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청객 엘니뇨의 귀환.. 농산물 가격 들썩

뉴욕 2015. 7. 5.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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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옥수수 가격 17% 올라.. 밀·대두도 각각 14%·11% ↑S&P지수 3년만에 최대 상승폭.. 농산물ETF 1억3,000만弗 몰려5년간 가격 안정에 재고량 많아 "하반기 지금보다 가격↓"전망도

5년 만에 엘니뇨가 귀환하면서 농산물 가격이 들썩이고 있다. 지난달 이후 옥수수·밀·대두 등의 가격이 급등하고 있고 농산물 투자 펀드에도 자금이 유입되고 있다. 다만 엘니뇨가 초기 단계에 불과한데다 곡물 재고도 풍부해 농산물 가격 급등 추세가 지속될지는 더 지켜봐야 한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4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엘니뇨에 따른 수확량 감소 우려가 커지면서 지난 2주 전부터 농산물 상품 가격이 급등하고 있다. 뉴욕상품거래소에서 6월 한 달간 9월물 옥수수 가격은 16.9% 오르면서 지난해 10월 이후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또 9월물 밀 가격과 11월물 대두 가격도 각각 14.7%, 11.8% 상승했다. 이에 힘입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GSCI 농산물지수는 월간 기준으로 3년 만에 최대 상승폭을 기록했다.

엘니뇨는 태평양 해수면 온도가 0.5도 이상 올라가는 현상으로 동남아, 호주, 동부 아프리카에는 가뭄과 폭염을, 중남미·북미에는 폭우를 몰고 온다. 최근 미국기상청(NWS)은 엘니뇨가 내년까지 지속될 확률을 85%로 예상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엘니뇨 발생 직후 1년간 원유·석탄 등 연료를 제외한 원자재 가격은 평균 5.3% 상승했다.

피해가 가장 극심한 지역은 호주 남부로 지난달 강수량은 평년의 20%에 그쳤다. 이 때문에 호주 남서부의 브리즈번의 밀 수출 가격은 10% 이상 올랐다. 현 추세라면 전 세계의 14%를 차지하는 호주의 밀 수출량이 50% 이상 급감할 수 있다는 게 호주국립은행(NAB)의 경고다. 특히 올해는 역사상 최악이었던 1997~1998년과 같은 '슈퍼 엘니뇨'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라보뱅크는 "베트남·인도네시아·호주·브라질 등이 영향권에 들면서 인스턴트 커피용 로부스타 커피, 설탕 원료인 원당, 밀 가격이 가격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전했다. 팜유 가격의 경우 2009년 엘니뇨 발생 때 57%나 치솟았다. 미국도 폭우로 농부들이 제때 수확을 하지 못한 탓에 대두 생산 증가율이 16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투자가들도 올 5월부터 농산물 투자 펀드로 눈을 돌리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 3월 이후 농산물 관련 상장지수펀드(ETF)에는 1억3,000만달러의 자금이 새로 유입됐다. 분기 기준으로 1년 만의 첫 순유입 기록이다. 최근 씨티그룹은 "엘니뇨로 식량 가격이 오르면서 인플레이션을 부추기는 한편 곡물 투자 수익률이 25%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안정됐던 농산물 가격이 대세 상승세로 돌아설지 의문이라는 의견이 아직은 더 우세하다. 쌀·팜유·설탕 등 농산물의 재고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미 농업부에 따르면 미국 옥수수 재고량은 1988년 이래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올 하반기 농산물 가격은 지금보다 하락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 최근 한 달간의 가격 상승에도 8개 상품으로 구성된 블룸버그 농산물지수는 올 들어 2.9%가량 떨어졌다. 내셔널시큐러티즈의 도널드 셀킨 수석시장전략가는 "ETF로의 자금유입은 단지 시장 분위기 개선 때문으로 실질적인 수요공급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른바 '양치기 소년' 효과도 농산물 가격 상승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헤지펀드의 경우 2012년과 2014년 기상학자들의 엘니뇨 경고를 믿고 농산물에 투자했다가 오보로 판명 나면서 대거 손실을 봤다. 이 때문에 헤지펀드들은 15주 연속 농산물 가격 하락에 베팅하고 있다. 실제 인도·방글라데시의 경우 몬순 강수량이 12%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과는 달리 예년 수준을 보이고 있다.

또 엘니뇨의 특성상 동남아에 가뭄이 발생하면 남아메리카에는 비가 더 내리면서 콩·옥수수·설탕 생산이 늘게 된다. 세계 두 번째의 팜유 생산업체인 골든애그리리소스는 "엘니뇨는 이제 막 시작됐기 때문에 올해 생산량 추정이 6개월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전했다.

뉴욕=최형욱특파원 choihuk@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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