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린 공의 왼손 닥터K', 주형광이 본 유희관

최민규 입력 2015. 7. 6. 11:01 수정 2015. 7. 6. 1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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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최민규]

두산 유희관(29)의 피칭을 보면 감탄이 나올 수 밖에 없다.

직구 구속은 시속 134km가 그의 기준으론 '매우 빠른 공'이다. 하지만 이 공을 두려움 없이 던진다. 시속 130km짜리 직구를 우타자 몸쪽으로 꽂는 장면에서 팬들은 '저 공을 왜 못 칠까'라는 의문에 빠지곤 한다. '맞춰 잡는 투수' 유형이지만 올 시즌에 삼진도 늘어났다. 107⅔이닝 동안 삼진 79개를 잡아냈다. 9이닝당 6.6개로 종전 네 시즌 기록(5.8개)을 크게 앞지른다.

'공이 느린 왼손 닥터 K'의 원조는 주형광(39) 롯데 재활군 코치다. 그는 3년차던 1996년 삼진 221개를 잡아내며 팀 선배 최동원(1984년·223K)에 이어 이 부문 통산 2위에 올랐다. 이상훈, 구대성, 송진우 등 쟁쟁한 왼손 투수들과는 달리 그는 직구 구속이 빠른 투수가 아니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유희관과 비교한다면 주형광이 화를 낼 것이다. 젊었을 땐 시속 145km가 넘는 공을 던졌다"고 말했다.

하지만 그 자신은 "전성기에도 직구 구속은 시속 137~138km였다. 빨라야 시속 141km 정도였다"고 말했다. 김 감독의 '착각'은 당시 타자들이 체감했던 구속이 스피드건에 찍힌 숫자보다 더 빨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점은 유희관도 마찬가지다.

주 코치는 "팔 스윙을 세게 하기보단 손끝으로 공에 회전을 많이 주려 했다"며 "유희관도 회전수가 좋은 투수일 것"이라고 말했다. 평면 위를 움직일 때 회전수가 많은 공은 회전수가 적은 공보다 빠르다. 투수가 던지는 공은 공기 속을 움직인다. 같은 구속이지만 회전수가 많은 공은 움직임이 더 좋으며, 타자 입장에선 생소한 공이 된다. 그리고 이 공을 마음먹은 곳으로 던졌던 게 주형광의 능력이었다. 주형광이 보는 유희관의 능력도 마찬가지다.

주 코치는 "나는 구위보다는 던지고 싶은 곳에 공을 건지는 퍼센테이지가 높았다. 그래서 편하게 던질 수 있었다"며 "유희관도 무엇보다 제구가 대단한 투수다. 그 제구력은 지금 내가 투수라면 배우고 싶을 정도"라고 말했다.

물론 스타일은 다르다. 주 코치는 현역 시절 우타자 기준으로 몸쪽 슬라이더와 바깥쪽 직구, 두 가지 구종으로 승부하는 투수였다. 류희관은 느린 직구와 더 느린 커브, 그리고 구속이 비슷한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등 네 가지 구종을 섞는다. 주형광이 '횡'이라면 류희관은 '횡'과 '종'을 모두 이용한다. 스타일은 다르지만 공 하나하나에 자신감이 배어있다는 건 공통점이다.

주 코치는 "전성기엔 느린 공으로도 늘 타자를 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유희관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그 친구 투구에선 자신감이 묻어난다"고 말했다. 공이 느리지만 제구력과 자신감을 갖춘 투수라면 '롱런'이라는 단어가 연상된다. 주형광도 20대 초반에는 '프로야구 첫 200승 투수'가 기대됐다. 하지만 팔꿈치 부상과 이어진 토미존 수술 실패로 일찍 유니폼을 벗어야 했다.

주 코치는 "수술 이후에도 구속은 비슷했다. 그러나 그때 이미 내 공은 죽어 있었다. 손끝의 감각이 무뎌졌고, 공 하나를 던질 때마다 '잘못되면 어떡하지'라는 불안감이 생겼다"고 회상했다. 그는 "지금 유희관에게 내가 조언할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하지만 딱 하나 만은 말하고 싶을 것이다. "투수의 자신감은 건강에서 나온다".

최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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