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속 오늘> 목화농장 소작인 딸 '검은 테니스 여신' 되다
(서울=연합뉴스) 1957년 7월6일, 앨시아 깁슨(1927∼2003)이 윔블던 트로피를 번쩍 들어 올렸다. '백인 귀족 스포츠'의 대명사이던 테니스에 새 역사가 열리는 순간이었다.
깁슨은 이날 영국 윔블던의 올잉글랜드 클럽에서 열린 윔블던 여자단식 결승에서 달린 하드를 2대0(6-3, 6-2)으로 제압했다. 남녀 선수를 통틀어 윔블던 사상 첫 흑인 우승자였다. 그녀의 나이 서른 살. 시상식장에서 깁슨은 같은 미국 선수였던 하드로부터 축하 키스를 받았다.
1877년 시작된 윔블던 대회는 메이저 테니스 대회 중 가장 오래된 역사를 자랑한다. 참가 선수들이 흰색 유니폼만 입어야 하는 등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윔블던 대회에서 '검은 테니스 여신'의 탄생은 문화적 충격이었다.
깁슨은 1927년 미국 사우스캐롤라이나주에서 태어났다. 부모는 목화농장 소작인이었다. 1930년 대공황 와중에 그녀의 가족은 뉴욕으로 이사했고 깁슨은 뉴욕의 흑인 빈민가 할렘에서 자랐다.
테니스 라켓을 잡은 것은 10대 시절. 뉴욕 지역 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낸 깁슨은 흑인에게 관대하지 않던 시절의 편견과 차별을 극복하고 '흑인 최초'의 역사를 써내려갔다. 1956년 흑인 최초로 프랑스오픈 여자단식에서 우승한 데 이어 1957년 윔블던과 US오픈 여자단식을 연달아 제패했다. 메이저대회에서만 11승(개인 통산 56승)을 거둔 깁슨은 1964년 골프 선수로 변신, 흑인 최초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에 참가했다.
깁슨이 백인들의 전유물이나 마찬가지였던 테니스 코트에서 인종의 벽을 무너뜨렸지만, 깁슨 이후 흑인 테니스 챔피언은 한동안 나오지 않았다. 윔블던 첫 남자 흑인 챔피언(아서 애시)은 1975년에 나왔고, 비너스 윌리엄스는 깁슨 이후 43년 만인 2000년 윔블던 여자단식에서 우승했다.
yunzhe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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