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위 식히러 간 한강둔치 "더 열받네"

입력 2015. 7. 6. 03:00 수정 2015. 7. 6.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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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자정 넘도록 텐트 쳐놓고 술판 고성오후 9시 이후에는 한강 둔치에 텐트를 설치할 수 없지만 밤 12시가 다 되도록 텐트가 그대로 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야, 마셔. 인생 뭐 있냐. 마시고 죽자!”

4일 오후 11시경 서울 서초구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잔디밭에 돗자리를 깔고 둘러앉은 예닐곱 명이 종이컵을 맞대며 이런 구호와 함께 ‘건배!’를 외쳤다. 이들이 내지르는 건배 제의에 그 옆에서 산책하던 시민들은 흠칫 놀라 고개를 돌렸다.

편의점 앞 공터도 취객들로 만원이었다. 설치된 테이블 30여 개는 맥주나 소주를 마시는 이들의 차지였다. 옆에 세워 놓은 자전거에서는 경광등이 쉴 새 없이 깜빡거렸고 스피커에서도 노랫소리가 계속 흘러나왔다.

본격적인 여름철에 접어들면서 한강 둔치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한낮 기온이 30도를 넘고 메르스 사태로 움츠러들었던 이들이 다시 야외로 나가기 시작한 덕분이다.

하지만 일부 몰지각한 시민의 행동이 다른 방문객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취재팀이 4일 한강시민공원 반포, 여의도, 잠실지구를 둘러본 결과 남녀노소가 즐기는 대표 휴식처의 위상에 걸맞지 않은 모습이 여럿 눈에 띄었다.

무분별하게 설치된 텐트가 대표적이다. 서울시는 안이 보이도록 2개 면을 개방한 가로 세로 각각 3m 이내인 소형 텐트만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하고 있다. 그러나 둔치 곳곳에는 대형 그늘막이나 나무에 줄로 팽팽하게 연결한 대형 텐트가 곳곳에 설치돼 있었다.

한강시민공원에서는 야영을 금지하고 있다. 공원 안내소는 오후 9시를 전후로 “과태료 100만 원이 부과되니 방송을 듣는 즉시 텐트를 철거해 달라”는 방송을 여러 번 내보냈지만 개의치 않는 분위기였다.

직장인 유모 씨(33)는 “주말 밤이면 이곳은 해방구로 변한다. 얼마 전에도 술에 취해 비틀거리던 사람이 갑자기 자전거 전용도로로 뛰어들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자정이 지나도 술자리는 크게 줄지 않았다. 반포지구 잔디밭에만 50여 팀 이상이 남아 있었다. 반포대교 옆에선 폭죽 터지는 소리가 연달아 들려왔다.

곳곳 쓰레기 산더미에 악취까지4일 오후 11시경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쓰레기통 주변에 각종 음식물과 빈 병, 빈 깡통 등이 어지럽게 널려 있다.
쓰레기통에는 방문객들이 먹다 버린 치킨, 술 같은 쓰레기와 캔, 병에 자전거 바퀴까지 쌓여 있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쓰레기는 분리수거가 불가능해 보였고 냄새도 심했다. 잔디밭에도 치우지 않은 신문지와 음식 찌꺼기, 각종 배달 음식점 전단이 나뒹굴었다. 잔디밭 한 가운데에는 부둥켜안은 채로 키스하는 커플들이 눈에 띄었다. 이처럼 진한 애정 행각을 벌이는 커플은 이들 외에도 풀숲과 벤치에도 여럿 있었다.

서울 관악구 윤모 씨(47·여)는 “젊은이들이 심하게 껴안고 있는 모습을 보고 낯 뜨거웠다”며 “피서지에서나 가끔 볼 법한 장면을 목격할 때가 많아 민망하다”고 말했다.

열대야가 시작되는 이달 하순이면 더욱 많은 시민이 한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 한강사업본부 관계자는 “방문객들이 시민공원 운영 규정을 따를 수 있도록 최대한 계도 활동을 벌이고 있다”며 “다른 시민이 불편함을 느끼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창규 기자 kyu@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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