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신' 김성근의 리더십

김도환 입력 2015. 7. 6. 00:32 수정 2015. 7. 6. 0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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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프닝>

고양 원더스 취재 시절 김성근 감독으로부터 받은 공에 일구이무란 말이 쓰여있습니다.

공 하나에 다음은 없다는 말,

당시엔 무슨 말인지 몰랐지만 올 시즌 한화 야구를 보면서 조금은 알 것 같은 문구가 됐는데요.

취재파일 K에서 최근 한화 신드롬과 김성근 리더십에 대해 짚어 봤습니다.

<리포트>

돌풍의 중심인 한화 이글스!

중독성 강한 야구로 '마리한화'라는 신조어를 만들어내며 올시즌 흥행의 아이콘으로 등극했습니다.

최근 6년 간 최하위만 다섯 번.

야구팬들에게 만년 꼴찌 후보로 불리던 한화 이글스가 야신을 만나고 달라졌습니다.

경기를 포기하지 않는 끈질긴 승부로 올 시즌 역전승 1위를 차지하며 매 경기 한국시리즈를 방불케 하는 명승부를 펼치고 있습니다.

<인터뷰> 한화 이글스 팬 : "끈질긴 거. 져도 즐길 수 있는 거 그런 거요."

<인터뷰> 한화 이글스 팬 : "끈질기게 팬들에게 뭐 하나라도 더 보여주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경기의 매력이 마리한화의 매력 같습니다."

달라진 경기력 덕분일까요?

올 시즌 한화는 12번 매진을 기록하며 무려 96% 달하는 홈경기 관중 점유율과 전 스포츠 통틀어 올 시즌 최고치인 2.449%라는 수치로 중계시청률 1위를 기록했습니다.

말 그대로 '열풍'입니다.

<인터뷰> 김수한(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많은 사람들이 삼포시대라고 부를 정도로 결혼, 취업 자녀들을 포기하고 많은 사람들이 삶 속에서 무언가를 이루고 싶지만 그걸 이룰 수 없는 어려움에 처해있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지난 몇 년 동안 꼴찌를 했던 한화의 상황과 자기 삶의 상황이 상당히 동일시되는 데 그 삶속에서 돌파구를 일으키는 한화 이글스를 보면서 자신의 삶 속에서 대리만족이나 삶의 가능성을 보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녹취> 캐스터 : "툭 던졌습니다. 1,2간 빠졌습니다!!!! 정범모는 3루까지! 볼 놓쳤어요!!! 홈까지. 아쉬운 실책이 만들어지면서 SK는 한 점을 헌납하고 맙니다. 5:4 다시 한화가 앞서갑니다."

<녹취> 캐스터 : "권혁은 한화에서 새로운 야구인생을 써가고 있습니다. 한화는 최근 스윕이 2013년도였어요. 높게 떴습니다. 높게 뜬 타구 좌익수 잡았습니다. 2013년 이후에 정말 오랜만에 특히나 SK를 상대로 2006년 만에 스윕에 성공하는 한화!"

<인터뷰> 권소영(한화 이글스 팬) : "이글이글거리는 승부욕이 생기지 않았나(생각해요)"

<인터뷰> 오재광(한화 이글스 팬) : "한계에 도전하라. 김성근 감독의 한계에 도전하는불굴의 투지 때문에 영업하는 사람으로 그 열정을 사랑합니다."

올시즌 한화의 선전은 김성근 감독 특유의 리더십을 빼고 설명하기 어렵습니다.

<인터뷰> 김성근(한화 감독) : "야구가 아닌 모든 인생 자체도 순간에 모든 걸 쏟아야지. 앞도 없고 뒤도 없고 순간 자체가 승부니까 그게 야구에서 제일 중요한 게 아닌가 싶어요. 순간이란 자체가 순간을 포착하려면 준비가 필요한 거고 집중이 필요하고 결단이 필요하고."

그의 나이 일흔 셋, 한국 프로스포츠 현직 감독 중 최고령입니다.

지금도 직접 펑고 훈련을 지휘 할 만큼 야구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보다 뜨겁습니다.

<인터뷰> 김성근(한화 감독) : "나는 평상시 선수하고 대화는 안 해요. 펑고는 나와 선수와의 대화예요. 대화라고... 내가 공을 치면서 선수도 움직이면서 '이렇구나 저렇구나' 하면서 거기에서 서로 간에 보이지 않는 믿음이라는 것이 생기는 거죠."

