 발을 앞세우는 선수라고 생각합니다. 사실 매달 팀에서 홈에서 1루까지 도달하는 시간을 체크해 선수들에게 공지하는 데 제가 1등이에요.(웃음) 지난 시즌에는 싱글A 베스트 베이스러너로도 뽑혔습니다. 다만 타격 면에서는 더 배워야 해요. 2스트라이크 이후 삼진을 당하지 않으려고 나쁜 공에도 배트가 나가는 데 그 부분이 아쉽습니다. 선구안을 더 키워야지요."

이역만리에서 만 5년, 6년차 시즌을 보내는 만큼 문찬종은 웃으면서도 외로움과 싸우고 있다. "처음 미국에 갈 때는 부모님께서 눈물을 흘리셔서 저도 괴롭고 외로웠는데 지금은 웃으면서 보내주시더라. 지금은 스스로 마인드컨트롤하는 요령을 알게 된 것 같다"라고 밝힌 문찬종. 함께 마이너리그 한솥밥을 먹다가 프랜차이즈 스타로 자리 잡은 알투베에 대해 물어보았다.

"2년 전 함께 캠프에 있을 때 제게 '글러브 없으니 하나만 줘'라고 부탁하더라고요. 아무래도 체격이 작다보니(170cm) 에이전트사에서도 알투베에게 크게 기대하지 않았어요. 그러다 마침 메이저리그에서 빈 자리가 있을 때 공격력이 좋은 알투베를 더블A에서 곧바로 콜업했고 자리를 잡아서 부럽더라고요. 그리고 코레아가 들어온 뒤 우리 선수들 팜 내 순위가 하나씩 밀렸어요. 더욱이 저는 같은 코레아와 같은 포지션이라 많이 힘들었고 그 때 야구를 그만둬야 하나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럴 때 이학주(탬파베이) 선배, 강경덕(애틀랜타) 선배가 많이 격려해줘서 다시 야구에 매달릴 수 있었어요."

메이저리그 데뷔와 함께 문찬종이 꾸는 가장 큰 꿈은 바로 태극마크. 올 시즌 후 국가대항전인 프리미어 12가 열리지만 김인식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 기술위원회의 시선은 메이저리거, 일본파 선수들에게 쏠려있다. 그래서 문찬종을 비롯한 마이너리그 선수들의 선발 가능성은 굉장히 희박하다. 그 가운데서도 문찬종은 태극마크의 꿈을 놓지 않았다.

"미국에 처음 왔을 때도 지금도 항상 간직한 꿈이에요. 언젠가 훨씬 좋은 선수가 되어서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고 대표팀을 위해 공헌하고 싶다고. 국내에서는 마이너리그에 대한 관심이 없다보니 제 꿈이 쉽지 않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그렇지만 언젠가 꼭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로서 태극마크를 달고 제가 할 수 있는 야구로 힘을 보태고 싶습니다."

프로페셔널인 만큼 열심히 한다는 것은 칭찬이 될 수 없다. 이는 당연한 미덕. 팬들은 열심히 하는 선수도 좋아하지만 잘하는 선수를 가장 좋아한다. 화려함보다 튼실한 수비와 영리한 작전수행능력으로 팀에 힘을 보태는 롤 플레이어 문찬종. 그는 앞으로 어떤 이미지를 남기고 싶을까.

"유틸리티 내야수로서 어떤 타구가 오더라도 잘 처리하는. 그리고 누상에 나갔을 때 빠른 발로 상대 수비진을 휘젓는 메이저리거가 되고 싶어요. 올해 세 가지 목표를 세웠습니다. 한 시즌 50도루, 3할 타율, 실책 줄이기. 호주에서 비시즌 4개월 실전으로 인해 부담이 있기는 하지만 50도루를 꼭 달성하고 싶어요. 프로는 열심히 하는 것이 당연하잖아요. 이제는 잘 하는 선수 문찬종이 되고 싶습니다."

[사진] 문찬종 ⓒ 선수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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