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심서연 동반 인터뷰②] 지소연·심서연이 말하는 '38일간의 꿈 같았던 시간'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사진 2015. 7. 5. 0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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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글=이재호 기자 사진=최신혜 인턴기자][지소연·심서연 동반 인터뷰①] 울던 '언니' 심서연 나무랐던 '동생' 지소연 에서 계속 [지소연·심서연 동반 인터뷰①] 울던 '언니' 심서연 나무랐던 '동생' 지소연

기적의 스페인전, '내가 뒤에서 막아줄게 너흰 제발 골 넣어줘'

1무1패로 최악의 경우에서 맞이한 3차전 스페인전. 이 경기에서 진다면 모든 것이 물거품 된다는 압박감은 상당했다. 승리가 아닌 모든 결과는 곧 탈락을 의미했던 6월 18일 E조 3차전 스페인전은 그렇게 결전의 날이 밝았다.

▲ 심서연(이하 심) :전반전에 실점까지 하고 하프타임 라커룸에 들어갔을 때 그동안 인자하시기 만하던 윤덕여 감독님께서 화가 많이 나신 상태였죠. 감독님께서는 '우리가 여태껏 눈물을 흘리며 힘들게 해온 훈련들이 아깝다. 지켜보는 국민들을 위해서라도 이렇게 져서는 안 된다. 이제 45분만 남았는데 마지막 경기로 이렇게 패하고 집에 갈거냐'고 말하셨죠. 정신이 번쩍 들었죠. 자극이 됐어요.

▲ 지소연(이하 지) : 라커룸에 들어왔을 때 정말 '멘붕(멘탈붕괴)'이었죠. 앞으로 딱 45분만 남았는데 걱정부터 앞선 건 당연했죠. 라커룸에 감독님 말씀을 들으면서 '이대로 45분이 지나면 이제 집에 가야한다'는 생각이 드니까 그동안 제가 해왔던 일들이 파노라마처럼 머리를 스쳐가더라고요. 그렇게 다시 마음을 다잡았죠.

▲ 심 : 후반전에 다시 경기장에 나가서 공격진에게 얘기했어요. '내가 수비는 어떻게든 잘 막아볼게. 대신에 너희들은 꼭 득점 기회를 살려줘'라고요. 그만큼 간절했어요.

다행히 후반전 들어 스페인 선수들의 움직임은 급격하게 둔화됐다. 전반전 오버페이스를 한것과 더불어 1-0으로 이기고 있다는 안도감이 부작용으로 드러난 것. 이때를 놓치지 않고 한국은 거센 공격을 퍼부었고 끝내 조소현과 김수연이 연속골을 넣으며 한국 축구사상 첫 여자 월드컵 승리와 16강 진출을 동시에 해냈다.

▲ 지 : 후반전이 되니까 스페인 선수들이 무슨 이유에선지 경기력과 체력이 확 떨어졌더라고요. 이때다 싶어 합심해 스페인을 몰아붙였죠. 떠올려보면 지금껏 해왔던 체력 훈련이 결국 그 스페인과의 후반전에서 효과가 난 셈이죠. 정말 후반 들어 엄청 뛰었어요. 경기 후 최우수선수에 선정됐는데 전 이해할 수 없어요. 제가 살면서 가장 못한 경기가 세 경기가 있어요. 그게 바로 이번 월드컵 브라질전, 코스타리카전, 그리고 스페인전이었어요. 그만큼 전 월드컵에서 전혀 만족스럽지 않았어요.

▲ 심 : 2-1로 역전한 뒤부터 남은 20여분 간이 제 인생에서 가장 길게 느껴진 시간이었어요. 코스타리카전 때도 그러다가 골 먹은 적이 있으니까 정말 골 먹을까 무서워 죽는 줄 알았다니까요. 선수들을 다 불러서 '공격 나가지 말고 전부 수비하라'고 지시했어요. 사실 경기 종료 직전에 프리킥 허용했을 때의 기분을 떠올리며 정말 오싹해요.

말꼬리가 흐려지는 프랑스전의 아픈 기억

6월 22일 열린 16강 프랑스전에 대한 얘기를 해야 하자 지소연과 심서연은 자연스레 말문이 막혔다. 아직 그때의 아픔이 채 가시지 않은 듯 인터뷰 중 가장 말끝을 흐렸다. 특히 지소연은 스페인전이후 터져버린 허벅지 부상으로 프랑스전은 벤치를 지켜야만 했다.

▲ 지 : 사실 부상은 스페인전에서 당한게 아니에요. 그동안 누적된게 스페인전 이후 심화 된거죠. 사실 어느 정도 부상을 안고 월드컵에는 계속 나갔죠. 저도 사실 프랑스전 후반에는 경기에 뛸 줄 알았어요. 근데 감독님께서 제 몸을 많이 아껴주셨어요.

▲ 심 : (지소연을 보면)나도 후반전에는 네가 나올 줄 알았어.

프랑스전은 경기 시작과 동시에 10분도 되지 않아 2골을 허용하며 무너졌다. 이 얘기를 꺼내니 두 선수는 모두 고개를 떨어뜨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당시의 0-3 패배는 여린 선수들에게 생채기로 남아있었다. 심서연은 "16강에 나가기 전에 '할 수 있다'고 자신만만하게 경기에 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지소연도 "마음이 아파서 더 얘기를 못하겠어요"라고 말했다. 상처를 덧내기만 할까봐 더 꼬지꼬지 물어볼 수가 없었다. 그렇게 아쉽고도 안타까운 프랑스전을 끝으로 6월 24일 대표팀은 38일간의 여정을 마치고 '금의환향'을 했?

4년 후 심서연이 막고 지소연이 득점하는 모습을 꿈꾼다

생애 첫 월드컵 진출의 꿈같았던 시간을 마친 그녀들에게 38일은 어떤 의미였을까.

▲ 지 : 전 솔직히 4년 뒤가 더 기대돼요. 이미 월드컵 경험을 한번 해봤으니까 뭐가 부족한지 알거든요. 그 경험이 분명 4년 뒤에 큰 도움이 될 겁니다.

▲ 심 : 벌써부터 많은 분들이 '다음 월드컵은 8강이다'고 목표를 말씀하시는데 현실적으로 차근차근 목표를 늘려야 해요. 누군들 우승이나 8강 이상을 안 하고 싶겠나요? 하지만 냉정해야죠. 이번에 1승을 해봤으니까 다음 대회는 '2승'을 해보는게 목표예요.

▲ 지 : 저 역시 같은 생각이에요. 벌써 4년 뒤의 좋은 성적을 바라는 건 부담스러워요. 4년 뒤에도 전 16강 진출이 목표예요. 그때는 조금 더 서연 언니가 골문을 든든히 지켜주고 저는 많은 득점을 넣어 다시 목표를 이뤄내야죠.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사진=최신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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