144경기. 긴 시즌을 치르는 동안 잡아야할 경기는 꼭 잡되 버릴 경기는 버리는 게 야구판의 상식이지만 김 감독은 이런 상식을 깨뜨립니다.

오직 오늘 이 순간, 볼 하나에 승리를 위해 모든 걸 쏟아 붓습니다.

김 감독의 좌우명 '일구이무(一球二無)' 그대로입니다.

2007년부터 2011년까지 SK의 사령탑으로 있던 김성근 감독은 한국시리즈 3회 우승과 1회 준우승이라는 성적을 거두며 지도자 생활의 꽃을 피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성적을 냈음에도 불구하고 김성근 감독은 구단과의 잦은 마찰로 해임 통보를 받아야 했습니다.

<인터뷰> 김성근(한화 감독) : "무엇이든 시작했을 때는 조직에 플러스가 되는 일이라고 하면 자기한테 치명타가 되더라도 자기한테 모든 걸 바쳐버려야 해. 근데 요새 리더들이 왜 없냐고 하면 그 자리 가면 돈과 명예와 자리에 연연해버려요. 헷갈려버려요. 그 속에서 책임전가도 시키고 해명하고 이런 사람들이 많지 않나 싶어요."

그리고, 승리에 목말라 있던 한화 팬들은 김성근 감독의 영입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습니다.

냉혹한 승부사 김성근 감독만이 패배에 익숙해진 팀 분위기를 바꿀 수 있는 적임자였기 때문입니다.

김성근 감독은 선수의 능력을 어떻게 극대화하고, 필요한 순간에 활용할지 고민합니다.

평소 선수들에게 엄격한 편으로 유명한 김성근 감독, 올 시즌에는 조금 다릅니다.

감정표현을 숨기지 않습니다.

또, 선수에 대한 남다른 애정을 표현해 화제가 되기도 했는데요.

<인터뷰> 김성근(한화 감독) : "특별하지 않고 선수는 다 똑같아요. 권혁이란 선수 성격을 아니까 그런 행동을 해주는 거고 자연스럽게 된 거고 사람 따라 그렇게 올라가야 하는 경우가 있고 행동을 해줘야 하는 아이가 있고 그 차이가 아닌가 싶어요."

그 선수에 성격과 기질에 맞는 맞춤형 감성 리더십을 보여주고 있는 김성근 감독.

그의 노력에 권혁은 이번 시즌 10개 구단에서 가장 헌신적이고 뛰어난 필승계투로 발돋움했습니다.

<인터뷰> 김수한(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우리가 봐야할 건 김성근 감독이 하는 걸 봤을 때 목표를 세우면 그 목표를 실현 가능한 작은 것으로 나누고 리더가 솔선수범 하는 모습이 있습니다. 자기 스스로도 선수들과 펑고를 할 때 본인이 철저하게 연습해서 웨이트트레이닝 하거든요. 실전에 가까운 공을 보내기 위해 연습을 하는데 과연 우리 사회에서 그 정도로 자기 스스로 책임감과 열정을 가진 리더가 있다면 좋은데 그렇지 않은 상태다 보니까 (주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김성근 감독의 리더십은 '빛과 그림자'로 평가됩니다.

만년 꼴찌였던 한화의 약진과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 가는 김 감독의 지도력은 좋은 평가를 받기에 충분합니다.

매번 논란의 중심에 서는 만큼 김성근 감독의 야구 스타일은 호불호가 극명하게 나뉩니다.

상대팀을 자극 하고, 프로선수들을 마치 아마추어 선수들조련한 듯 대한다는 시선도 있습니다.

<인터뷰> 김성근(한화 야구) : "사람이 갖고 있는 마지막의 0.1%라고 하면 누구나가 버린다고. 근데 0.1% 찾아다니는 사람은 뭔가 한단 말이야. 그게 한화 야구의 근본이 아닐까 싶어. 그래서 아마 팬들이 기적이란 이야기를 하지만 나는 기적이 아니라고 봐요."

<에필로그>

어떤 조직이나 개인에게 한계는 있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한계에 도전하는 건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김성근 감독은 우리에게 한계도 마음먹기에 따라서 얼마든지 넘어설 수 있다며 행동으로, 또 성적으로 보여줍니다.

올 시즌! 리더란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한화의 대변신이 유쾌합니다.

김도환기자 (kidoh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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