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리그] 갈 길은 멀다, 50억으로 '토끼'를 사버린 최용수

임성일 기자 입력 2015. 7. 4. 10:25 수정 2015. 7. 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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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리그 장쑤 구단의 거액 베팅을 마다하고 FC서울 잔류를 선언한 최용수 감독. © News1 DB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최근 사흘 동안 최용수 FC서울 감독은 스포츠계 이슈의 중심에 있었다. 지난 2일 오전 갑작스레 중국 슈퍼리그 장쑤 세인티의 지휘봉을 잡을 것이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뜨거워졌다. 최용수 감독과 FC서울 모두 장쑤의 제안이 사실이라 인정했고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음을 밝히면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여기에 ‘조건’이 기름을 부었다.

장쑤는 최 감독에게 2년6개월 계약에 연봉 200만 달러를 제시했다. 연봉 쪽에서는 플러스알파가 또 있다. 최용수 감독이 원하는 코칭스태프를 구성할 수 있도록 50만 달러를 더 얹어주는 계약이었다. 결국 우리 돈으로 50억원 이상을 손에 거머쥘 수 있는 그림이었다.

중국 이적시장에 능통한 한 관계자는 “중국리그 감독들의 몸값이 천차만별이다. 유럽이나 남미의 유명한 감독은 1000만 달러가 넘지만 10억원을 받지 못하는 감독들도 많다”고 말한 뒤 “최용수 감독에게 제시한 조건은 꽤나 파격적이다. 아시아권 국가들의 감독에게 이 정도로 베팅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라는 견해를 밝혔다.

외국인 선수 구성에 대한 전권도 보장 받는 등 거절하기 힘든 유혹에 최용수 감독도 진지하게 중국행을 고민했다. 2일 저녁 그는 “FC서울 구단과 FC서울 팬들이 허락해준다면 도전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뜻을 전했다. 하지만 3일 오후, 다시 놀라운 소식이 타전됐다. FC서울 구단발 보도자료였는데, 최용수 감독이 잔류한다는 내용이었다.

누가 봐도 쉬운 선택은 아니었다. 물론 위험부담이 따르는 도전이기는 하다. 지난 1997년 고 최은택 감독이 옌볜FC를 이끌었던 것을 시작으로 이장수, 김정남, 박종환, 차범근, 장외룡 등 굵직한 이름의 한국 지도자들이 대륙으로 건너갔으나 성공이라 말할 수 있는 발자취는 이장수 감독 정도다. 최용수 감독도 실패할 수 있다는 뜻이다.

하지만 성공한 예가 많지 않다는 것은 그만큼 또 매력적인 이유가 될 수 있었다. 무엇보다 평범한 사람들에게 50억원이란 상상하기도 힘든 금액이다. 시즌 중간에 팀을 떠나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지만, 두 눈 질끈 감으면 거액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쿨하게 돈을 버렸다. 그 대신 여러 마리 토끼를 잡았다.

가장 중요한 것인 신뢰와 연관된 이미지 제고 효과다. 이는 구단-선수-팬과 모두 관련이 있다. 선수-코치-감독을 모두 FC서울에서 시작한 최용수 감독은 시간이 있을 때마다 “나는 FC서울 사람”이라고 강조해왔다. 그리고 “서울 팬들에게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있다”며 고마움을 전했다. 최 감독이 선택을 가장 망설인 이유가 이 부분이다.

최용수 감독은 잔류가 확정된 후 뉴스1과의 전화통화에서 “정말 좋은 조건이었지만 시즌 중간에 팀을 저버리고 가야한다는 것이 나를 괴롭혔다. 끝까지 내 마음이 움직여지지 않았다”면서 “아무리 생각해도 선수들과 팀과 팬들이 전부 마음에 걸렸다”며 잔류를 택한 이유를 전했다.

전체적인 반응은 ‘놀랍다’와 함께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다. 적어도 평소의 말과 행동이 거짓은 아니란 게 밝혀졌다. 사실 돈으로는 사기 힘든 가치들이다. 적어도 평소에는 그렇다. 하지만 이번에는 돈으로 사버린 셈이 됐다. 돈보다 귀한 것을 얻었다.

이는 향후 최용수 감독의 행보에 적잖은 도움이 될 전망이다. 지도자에게 신뢰는 굉장히 중요한 부분이다. 안에서만 그치는 것도 아니다. 대외적 이미지라는 토끼도 손에 쥐었다.

최용수 감독은 “장쑤 구단이 내 가치를 높이 평가해준 것도 기뻤고 K리그 지도자의 위상을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것도 고무적이었다. 그러나 한국의 지도자가 돈 때문에 끌려가는 인상을 주고 싶지도 않았다”는 설명을 전했다. ‘머니 파워’를 앞세워 언제든 한국의 축구인을 흡수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넘치던 중국이 거의 처음으로 베팅에 실패한 사례로 남게 됐다.

50억원은 분명 거액이다. 그 정도의 돈이라면 앞으로의 나날을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될 수준이다. 하지만 최용수 감독은 든든한 노후 자금을 버리고 그 돈으로 토끼를 사버렸다. 어쩌면, 그것이 진짜 미래를 위한 투자인지 모른다.

lastunc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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