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학보 70개씩 보는데, 볼게 없어요"

입력 2015. 7. 5. 10:04 수정 2015. 7. 5.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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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대학언론 브리핑하는 '전국구 미소녀 하이네' "힘 잃은 대학언론, 학생사회 붕괴가 원인"

[미디어오늘 김유리 기자]

"브리핑을 위해 전국의 70개 대학 학보를 봐요. RSS를 모아놓고 틈틈이 보니까 시간은 오래 안 걸리는 데 볼 게 없는 게 문제죠."

올해 3월부터 20대 매체 미스핏츠에서 '전국구 미소녀 하이네의 대학언론 브리핑' 코너를 담당하고 있는 하이네는 지난 22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같이 말했다. 서울·수도권·부산권 대학을 제외하면 사실 볼 기사가 많지 않다는 것이 그의 평가다.

하이네는 "지역별로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 여러 곳 대학언론은 많이 보려고 하는데 몇몇 지역은 노골적으로 관보화 됐다"며 "대학 총장 소식만 싣는 곳이 많아져 큐레이션 하기도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지역 대학언론의 수준 미달 원인으로 학생사회와 학생회 붕괴를 먼저 꼽았다. 학생사회가 붕괴되고 힘을 잃으니 학생회가 학생들의 권익 보호에 나설 동력이 미약하다. 학생회가 학생 권익을 두고 대학과 싸우지 않으니 학보사는 쓸 기사가 없다. 대학은 이틈을 타 대학언론에 압력을 넣어 총장 소식을 학보에 싣는다. 이런 경향은 지역으로 갈수록, 또 잘 알려지지 않은 대학일수록 심화된다고 하이네는 지적했다.

▲ 미스핏츠 코너, '전국구 미소녀 하이네의 대학언론 브리핑' 화면 캡쳐.

수도권 대학언론에 대해서는 "수도권 대학에서는 기획이나 탐사보도가 있고 대학 간 비교 기사 등 대학면이 풍부하다"는 점을 장점으로 꼽았다. 하지만 "수도권이라는 특성상 대학과 지역의 연계성이 적어 보인다"고 말했다. 하이네는 졸업을 준비 중인 경상권 대학 재학생이다. 인터넷신문 미스핏츠에서 '전국구 미소녀 하이네의 대학언론 브리핑'을 연재하고 있다. 개인 블로그는 등록금 논란 및 국공립대 법인화, 연도별 총학생회 선거 브리핑 등 이슈가 잘 정리된 것으로 유명하다. 다음은 하이네와 일문일답이다.

- 대학언론 브리핑을 하게 된 계기는."처음엔 다른 대학 학생회는 어떻게 굴러가나가 관심이었다. 단과대에서 학생회 조직국장을 맡을 당시였다. 다른 대학 학생회의 공신력 있는 정보통이 대학 언론이다보니 보기 시작한거다. 그리고 어쩌다보니 지금까지 대학 언론 브리핑을 보고 있다."

- 브리핑 1회를 위해 보는 대학언론 분량은."약 70개 대학의 학보사를 본다. 대부분은 RSS로 연결해놓고 들어올 때마다 틈틈이 봐서 힘들진 않다. 글쓰기 바로 전에 다시 훑어보고 리스트업 할 기사를 한 번 더 본다. 시간이 생각보다 오래 걸리진 않는다."

- 대학언론의 흐름이 있다면."주로 대학면만 보는데 서울·수도권·부산·전남 쪽 학보사 기사를 제외하면 많이 볼 게 없다. 지역별로 기사 게재 비율을 맞추긴 하는데 다른 쪽은 관보화 돼서 총장 소식만 싣는 곳이 많아졌다. 학교 측의 압력도 있고 길들여진 경우도 있겠지만, 솔직히 재미는 없다."

