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룡해도 처형당할뻔.. 北지도부 엄청난 공포"

입력 2015. 7. 6. 03:00 수정 2015. 7. 6. 16: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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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탈북 노동당 고위인사가 말하는 '김정은 공포통치' 당 조직지도부-김경희 반대에도 김정은이 장성택 처형 밀어붙여

[동아일보] “김정은의 처형 정치에 북한 민심이 등을 돌리고 있다. 노동당 핵심 부서인 조직지도부 간부들조차 김정은의 통치 방식에 공포를 느끼고 있다. 현재 북한 지도부가 느끼는 공포심은 바깥에서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이런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있을 경우 김정은 체제는 3년 이상 버티기 힘들 것이다.”

북한 김정은의 공포정치가 점점 심해지는 가운데 최근 제3국을 거쳐 탈북한 북한 노동당 고위급 인사 A 씨가 전한 김정은 체제 이후 북한 지도부의 분위기이다. A 씨는 채널A가 단독 보도(본보 4일자 A1면)한 망명설의 주인공 박승원 상장보다 북한 권력 내부 사정을 더 잘 알 수 있는 위치에 있었지만 그의 요구에 따라 인적사항은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기자는 그를 만나 최근 북한 간부들의 움직임을 들을 수 있었다. 정황 자체가 매우 구체적이어서 새겨들을 대목이 많았다. 다음은 그가 전해준 최근의 북한 내부 사정을 일문일답식으로 정리한 것이다.―북한 간부들이 크게 동요하고 있는가.

“재작년 12월 장성택 처형이 직접적 계기가 됐다. 남쪽에선 노동당 조직지도부가 처형을 주도한 것으로 보도되고 있지만 사실이 아니다. 조직지도부조차 처형을 반대했다. 고모 김경희도 조연준 조직지도부 1부부장에게 조카(김정은)를 좀 설득해 달라고 부탁했을 정도였다. 조연준은 김정은을 독대해 김경희의 뜻을 전했지만 처형을 막지 못했다. 북한에서 장성택 처형을 찬성한 간부는 없었다. 장성택은 북한에서 가장 간부들의 신임을 받았던 인물이었기 때문이다.”

―장성택은 김일성의 핏줄이 아니기 때문에, 이른바 백두혈통이 아니라 처형된 것 아닌가.

“모르는 소리다. 김일성의 사위로 40년 넘게 살았는데 어떻게 김일성 가문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는가. 어쩌면 그는 북한 주민들에겐 김정은보다 더 확실하게 각인된 백두혈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또 40년 넘게 권력의 핵심에 있었던 인물이다. 북한 고위 간부들 중에 장성택과 연고가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다.”

▼ “金, 바늘 소리도 보고하라고 지시” ▼ ―그런 사람이 왜 처형됐나.

“김정은이 자기보다 더 신망을 받는 실세를 옆에 두는 것 자체를 두려워했던 것 같다. 김정은은 아버지 김정일 사망으로 권력을 잡기 전 북한군 총정치국에 1년 정도 있었던 것이 경력의 전부였다. 그러다 보니 당과 내각이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조차 잘 알지 못했고, 정치 경제 외교 등에도 무지했다. 집권 첫 1년 반 동안엔 장성택이 먼저 서명을 한 서류만 승인하며 수렴청정에 의존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이 자신에게 환호하는 모습을 자주 보면서 ‘장성택 없이도 할 수 있다’고 자신감을 가진 것 같다. 보다 직접적인 이유로는 처형 직전 경제발전 노선을 두고 알력이 심했다.”

―그게 무엇인가.

