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달 짧은 세상구경 마치고 하늘로 돌아간 사랑이

입력 2015. 7. 6. 09:01 수정 2015. 7. 6.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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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비박스에 버려진 뒤 보육시설에서 사망..엎드려 재운 교사 무죄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뒤 보육시설에서 사망…엎드려 재운 교사 무죄

(서울=연합뉴스) 방현덕 기자 = 사랑이(가명)는 태어난 지 5일 만에 버려졌다. 부모는 생일이 4월15일이란 쪽지만 남겨놓고 떠났다.

사랑이는 지난해 4월19일 서울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에서 발견됐다. 서울에서 유일하게 베이비박스가 있는 곳이다. 키 50.1㎝에 몸무게 3.3㎏. 눈, 코, 입부터 손가락 하나하나까지 모두 다 건강한 여자 아이였다.

교회는 일단 경찰에 신고했다. 경찰은 유전자 검사를 하고 사진을 찍고 구청으로 넘겼다. 구청에선 건강검진을 한 뒤 서울시 아동복지센터로 보냈다. 발견 6일 만인 4월24일 사랑이는 한 보육원에 정착했다.

부모에게 버림받은 사랑이의 삶은 가까스로 다시 시작됐다.

그러나 사랑이는 고작 한 달간의 짧은 세상구경을 하고 하늘나라로 돌아갔다.

5월15일 새벽 4시30분께 보육교사는 사랑이에게 분유 120㎖를 줬다. 트림을 시켰는데도 사랑이는 어쩐지 계속 울어댔다. A씨는 사랑이를 이불 위에 엎드려 눕히고는 등을 연방 토닥거렸다.

한 시간쯤 지났을까. 사랑이가 잠이 든 것을 확인한 A씨는 다른 방 아이들을 돌보려고 자리를 떴다. 그러나 다시 한 시간이 지난 오전 6시40분께 다른 보육교사가 방에 들어와 안았을 때 사랑이의 몸이 축 늘어졌다. 얼굴은 창백했다.

놀란 보육교사는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119 구급대가 인근 병원 응급실로 후송했다. 그러나 사랑이는 회복하지 못하고 그날 아침 7시40분께 숨졌다.

병원에서는 '토사물 흡입으로 말미암은 호흡부전'이 사인이라고 했다. 엎드려 있을 때 토했다가 기도가 막혔다고 봤다.

검찰은 사랑이를 엎드려 재운 A씨를 업무상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그러나 1심은 A씨를 무죄로 봤다. 2심인 서울중앙지법 항소1부(김수일 부장판사)도 마찬가지였다.

재판부는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부검 결과 정확한 사인은 불명확하다고 한 점에 주목했다. 재판부는 사랑이의 급사가 산모의 임신 중 흡연, 음주, 마약복용 등 태생적인 원인 때문일 가능성도 있다며 무죄를 선고했다고 6일 밝혔다.

사랑이처럼 관악구 주사랑공동체교회의 베이비박스에 버려진 아이는 지난해 253명이다. 2010년 4명에서 2011년 37명, 2012년 79명, 2013년 252명으로 계속 늘고 있다. 아이를 다시 찾아가는 부모는 20∼30%뿐이다. 나머지는 사랑이처럼 경찰과 구청, 서울시를 거쳐 보육시설로 보내지고 있다.

banghd@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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