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망하지만.." 베트남 고엽제 피해 2·3세의 아픔과 꿈

2015. 7. 5.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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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노이 외곽 '우정의 마을' 180여명 생활, 재활·직업훈련.."조그만 가게 여는게 꿈'

하노이 외곽 '우정의 마을' 180여명 생활, 재활·직업훈련…"조그만 가게 여는게 꿈'

(하노이=연합뉴스) 김문성 특파원 = 지난 1일 오후 베트남 수도 하노이 시내에서 서쪽으로 11㎞가량 떨어진 외곽에 있는 '베트남 우정의 마을'.

고엽제 피해자 보호·교육·재활시설인 이곳에서 흥겨운 노랫소리가 울려 퍼졌다. 친선교류 행사를 위해 방문한 하노이 어린이들과 어울려 춤추며 노래 부르는 고엽제 피해자 2·3세들의 얼굴에는 웃음이 가득했다.

각종 장애와 질병을 안고 사는 이들은 외부인을 꺼릴 것 같았지만 그렇지 않았다. 수줍어는 했지만, 미소를 잃지 않았다. 이들은 말 못 할 고통을 겪으면서도 자신들의 꿈을 키우고 있었다.

이곳에서 생활하는 고엽제 피해자는 180여 명. 대부분이 할아버지·할머니 또는 아버지·어머니로부터 고엽제 피해가 대물림된 2·3세들이다.

올해 베트남전 종전 40주년이자 미국·베트남 수교 20주년을 맞았지만, 미군이 전쟁 당시 살포한 고엽제의 흔적이 아직 고스란히 남아있는 것이다. 베트남에서 고엽제 피해자는 300만∼480만 명으로 추정된다.

즈엉 닥 롱 군은 19살이지만 키는 115㎝, 몸무게는 26㎏이다. 그의 외할아버지가 참전 군인으로 고엽제 피해자라고 한다.

롱 군은 "등이 굽고 키가 안 크는데 남동생(12)도 마찬가지"라며 "왜 베트남 전쟁으로 내가 고엽제 환자로 살아야 하는지 전쟁에 대한 원망이 많다"고 토로했다.

그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건축가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이유를 묻자 "돈을 많이 벌 수 있을 것 같다"는 짧은 답변이 돌아왔다.

4년째 '우정의 마을'에 머무는 고엽제 피해자 3세 르엉 떤(13) 군은 "여러 가지를 배워 시골에 계시는 할아버지, 할머니를 도와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참전 아버지로부터 고엽제 피해가 유전돼 몸 일부가 마비됐다는 응웬 득 미(25) 씨는 컴퓨터로 문서를 작성하는 방법을 배우고 있었다. 미 씨는 "문서 작성도 대행해주는 복사 가게를 여는 것이 꿈"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결혼 계획은 없다고 한다. 미 씨는 "아이가 생기면 나처럼 될까 봐…"라며 걱정을 감추지 못했다.

고엽제 피해자 2세인 쭝티 타잉 빙(27·여) 씨는 재활 치료와 자수 교육을 받고 있다. 자수제품 판매 상점을 갖는 것이 빙 씨의 바람이다.

그녀는 "고엽제를 뿌린 미국을 원망해봤자 소용 없다"며 피해자를 위한 정신·물질적 지원, 사회의 관심과 배려를 원했다.

'우정의 마을' 응웬 까오 끄(67) 부원장은 "고엽제 피해자들이 기본적인 의식주 생활을 할 수 있도록 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다"며 "고엽제 피해의 대물림이 3세에서 멈추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끄 부원장은 "베트남전에 참전한 한국인 중에도 고엽제 피해자가 있는 것으로 안다"며 미국 등 관련국 정부는 물론 시민들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다.

'우정의 마을'은 베트남전에 참가한 미군 조지 미조가 평화와 화해를 위해 1998년 만들었다. 2만5천㎡의 부지에 일반 학교 교육, 직업 훈련, 재활 치료 등을 위한 주로 2∼3층짜리 건물 10개가 들어서 있다.

운영 자금은 대부분 미국, 캐나다, 프랑스, 독일 등 해외 민간단체와 개인들의 기부금으로 조달하고 있지만 많이 부족하다고 한다.

kms1234@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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