“내세울 경력이 없는 김정은으로서는 집권 이후 자기 치적이라 선전할 것들이 중요하다. 그래서 평양 창전거리, 문수 물놀이장, 마식령 스키장 건설에 열심이었다. 처음엔 장성택도 김정은이 하자는 대로 돈을 투자해 주었다. 그러다가 너무 지나치다고 판단했는지 이제 나라의 경제발전을 위해 투자를 해야 할 때라고 주장한 것이다. 아파트나 놀이장 같은 비생산적인 곳에 투자하지 말고 경제특구 같은 데 집중해 확대재생산이 가능한 투자를 해야 한다는 의미였다. 이것이 김정은의 심기를 건드린 것 같다.”

―장성택은 미래에 대해 어떤 구상이 있었나.

“그는 북한이 갑자기 개혁개방을 하면 흔들릴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국경을 중심으로 경제특구를 많이 건설하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중국과도 많은 대화를 나누는 중이었다. 그런데 김정은이 스키장이니 물놀이장이니 하는 곳에 자꾸 돈을 쓰니 이건 아니다 생각했을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중국 지도부는 김정은에게 개혁개방의 의지가 없다고 판단해 격앙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잇따라 많은 사람들이 처형된 것 같다.

“심지어 최룡해도 처형될 뻔했다가 살아났다. 지난해 4월 말 당시 북한군 총정치국장이던 최룡해가 체포돼 한 달 넘게 감금돼 있었던 적이 있다. 한국에선 최룡해가 장성택 처형에 가담했다고 알려졌지만 두 사람은 호형호제(呼兄呼弟)하는 사이였기 때문에 그러진 않았을 것이다. 김정은은 최룡해 숙청의 빌미를 만들기 위해 대좌(대령)인 총정치국 소속 행사과장을 사소한 트집을 잡아 체포하고 바로 다음 날 숱한 사람들을 참관시켜 고사기관총으로 처형했다. 그리고 바로 최룡해를 숙청하려 했는데, 어떤 이유인지 몰라도 살려두고 대신 총정치국장 직위에서만 해임시키고 근로단체비서로 강등시켰다.”

―장성택 숙청이 북한 체제에 미친 영향은 어떤 것인가.

“장성택이 국가 장기 발전 계획을 구상하고 우수한 인재들을 자기 주변에 모았다. 그런데 이 사람들이 다 숙청됐다. 지금 북한 지도부에는 인재가 없다. 숙청 이후 분위기가 경직돼 누구도 책임질 일을 하려 하지 않는다. 창의적 계획을 내놓았다가 김정은의 눈 밖에 나면 처형될지 모르기 때문에 몸을 사린다. 아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계획은 위에 올라가지 못할 것이다. 박봉주 총리도 책임이 두려워 아래에서 올라오는 서류에 서명을 하지 않으려 한다. 그러니 김정은에게 직언을 할 사람은 북에 아무도 없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북한이 어디로 갈지 뻔하지 않겠는가.”

그는 “지금 북한 간부들은 하루하루 숨쉬기조차 조심스러워한다. 눈 밖에 나면 바로 처형되기 때문”이라며 내부 분위기를 이렇게 전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처형이 대표적이라 할 수 있다. 장성택 숙청 직후 김정은은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보고하라’는 지시를 하달했다. 이후 사람들에 대한 감시가 정말 엄격해졌다. 지방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평양에선 작년 초부터 유치원 아이들에게까지 매일 집에서 보고 들은 어른들의 동태를 적어내게 한다. 집에서 부모가 어떤 말을 나누었는지, 어떤 영화를 보았는지, 뭘 보았는지 시시콜콜한 사항들을 모두 적어내야 한다. 아이들에게 이럴 정도인데 어른들에 대한 통제와 감시는 더 말할 것도 없지 않은가. 지금 보위부(비밀경찰)에도 지원자들이 없다. 지방 같은 경우 정원의 절반이 빈 곳이 많다. 사람 죽이는 일에 편승하다가 김정은 체제가 붕괴되면 어떤 처벌을 받을지 모른다는 공포와 걱정 때문에 과거 선망받던 권력기관인 보위부에도 지원자가 없는 것이다. ”

주성하 기자 zsh7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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