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 ISS 보고서 반박..'표심 잡기'로 승부수

신정원 입력 2015. 7. 5. 18:07 수정 2015. 7. 5.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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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의 합병에서 최후의 승자가 되기 위해 '표심 잡기'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

합병 반대 의견을 낸 미국계 의결권 자문사인 ISS(Institutional Shareholder Services)의 주장을 조목조목 반박하는 한편 합병의 적법성과 주주가치 극대화 노력을 강조하며 주주들을 설득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5일 ISS 보고서에 대해 "객관적·논리적이지 않은 부분이 많고 엘리엇이 주장하는 부정확한 정보를 인용하고 있다"며 "신뢰성에 의문이 드는 내용으로 주주에게 큰 혼란을 주고 있다"고 깍아내렸다.

삼성물산은 우선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 1대 0.35는 법 규정에 따른 결정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ISS의 주장대로 순자산가치를 기준으로 하더라도 1대 0.95라는 비율은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했다. 제일모직은 41% 고평가, 삼성물산은 50% 저평가됐다는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지적이다.

또 주주친화정책 및 거버넌스위원회와 같은 지배구조 개선 정책 등은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합병이 무산되면 주가가 하락한다거나 미래 불특정 시점에 주가가 상승할 것이라는 전망도 객관적이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꼬집었다.

삼성물산은 ISS 의견과는 상반된 결과가 나온 사례들도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다.

ISS는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사로 외국계 기관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삼성물산은 ISS가 반대 의견을 냈다는 것만으로 '진 싸움'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이르다고 보고 있다.

실제 ISS의 합병 반대 의견에도 피아트와 크라이슬러(2014년 8월), 메트로PCS와 티-모바일 USA(2013년 4월), 글렌코어와 엑스트라타(2012년 11월)는 합병에 성공했다. 특히 피아트-크라이슬러와 클렌코어-엑스트라타는 각 80%와 99.4%의 높은 찬성 비율로 합병안을 통과시켰다.

올해에도 국내외 기업의 이사 선임 등 안건에서 ISS의 의견과 정반대의 결과가 나온 사례가 많다.

국내에선 CJ 이사선임 보수 한도 승인(3월20일) 안건에 대해 '유죄 판결을 받은 경영자 이사회에 방치해 이사로서의 감시·견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며 반대 의견을 냈지만 주총 결과 손경식 회장 등 3명이 사내이사로 재선임됐다. SK C&C 및 효성의 사내이사 재선임 안(3월22일)에 대해서도 '횡령으로 구속수감 및 기소된 경영자를 이사로 재선임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최태원 회장과 조석래 회장의 이사 재선임안은 통과됐다.

외국에선 소니 CEO 재임명 안(6월23일)과 관련해 '지난 몇 년간 저조한 실적으로 주주가치를 훼손했다'고 지적했으나 히라이 가즈오 사장은 88%의 지지로 CEO로 재임명됐다. 또 도요타 신주 발행 안건(6월16일)에 대해 '5년간 거래할 수 없는 AA신주는 침묵하는 주주들을 만들어 내기 위함'이라고 반대했으나 주총 결과 3분의 2 이상의 찬성을 얻어 5000억엔 규모의 신주 발행이 이뤄졌다.

이 외에 카터필러 보상체계 안건(6월10일)과 구글 보상위원회 이사진 3명 재선임안(6월4일), 듀퐁 이사 선임안(5월13일) 역시 ISS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모두 통과됐다.

이런 가운데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는 국민연금의 선택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국민연금은 삼성물산 지분 11.61%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달 4일부터 30일까지 보통주 271만4730주를 추가로 매수해 지난달 3일 기준으로 9.92%(1595만6368주)였던 지분율을 11.61%까지 끌어올렸다. 다만 권리주주 확정일인 지난달 11일을 기준으로 하면 국민연금은 17일 임시 주주총회에서 11.11%(1734만9791주)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선 국민연금이 찬성안에 무게를 두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법원이 삼성물산이 KCC에 매각한 지분(5.96%)의 자사주 의결권을 인정하면 삼성물산은 총 30%가 넘는 우호지분을 확보하게 된다.

합병은 주총 특별 결의사항으로 참석 의결권 3분의 2 이상, 발행주식 총수의 3분의 1 이상 찬성이 필요하다. 통상 주총 참석률을 70%라고 가정하면 삼성물산은 발행주식의 46% 이상의 찬성표를 얻어야 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삼성물산이 확보한 우호지분에 국민연금까지 찬성표를 던지면 합병안 통과는 훨씬 더 수월해질 수 있다"며 "다만 엘리엇과 외국인 투자자 등 반대 세력도 만만치 않아 표 대결이 치열하게 벌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jwshi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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