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퀴어축제, 보수단체서 '인분' 뿌리며 방해

2015. 7. 5. 22: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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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축제 참가자는 600여명인데, 반대 단체서는1050명

흥분한 회원들 경찰과 실랑이도…'박원순 비난' 손팻말도

일반 시민들, 낯설어하면서도 큰 거부 반응 안보여

"회개하라고, 이XX들아."

5일 저녁 6시40분 대구 중구 봉산문화거리 입구. 기독교단체 회원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악에 받쳐 확성기 마이크를 잡고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있었다. 바로 앞에서는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이 퍼레이드를 끝내고 축제를 벌이고 있었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참가자들은 함께 이 여성에게 이렇게 외쳤다. "사랑해."

동성애자, 양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성소수자들의 축제인 대구퀴어문화축제가 5일 오후 대구 도심에서 열렸다.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기독교단체 등 보수단체 회원들이 거리로 나와 축제를 방해했다. 길 가던 시민들은 축제에 낯설어하면서 많은 관심을 보였다.

제7회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구 중구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에서 시작됐다. 대구기독교총연합회는 같은 시간 동성로 CGV 대구한일점 앞에 집회 신고를 내고 동성애 반대 기도회를 했다. 불과 100m도 채 되지 않는 거리였다.

'동성애는 그저 사랑일 뿐', '동성애를 막읍시다'라고 적힌 펼침막이 나란히 동성로에 걸렸다. 보수단체 회원들이 축제가 열리는 부스 주변을 찾아와 행사를 방해했다. 20여명의 기독교단체 회원들은 축제가 열리고 있는 동성로 야외무대 바로 옆 화장품가게 입구를 막고 앉아 기도를 하기도 했다.

이날 오후 5시13분부터 대구퀴어문화축제의 메인 행사인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애초 CGV 대구한일점~공평네거리~봉산육거리~반월당네거리~CGV 대구한일점 구간(2.5㎞)에서 퍼레이드를 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보수단체와의 충돌을 피해서 대구백화점~공평네거리~중앙네거리~반월당네거리~봉산문화거리 구간(2.0㎞)에서 퍼레이드를 했다.

퍼레이드 차량에 오른 배진교 대구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 공동대표는 참가자들에게 "오늘 이 당당한 퍼레이드로 그동안 여러분의 훼손된 자존감을 회복하고, 앞으로 364일을 행복하게 살자"고 말했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십자가나 '동성애 에이즈 전파 위험행동' 등이 적힌 손팻말을 들고 퍼레이드를 따라다녔다. 흥분한 보수단체 회원 일부는 갑자기 퍼레이드 행렬로 뛰어들어 이를 막는 경찰과 실랑이가 벌이지기도 했다. 보수단체 회원인 이아무개(54)씨는 퍼레이드를 시작하려고 하자 인분을 뿌리며 강하게 반발하기도 했다.

경찰 추산으로 이날 대구퀴어문화축제에 참가한 사람은 600여명이었지만, 보수단체 회원은 1050명이나 됐다. 보수단체 회원들은 '동성애 홍보대사 박원순을 타도하자'고 적힌 손팻말을 들고 대구 도심을 돌아다녔다.

주말을 이용해 동성로에 나온 사람들은 대부분 축제에 큰 거부반응을 보이지 않고, 오히려 재밌어했다. 길을 가다가 퍼레이드를 본 사람들 가운데 일부는 아예 퍼레이드를 구경하며 따라다니기도 했다. 동성로 상인들도 가게 밖으로 나와 신기한 듯 퍼레이드를 구경했다.

동성로에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위해 나왔다는 배아무개(23)씨는 "나는 동성애자도 아니고 동성애에 관심도 없지만 축제 자체는 되게 재미있는 것 같다. 동성애에 대한 찬반은 모르겠고 대구도 이렇게 다양성이 있는 축제가 많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말했다. 친구와 영화를 보러 나왔다는 정아무개(33)씨는 "동성애자들이 이렇게 당당하게 축제를 하는 것을 보고 대구도 많이 바뀐 것 같아 좀 놀랐다. 또 이를 막겠다고 이 더운데 나와서 고생하는 일부 기독교인들의 신앙심도 정말 놀랍다"고 했다.

대구퀴어문화축제는 이날 저녁 7시20분께 봉산문화거리 입구에서 끝났다. 축제 참가자들과 보수단체 회원 사이에 작은 실랑이가 벌어졌지만, 큰 충돌은 없었다. 경찰은 축제를 방해하기 위해 인분을 뿌린 보수단체 회원 이씨를 형사입건할 방침이다.

대구/김일우 기자 cool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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