- 지역 대학언론이 재미없는 원인은 뭐라고 보는가."학생회가 힘이 없는 게 첫 번째 원인이다. 대학면은 학생회가 대학에 맞서 학생 권익을 보호하는 여러 활동을 해야 하는데 그게 없다. 그러면 학보에도 쓸 기사가 없다. 학생들은 학보를 외면하는 그런 수순으로 간다. 대학에서는 약한 학보사에 압력 넣어서 총장 기사를 내보낸다."

- 대학언론은 대학면만 가지고 평가하는 것인가."브리핑 할 때엔 대학면만 보지만 대학언론의 또 다른 역할은 지역성이다. 학교 주변 상가에서 사고가 나면 안전대책을 마련해야한다는 등 지역 사회 문제까지 파볼 수 있다. 하지만 학생회 힘이 없으니 학교와 지역 사회의 문제가 해결됐다고 해도 정보가 차단돼 버리니까 기사감이 없어진다."

- 그래도 지역 대학 중에서도 볼만한 기사가 나오는 곳이 있나."거점 국립대학이나 이름 난 대학의 학보는 볼만하다. 국립대는 학교 측이 공무원 조직처럼 움직인다. 학생사회에 큰 제재를 가하지 않으니 편집권 침해 논란이 벌어지지 않는다. 자유롭게 비판하고 하다 보니 볼만한 기사가 있다. 지역 중에서도 상지대는 재단 문제로 발간이 중단돼 안타깝다."

- 수도권 대학언론은 어떤가."수도권은 일단 볼만한 기사가 많다. 대도시고 학교도 많은데다 지리적으로 정보교류에 장애가 적다보니 대학 간 비교 기사를 많이 쓴다. 하지만 탐사 보도, 사건 보도, 기획 기사 등이 많기는 하지만 비슷비슷한 측면이 눈에 띈다."

- 수도권 대학언론이 비슷하다는 건 뭔지."서울이 중앙이다보니까 지역 기사를 써도 중앙일간지와 비슷한 기사를 쓴다는 거다. 대학 인근의 소식을 써도 대학 소식보다 중앙일간지가 쓰는 소식이 되는 식이라고 보면 쉽다. 서울이라는 특성상 지역 특성이 약하다는 점이 있다. 제가 지방사람이라서 그런가 '서울'과 '대학'의 지역 연계성은 떨어져 보인다. 한 가지 더. 수도권 대학언론의 기획보도가 일반 언론과 비슷하기도 하다. 예를 들면 상반기 중에 IS 문제를 다룬 학보가 몇몇 있었다. 사실 국제 부문을 취재할 역량이 안 되는 데 대부분 대학언론이 중앙일간지 기사를 '카피앤페이스트'했다. 새로운 시각도 없고 참신성이 없다. 이러니 학보를 안보게 되는 거 아닌가."

학내 언론이 살기 위한 길은.

"지역 보도와 학내 보도라고 본다. 한 대학 언론사가 지난해부터 언론사 홈페이지에서 통계를 냈는데 학내 보도와 지역 보도 조회수가 높았다는 실증적인 데이터도 있다. 하지만 대학언론이 다시 흥행하기엔 힘들 것 같다. 학생회 힘이 약해지면서 사문화된 학칙이 다시 살아나는 상황이기도 하니까. 건국대의 건대신문 편집권 문제가 터진 2011년 사문화된 KU미디어규정을 내밀어 학보사 기자들의 반발을 억누른 사례가 있다."

대학언론의 디지털 퍼스트 전략은 어떻게 보나."여전히 대학언론은 '지면' 중심이다. 정보사회에서 속도가 필요한데 잘 안 된다. 지원이 안될 수도 있지만 일단 귀찮다. 부족한 인력에 소셜네트워크서비스계정(SNS)을 관리하고 카드뉴스를 만드는 것은 상당히 귀찮고 힘든 일이다. 처음에는 몇몇 대학에서 시도했으나 지금은 거의 그만둔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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