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對알바생..골 깊어지는 新노사갈등

이재철 입력 2015. 7. 5. 18:28 수정 2015. 7. 14. 0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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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부 자영업자들 '갑질'로 임금체불·부당노동 이어져"무단 결근에 급여 받고 잠적" 고용주들도 피해 호소

#미대 출신 A모 씨(30)는 최근 영화 소품으로 쓰이는 미술 작품을 제작하는 아르바이트를 하다가 ‘지옥’ 을 실감했다. 외주업체가 임금 지급을 차일피일 미뤘지만 결국 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다단계에 걸친 하청구조인 영화계 특성상 체불 임금을 어느 쪽에 청구할지 막막한데다 좁은 미술계에서 ‘찍힐’까봐 두려움이 앞섰기 때문이다.

#경기도 일산에서 2년간 요식업을 하다가 얼마 전 가게를 접은 B모 씨(62)는 고용했던 알바생만 생각만 하면 속이 아린다. 고용한 직원이 일에 집중하지 않고 휴대폰만 보다가 손님에게 항의를 듣는 경우가 허다했다. 그럼에도 B씨는 자칫 ‘악덕 사장’으로 찍힐까봐 따끔한 충고도 못했다. B씨는 “장사 안 되는 스트레스보다 사람이 주는 스트레스가 더 크더라”며 한숨을 쉬었다.

자영업자와 아르바이트(기간제·단시간 근로자)간 마찰이 새로운 사회적 갈등의 씨앗으로 자라나고 있다. 아르바이트생(알바생)은 임금체불·불투명 근로계약 등 ‘약자의 서러움’을 하소연하지만 자영업자들은 “알바 직원과 갈등이 발생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우리들”이라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자영업자와 알바생간 갈등은 대부분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빚어진 임금 관련 분쟁들로 다툼액이 크지 않다보니 정부기관의 중재보다 감정으로 대응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여기에 최저시급 1만원 인상 등 영세 자영업자들을 압박하는 노동계 현안이 대기하고 있어 자영업자·알바 간 마찰을 구조화할 것이라는 염려마저 나온다.

사실 근로자라고 부를 수 조차 없는 알바생들의 열악한 처우는 하루 이틀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시가 최근 편의점 등 2697명의 소규모 사업장 근로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만 보더라도 10명 중 2명은 근로기준이 되는 근로계약서를 아예 작성하지 않았다. 상당수 알바생들이 을의 입장에서 사업주의 부당한 요구를 수용하는 실정인 것이다. 번역일을 하는이모 씨(27)는 당초 외주제작업체가 구두로 일정액의 번역비를 약속했다가 최초 합의금의 25% 수준밖에 줄 수 없다며 버텨 피해를 본 사례다. 이 씨는 “번역 등 이른바 도급 알바 업계는 근로계약서가 없이 구두, 이메일로 업무 지시를 받는 구조다 보니 임금체불이 발생해도 노동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고 민사소송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하소연했다.

한 노동법 전문가는 “최근 모바일, 온라인을 통해 구직활동이 활발하게 이뤄지다 보니 이씨와 같은 도급식 알바 건수가 크게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계약서 없이 이뤄지는 알바 노동의 잠재적 갈등이 사회적 갈등으로 파급될 가능성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 고용주의 몰지각한 ‘갑질’도 문제다. 최근 울산시에서는 알바 직원에게 체불임금 10만원을 10원짜리 동전 1만개로 지급한 고용주가 거센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반면 영세 자영업자들 사이에서는 “알바 직원과 갈등이 발생하면 결국 피해를 보는 쪽은 우리들”이라는 볼멘 소리도 나온다. 알바노조를 비롯해 알바직원들의 피해구제와 권리보호를 위한 각종 단체들이 영향력을 키워온 사이 불성실한 일부 알바 직원들로 피해를 입은 영세 고용주들은 정작 어려움을 하소연할 곳이 마땅치 않다는 주장이다.

서울 강변역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이 모씨(38)는 “언론에서는 늘 피해를 당한 알바 직원만 거론이 되는데 무단 결근, 급여 지급 후 잠적 등으로 난감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다”라며 “심지어 친인척 병간호를 이유로 근무를 못 한다기에 다른 직원을 구하려 하자 부당해고로 노동부에 신고를 한 직원도 있었다”고 허탈해했다.

또 다른 자영업자 박 모씨(34)는 “폐점 후 자신의 친구들을 불러 가게를 사적으로 쓰고 마감 업무 때 냉장고 문을 닫지않아 냉장고 모터 수리로 60만원가 발생했지만 차마 해당 직원에게 수리비용을 부담시키지 못했다”고 한숨을 쉬었다.

[울산 = 서대현 기자 / 서태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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