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雨비'는 필수품..韓 야구엔 없는 日 선진문화

서민교 2015. 7. 5.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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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경닷컴 MK스포츠(日 요코하마) 서민교 기자] 일본 야구팬들에게 ‘우비’는 야구 유니폼과 글러브만큼이나 야구장 나들이의 필수품이다. 우산을 쓴 팬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 비 예보에 야구장을 찾는 발길은 끊이지 않고, 우중 경기에도 자리를 떠나는 팬들이 거의 없다.

지난 4일 일본 가나가와현 요코하마 스타디움. 한신 타이거즈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의 경기는 장마 전선의 영향으로 빗속에 진행됐다.

4일 일본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일본 프로야구 한신 타이거즈와 요코하마 DeNA 베이스타스와의 경기에서 관중들이 비가 오는 가운데 우비를 입고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사진(日 요코하마)=천정환 기자
그러나 요코하마 스타디움을 찾은 일본 야구팬들의 열정은 비의 영향을 전혀 받지 않았다. 요코하마 홈구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요코하마 팬들이 푸른 우비, 한신 팬들은 흰색과 노랑 우비로 나뉘어 입고 우비 물결을 만들며 장사진을 이뤘다.

놀라운 것은 4연패에 빠진 한신 원정 팬들의 열렬한 응원. KBO 리그의 LG 트윈스와 두산 베어스의 어린이날 잠실 라이벌전 매치를 보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로 구름 관중이 몰려 열렬한 응원 맞대결을 벌였다. 짓궂은 날씨는 이미 준비된 야구팬들에게는 악천후가 아니었다.

한국 프로야구에서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경기 도중 비가 오면 우비를 꺼내 입는 팬들과 준비한 우산을 펴는 팬들로 엇비슷하게 나뉜다. 촘촘한 관중석에서 우산을 쓰고 관람하는 것은 성숙한 관중 문화에도 어긋난다. 앞뒤좌우 관람객의 시야를 방해할 수 있고, 경기 도중 이동을 하는데도 주위 사람들에게 불편함을 초래한다.

사실 한국과 일본의 야구팬들은 시작부터 갈린다. KBO 리그에서 일단 비 예보가 있는 날이면 팬들의 발길이 뚝 끊긴다. 주말 경기에도 외야 관중석은 텅텅 비어있기 마련이다. 그 이면에는 불편한 진실이 있다. 경기가 취소될 확률이 높기 때문에 헛걸음을 하지 않기 위해서다.

미국 메이저리그와 일본 프로야구는 웬만한 강수량에는 경기를 취소하지 않는다. 오랜 기다림이 동반된다. 하지만 KBO 리그는 갑작스러운 소나기에도 취소 결정은 벼락처럼 빠르다. 경기가 취소된 뒤 10분 만에 맑게 갠 하늘을 보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요코하마는 이틀 연속 하루 종일 비 예보가 있었다. 그런데도 일본 야구팬들의 발길이 돌아서지 않은 이유를 한국야구위원회(KBO)는 곱씹어봐야 한다.

이날 한신은 요코하마를 7-6으로 꺾고 4연패 탈출에 성공하며 승률 5할 복귀와 함께 센트럴리그 단독 선두에 올랐다. 한신의 수호신 오승환은 전날(3일)의 악몽을 씻어내고 시즌 22세이브를 기록했다. 빗속을 뚫고 열렬한 응원을 보낸 한신 원정 팬들을 향한 보답은 아니었을까.

[min@mae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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