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업계 "폭염에 넥타이 정장은 왜"..법정 복장 불만

입력 2015. 7. 5. 14:27 수정 2015. 7. 5.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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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상순 기온이 기상관측 107년만에 최고(34.9도)를 기록하는 등 올 여름 폭염이 계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변호사 업계가 재판 복장에 불만을 나타내고 있다. 법원이 소속 공무원에게는 간소한 복장 착용을 허용하면서 변호사들에 대해서는 '법정 권위'를 지켜야 한다는 이유로 무더운 날씨에도 사실상 넥타이와 재킷착용을 강요, 변론 효율성을 떨어뜨린다는 주장이다.

■변호사들 "재판 효율 저하"

5일 법조계에 따르면 법원행정처는 지난 5월 법원 소속 공무원을 대상으로 '연중 복장 간소화지침' 공문을 통해 여름철에 '공무원으로서 품위를 유지할 수 있는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을 허용했다. 간소하고 단정한 복장에 대한 구체적인 지침은 없지만 남성의 경우 넥타이를 매지 않거나 반팔 와이셔츠를 착용하는 게 보통이다.

그러나 변호사 상당수는 법원 지침에 법정 내 변호사에 대한 복장규정이 빠진 점을 문제 삼고 있다. 법원 청사 내에서 가까운 거리를 이동하는 판사와 달리 변호사는 두꺼운 사건서류를 들고 계단을 오르내리며 법정까지 이동해야 해 체감온도가 높을 수밖에 없는데도 이에 대한 배려가 없다는 것. 법원은 현재 실내온도가 28도 이상일 때만 에어콘을 가동하고 있다.

이런 이유로 여름철 재판 도중 연신 흐르는 땀을 손수건으로 닦아가며 땀을 흘리면서 변론에 임하는 변호사들의 모습은 익숙한 풍경이 된지 오래다.

변호사 A씨는 "긴팔 와이셔츠에 재킷과 넥타이를 멘 상태에서 상대방과 열띤 변론을 벌이다 보면 옷이 땀에 젖는 일이 다반사"라며 "불쾌지수가 높아진 상태에서 제대로 변론을 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판사 출신의 또 다른 변호사는 "법정 법대에 있을 때는 주로 경청하느라 느끼지 못했지만 변호사로서 여름철 실내온도가 높은 상태에서 넥타이 정장차림으로 더위를 참고 변론에 임하는 게 버겁게 느껴질 때가 많다"고 전했다.

변론기회를 제대로 보장받기 위해 여름철 '쿨비즈'(가볍게 보이지 않으면서도 넥타이를 매지 않고 재킷을 벗는 간편한 옷차림)는 시대적 흐름이라는 게 변호사업계의 전반적 시각이다. 가령 영국에서 300년 넘게 이어진 위그(가발) 착용이 시대착오적이고 위압감을 준다는 이유로 2008년 형사재판을 제외한 모든 법정에서 폐지된 만큼 여름철 법정 복장규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판사들 "넥타이 정장은 기본 예의"

이에 대해 법원 측은 재판예규상 법정 안에서 자세와 복장을 단정히 하라는 규정은 있지만 정해진 복장규정은 없고 따라서 법정 내 쿨비즈 차림은 사실상 재판장 재량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이를 허용하는 재판장은 찾아보기 어려운 실정이다.

여름철 법정 복장규정에 대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와도 판사들 사이에서는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A부장판사는 "판사들이 덥다고 법복을 입지 않는 경우가 없듯이 변호사들도 법정 예의를 지켜야 한다"고 말했다. B판사는 "정장을 입는 것은 피고인에게 신뢰감을 주고 갖춰야할 예의이기도 하다"고 전했다.

다만 일부 젊은 판사들 사이에서는 법원이 '법정 권위'와 '법관과의 형평성' 등을 이유로 소송을 대리하는 변호사 복장까지 사실상 강제하는 것은 문제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 30대 판사는 "(쿨비즈 허용으로) 쾌적한 환경에서 이뤄지는 충분한 변론과 방어 기회 제공을 통해 나온 판결이 당사자들의 승복율을 높일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한상훈 대한변호사협회 대변인은 "단정한 용모로 재판에 임해야 하지만 계절적 특수성을 감안, 반팔 차림에 노타이로 변론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mountjo@fnnews.com 조상희 박나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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