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양궁 DNA'로 무장한 덴마크 1등 궁사

광주/최인준 기자 입력 2015. 7. 6. 03:00 수정 2015. 7. 13.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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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光州 유니버시아드] U대회 女양궁 마야 예여.. 기보배 등과 金 다툴 듯 충북 중원大서 양궁 배워 2013세계선수권서 깜짝 金 훈련 중에 "대박" "집중집중".. "활 쏠땐 한국말이 더 편해요"

"아, 기운 없어…. 저녁에 삼계탕 먹을까?"

5일 염주 서향순올림픽제패기념양궁장. 22번 사대에 서 있던 덴마크 여자 양궁 대표팀의 마야 예여(24)가 동료 선수에게 다가가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한국말로 말하기 시작했다. 광주 유니버시아드 양궁 여자 리커브에 출전 중인 예여는 함께 대회에 참가한 덴마크 남자 대표팀의 요한 한센(24)과 함께 충북 괴산에 있는 중원대학교에 재학 중이다. 예여는 이날 동료의 훈련을 지켜보다가 "대박!" "집중, 집중"이라고 말하는 등 덴마크어나 영어보다 한국말을 더 자주 사용했다. 예여는 "한국 감독님들에게 양궁을 배우다 보니 운동할 때는 한국말이 더 편하다"고 했다.

8세 때 활을 잡기 시작한 예여가 처음 한국에 온 건 2008년 봄이었다. 덴마크 양궁 대표팀은 양궁 강국인 한국에 매년 한 차례 이상 전지훈련을 다녀가곤 했는데 예여도 그때 성인 대표팀에 뽑힌 것이다. 예여는 한국 전지훈련 때마다 이번 대회 한국 남자 양궁 컴파운드대표팀을 이끌고 있는 김형탁 중원대 양궁부 감독의 지도를 받았다.

예여는 당시만 해도 세계 10~20위권에서 맴돌았다. 국제대회 우승 타이틀도 없었다. 하지만 김 감독의 지도를 받으며 기량이 일취월장했다. 예여는 2013년 터키 세계양궁선수권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며 세계 양궁계의 스타로 떠올랐다. 당시 예여는 8강에서 2012 런던올림픽 2관왕 기보배(당시 세계 1위)를 물리친 데 이어 4강에선 윤옥희(당시 2위)를 꺾었다. 단체전에선 동메달을 추가했다.

예여는 2013년 덴마크올림픽위원회가 선정하는 '올해의 선수상'을 받았다. 최근엔 자국에서 KIA 자동차의 광고 모델로 활동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예여는 2013년부터 아예 중원대학교 한국어학당을 다니며 한국말 배우기에 들어갔다. 한국 연예인과 K팝에 빠져 한국어를 시작한 다른 외국인들과 달리 그는 오로지 한국에서 체계적인 양궁 훈련을 받고 싶어 한국어를 배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최근엔 한국어능력시험 2급을 땄다.

한국 양궁을 통해 세계적 선수로 성장한 예여의 최종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다. 2012년 런던올림픽 때 1회전에서 탈락한 그녀는 내년 리우 올림픽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덴마크와 한국을 오가며 훈련해온 예여는 지난해 중원대 컴퓨터시스템공학과에 입학한 뒤로는 한국에서 주로 훈련을 하고 있다.

예여는 5일 열린 광주 유니버시아드 양궁 여자 리커브 70m 예선에서 한국(기보배·강채영·최미선)과 대만에 이어 5위(655점)로 통과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세계 랭킹 7위인 예여는 광주 유니버시아드에 출전한 선수 중 기보배(세계 2위) 다음으로 랭킹이 높아 메달 전망이 높은 편이다. 예여는 "한국에서 양궁을 하면서 새로 태어났다"며 "한국에서 열리는 큰 대회에서 멋진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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