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업데이트] 뜬금없는 '한반도 전술 핵무기 배치론'

이성철 기자 입력 2015. 7. 4. 11:09 수정 2015. 7. 4.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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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업데이트]

<앵커>

글로벌 업데이트. 오늘(4일)은 미국 워싱턴을 연결하겠습니다.

이성철 특파원! (네. 워싱턴입니다.) 한반도에 미군의 전술 핵무기를 재배치하라, 이런 주장이 워싱턴에서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걸 어떤 맥락에서 이해할까요?

<기자>

네, 한반도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라, 지금 워싱턴의 싱크탱크들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는 이야기입니다.

우리나라가 핵무기를 보유해야 한다 이런 이야기는 아니고요, 주한미군에 전술 핵무기를 다시 배치하라는 것입니다.

CSIS 국제전략문제연구소에서 먼저 보고서가 나왔습니다.

'프로젝트 아톰' 즉 원자 프로젝트란 제목의 보고서입니다.

케이스 페인 같은 미국의 이른바 현실주의 안보 전문가들이 집필한 것입니다.

이어서 헨리 소콜스키라는 비확산 전문가가 보수 싱크탱크인 헤리티지 재단에 나와서 역시 전술핵 재배치 주장을 폈습니다.

워싱턴 바닥에서는 저명한 인물인데요, 얼마 전 '과소평가: 그리 평화롭지 않은 우리의 핵 미래(UNDERESTIMATED: Our Not So Peaceful Nuclear Future)'라는 소책자를 펴냈습니다.

그럼 전술 핵무기가 무엇인가요? 수천 km을 날아가는 ICBM이나 잠수함에서 쏘는 SLBM 같은 탄도 미사일, B-2, B-52 같은 핵 폭격기 등을 전략 핵무기로 부릅니다.

이보다는 규모가 작고 국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핵무기가 전술 핵무기입니다. 그런데 이런 전술 핵무기가 1990년대 초까지 우리나라 주한미군 기지에 배치돼있었습니다.

미국에서 비밀 해제된 문서들을 보면요, 미군은 1958년부터 64년까지 라크로스, 데이비 크로켓, 서전트 등 지대지 미사일 3종, 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또 155mm 호위처 등을 한반도에 들여왔습니다.

8인치 호위처는 1991년까지 남아 있었습니다.

1991년 9월 27일 미국의 조지 H.W.부시, 즉 '아버지 부시' 대통령은 PNI라는 대통령 핵 이니셔티브를 발동해서 전 세계 미군 전술 핵무기를 철수시켰습니다.

탈냉전의 맥락 속에서 이뤄진 것인데 8일 뒤 고르바초프 소련 공산당 서기장도 전술 핵 철수를 선언, 우리나라는 핵 부재 선언을 하게 되죠.

한국 영토에는 더이상 핵무기가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이것이 냉전과 탈냉전 시대에 한반도 전술 핵무기 배치와 철수의 역사인데 24년, 4반세기가 지나서 전술 핵무기 재배치론이 다시 나오고 있는 것입니다.

<앵커>

네, 말씀하신 대로 24년이 지났는데 우리나라에 핵무기를 다시 들여온다, 이게 가능할까요?

<기자>

네, 한마디로 뜬금없는 이야기죠.

현재는 물론 앞으로도 실현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게 전문가들과 우리 매개 당국의 이야기입니다.

전술핵 재배치론이 나오는 맥락을 살펴보면 크게 두 갈래 흐름이 있습니다.

하나는 핵무기를 개발해 온 북한에 대한 억지, 즉 핵에는 핵으로 맞서자는 것입니다.

다른 하나는 동맹국인 한국 국민들에 대한 보장 강화 차원입니다.

북핵 핵 능력이 커지면 한국에서 독자적인 핵 보유 욕구가 커질 것이기 때문에 이를 예방할 필요가 있다고 보는 것입니다.

물론 미군 핵무기가 굳이 한반도에 배치돼 있지 않더라도 미국의 확장 억지 제공 공약에 따라 우리나라는 미국의 핵우산 아래에 들어가 있습니다.

그러면 과연 미 행정부는 무슨 생각일까요? SBS 취재진이 미 국방부의 정책 담당 부차관에게 직접 물어봤습니다.

[브라이언 매키언/미 국방부 정책 부차관 : (북핵 억지를 위해 한반도에 전술 핵무기를 배치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생각할 수 있는 방안입니까?) 한국에 전술 핵무기라고요? 그것은 우리가 고려하고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직접 확인한 것인데요, 한반도 전술핵 재배치가 실행 가능한, 생각할 수 있는 옵션이냐 질문을 던지니까 "우리가 고려하는 것이 아니다" 한 마디로 일축하고 말았습니다.

군사적 차원에서 보면 미국은 이미 태평양에 B-52와 B-2 같은 전략 핵 폭격기, 또 트라이던트 핵미사일을 탑재한 SSBN급 전략 핵잠수함을 전개해 놓고 있습니다.

북핵에 대한 억지력은 이것으로도 충분하다고 보는 것이죠.

또 주한미군에 전술핵을 재배치하면 중국의 거센 반발이 뻔하고 6자회담을 통한 한반도 비핵화의 근간이 흔들리게 됩니다.

핵무기비확산조약 즉 NPT 체제에도 부정적 신호임이 분명하기 때문에 미국이 져야 할 국제 안보적 리스크가 너무 크다고 볼 수 있습니다.

<앵커>

네, 다른 이야기를 조금 해보겠습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흑인 목사 영결식장에서 직접 추도의 노래를 부른 장면, 참 감동적이었는데 미국에서도 굉장히 화제가 되고 있죠?

<기자>

네, 그렇습니다. 남부 사우스 캐롤라이나 찰스턴의 한 흑인 교회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있었죠.

흑인 신도와 목사 등 9명이 백인 우월주의자의 총격에 목숨을 잃었습니다.

흑인 핀크니 목사 영결식장의 모습이 보이는데요, 추도사를 읽어내려가던 오바마 대통령이 잠시 멈칫합니다.

[오바마/미 대통령 : 놀라운 은총이여, 그 소리는 얼마나 달콤한가… 나처럼 가엾은 사람을 구했다네….]

'Amazing grace'라는 성가죠.

모두 잘 아시는 노래일 텐데요.

예상치 못한 대통령의 노래에 박수가 터져 나왔고 추도객들도 하나하나 일어나 함께 노래를 불렀습니다.

흘깃흘깃 원고를 엿보는 장면을 보면 오바마 대통령이 노래에 썩 자신 있어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짧은 노래, 그 정성은 흑인들의 아픔에 큰 위로와 치유가 됐습니다.

오바마 대통령은 흑인들의 영결식 전통에 따라서 춤을 추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습니다.

또 총격에 희생된 흑인 9명의 이름을 온 힘을 다해서 일일이 부르며 은총이 함께 하기를 기원했습니다.

대통령의 노래는 비관과 증오 대신 희망과 포용으로 흑백 문제를 풀어나가자는 강한 메시지를 던졌습니다.이성철 기자 sbschul@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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