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영통신]예비군 총기난사 8억원이면 막을 수 있었다

최선 2015. 7. 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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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예비군 사격훈련체계 개선 방안 마련총기 고정틀, 안전고리 설치예산 7억8000만원 그쳐예비군 사격장 개선사업비 총 41억2000만원
지난달 5일 경기도 의정부시 호원예비군 훈련장에 참석한 예비군들이 마스크를 착용한채로 입소 서류를 작성하고 있다. [사진=이데일리DB]
[이데일리 최선 기자] 지난 5월 13일 서울 내곡동 소재 한 예비군 훈련장에서 사상 초유의 총기난사 사건이 일어났습니다. 지난해 임 병장 총기난사 사건을 경험한 군, 이번에는 재빠르게 대응했습니다. 사고 이틀 만에 예비군훈련 총기사고 재발방지 안전대책을 내놨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이 돼서야 국방부는 예비군 사격훈련 안전대책 확보방안 테스크포스(TF) 팀을 운용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리고 국방부는 TF팀을 운용한 지 한 달 만인 지난달 16일 국회 국방위원회에 ‘예비군 사격훈련체계 개선’ 방안을 보고했습니다. 정신질환을 앓다가 전역한 군 간부와 병사가 예비군 훈련에 참여하지 못하도록 막고, 사격장 마다 규격화된 총기 고정틀과 안전고리를 설치한다는 등의 내용으로 11가지 방안이 나왔습니다.

군 당국이 TF팀 구성 전에 부랴부랴 내놓았던 대책 중 예산부담이 클 것으로 보였던 사안들은 모두 제외됐습니다. △사격 통제관의 무장·실탄지급 △사수보호를 위한 방탄유리 칸막이 설치 △사격장 사선 CCTV 설치 △개인화기 사격의 영상모의 사격 대체 방안 등입니다.

이번 사격훈련장 안전대책을 보니 눈길을 끄는 대목이 있어서 소개합니다. 예비군 총기난사 사건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로 제기됐던 총기 고정틀과 안전고리 설치와 관련된 예산입니다. 군 당국은 올해 9월 31일까지 모든 동원·일반 예비군훈련장 239곳에 총기 고정틀과 안전고리를 설치한다고 밝혔습니다. 전 훈련장의 시설을 교체하는 데 드는 예산이 7억 8000만원에 불과합니다. 군 당국이 전 장병들의 어깨에 태극기를 부착하는 데 소요되는 예산이 연간 8억원입니다.

철제로 된 가로 25cm, 세로 45cm 총기 고정틀 하나를 만드는데 1만원이 들고, 마스터키로 조교 통제가 가능한 스마트키가 하나 당
군 당국이 표준화한 총기 고정틀과 안전고리의 모습. [사진=국방부]
4만원이라고 합니다. 한 사로에 5만원씩이면 이번과 같은 끔찍한 사건을 방지했을 거라는 얘깁니다. 이런 초유의 사건이 일어날 줄 누군들 알았겠냐는 반론이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상당수의 예비군들은 사격장 안전관리가 허술하다고 오래 전부터 입을 모았습니다.

이참에 군은 대대적(?)으로 예산을 들여 사격장 안전시설을 개선하려고 합니다. 총기 고정틀 보강사업 외에 내년까지 사로가 잘 보이는 통제탑, 탄약 분배대 보수, 신속한 사격훈련을 위한 레일이동형 표적확인 시스템, 사격장 방송시스템 마련에 드는 돈이 33억 4000여만원입니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데’ 들어가는 예산이 총 41억 2000만원이라고 합니다.

다시 군복에 태극기를 다는 문제로 돌아가려고 합니다. 군은 6.25전쟁 65주년을 맞아 전 장병의 전투복에 태극기를 달겠다고 발표했습니다. 군인으로서의 자긍심과 애국심을 높이기 위해 이 같은 방안을 고심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군을 명예롭게 제대한 이들의 자긍심은 어떻게 높아질 수 있을까요?

1만원을 조금 넘는 예비군 훈련비, 동원훈련장의 열악한 시설, 가격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급식의 질 등 예비군을 둘러싼 문제는 한 두 개가 아닙니다. 이번 예비군 훈련 사고로 군 당국은 이런 문제에 대해서도 고민을 했으나 장기 해결과제로 미뤘습니다. 군이 말하는 장기과제는 10년 이상 걸리는 것을 가리킵니다.

이런 와중에 예비군 사격장 안전을 강화하는데 드는 핵심 예산이 8억원 정도라니 안타까움은 더 커집니다. 예비군의 자긍심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면 이건 결국 군을 응원하는 국민들을 잃는 것입니다.

최선 (bestgiza@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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