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련 깊숙이 암약한 스파이 덕에 미국 제공권 우위 유지"
WP, 냉전기 소련 상대로 한 CIA 비밀공작 담은 신간 소개
(서울=연합뉴스) 김선한 기자 = 냉전 당시 미국이 소련에 대해 제공권 우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소련의 무기연구소에 일하던 스파이 덕택에 방공망을 뚫을 수 있었던 덕분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워싱턴포스트(WP)신문은 '10억 달러의 스파이'(The Billion Dollar Spy)라는 제목의 신간서적에 수록된 내용을 인용해 당시 소련 국방부 산하 무기연구소 소속 항공기 레이더 전문 연구원이 빼돌린 방공 레이더와 무기 체계 설계도와 관련 서류 덕에 미국은 제공권 우위를 차지할 수 있었다고 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WP는 이런 사실이 지난 1977년부터 1985년까지 미 중앙정보국(CIA) 본부와 모스크바 지부 간에 오간 944쪽 분량의 비밀전문에 들어 있다고 전했다. 이 전문은 최근 기밀 해제됐다.
아돌프 톨하체프라는 이 스파이가 연구소에서 몰래 빼내 CIA에 제공한 방공 레이더와 대공화기 관련 설계도 정보는 미국은 20억 달러(2조 2천470억 원)가량의 연구개발비 절감과 함께 상대에 대한 제공권 우위라는 효과를 거둘 수 있었다.
톨하체프가 CIA에 협조하게 된 것은 순전히 개인적인 복수심 때문이었다. 독재자 스탈린이 국민을 상대로 무자비한 체포와 처형 등 공포심을 확대하던 1930년대 그의 장모가 목숨을 잃고 장인은 강제노동수용소에 수용됐다.
그는 CIA 공작관과의 면담에서 공산주의에 환멸을 느낀다는 말과 함께 그릇된 역사에 복수하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결국, 그는 자신의 욕망처럼 미국에 소련의 군사 기밀을 넘김으로써 복수를 구체화했다.
적발되면 목숨을 내놓아야 하는 위험에도 그는 자신의 행동이 소련 체제에 최대한 위해를 끼칠 수 있다는 신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또 소련 비밀경찰(KGB)의 손에 죽기 싫다는 이유를 들어 그는 공작관에게 적발 시 자살할 수 있도록 극약이 든 알약을 요구해 얻어내기도 했다.
톨하체프는 주로 점심때를 이용해 설계도 등을 코트 안에 감춰 집으로 가져와 의자 위에 올려놓고 35㎜ 펜탁스 카메라로 촬영하는 방식을 주로 이용했다.
정보를 넘겨주는 대가로 돈을 요구했지만, 이는 상징적인 존경심의 표시라고 주장했다. 실제 돈을 받아도 당시 모스크바에서는 살 만한 것이 귀해 쓸모가 없었다.
톨하체프 사례는 미국이 20년 동안 소련 심장부에서 거둔 가장 성공적인 공작 사례로 평가됐다.
이런 '보석 같은' 자산인 톨하체프의 종적에 대해서는 궁금증이 많다. CIA는 1982년 가을부터 초겨울까지 그와 5차례 접촉할 예정이었지만, 그의 행방은 미궁으로 빠졌다고 WP는 덧붙였다.
shkim@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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