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헤란 르포> 제재가 남긴 '상흔' 의약품 암시장

2015. 7. 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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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헤란=연합뉴스) 강훈상 특파원 = 2년 전 이란 국영 IRIB에서 방송된 드라마 한 편이 현지에서 큰 논란을 불러일으켰다고 한다.

'8번 진단서'라는 제목의 이 드라마는 이혼한 여성이 생계를 이으려고 의약품을 밀수하는 일에 뛰어들면서 시작된다. 이 여성은 저질의 '짝퉁' 의약품을 밀수해 테헤란 시내 암시장에 팔아넘긴다.

갑자기 이 여성의 어린 아들이 혈액암에 걸리고, 의사는 이란에서 구하기 어려운 약을 처방한다. 이 약을 사려고 사방을 헤매도 살 수 없자 결국 약을 암거래하는 시장을 찾게 된다.

암시장에서 산 가짜 약을 먹은 아들은 숨을 거두고 만다. 아들이 먹은 약이 다름 아닌 이 여성이 밀수한 약임을 뒤늦게 알게 된다.

많은 중동지역 드라마처럼 이 가정의 비극은 다행히 현실이 아닌 꿈으로 설정된다. 악몽에서 깨어난 이 여성은 암시장으로 가 자신이 판매한 불량 의약품을 모두 거둬들인다.

인기가 높았던 이 드라마는 올해 초 재방영되기도 했다.

이 드라마가 화제가 된 이유는 테헤란에 실재하는 의약품 암시장을 배경으로 했기 때문이다.

2012년 서방의 경제 제재 수위가 높아지면서 이란엔 의약품 품귀현상이 빚어졌다.

의약품은 인도주의적 품목으로 분류돼 제재 대상 품목으로 지정된 적은 없지만 금융 제재로 자금 거래가 차단되자 유럽과 미국의 유명 제약회사가 대부분 이란과 거래를 꺼린 탓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란 리얄화 가치가 3분의 1로 폭락하면서 수입 의약품의 국내 가격이 급등, 이란 국민이 매우 어려움을 겪었다.

테헤란의 한 한국 교민은 "제재가 강화되자 당시 2만 리얄짜리 약이 12만 리얄까지 가격이 오르기도 했다"며 "약이 당장 필요한 환자 가족은 밀수품이라도 구하려고 했지만 이조차 여의치 않았다"고 말했다.

이란 열악한 상황 속에서 이란의 의약품 부족 현상을 정면으로 다룬 드라마가 방영되자 실제로 이를 경험한 시청자들의 공분을 산 것이다.

4일(현지시간) 기자는 '8번 진단서'에서 의약품 암시장으로 나오는 테헤란 남부 나세르 코드로 거리를 찾았다.

"더루(약) 파느냐"

"물론이다. 무엇을 원하느냐"

의외로 의약품 암거래상은 쉽게 접촉할 수 있었다. 배달용 오토바이에 기대있던 암거래상 아흐마드(이하 가명)는 "시중에서 구할 수 없는 항암제를 많이 찾는다"며 "가격은 환자의 상태에 따라 최고 3천달러 짜리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암 판정을 받으면 병원에서 일정량의 항암제를 살 수 있는 진단서를 받는데 도중에 낫거나 죽은 환자의 진단서를 사들여 남은 양을 사서 다른 환자에 팔거나 하고 다른 약국에 넘기기도 한다"고 귀띔했다.

다른 암거래상 호세이니는 "스위스나 미국, 한국 약까지 이 곳에서 살 수 있다"며 "진단서 이상으로 약이 필요한 환자들이 나세르 코드로에서 약을 주로 사간다"고 말했다.

호세이니 옆에 오토바이 한 대가 서더니 그에게 돈을 건네받고 빠르게 어디론가 사라졌다. 환자가 알려준 주소로 배달을 간다고 했다.

또 다른 암거래상은 "2∼3년 전보다 이란 의약품 사정이 좀 나아졌긴 했다"며 "그래도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 의약품이 계속 부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hskang@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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