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준의 피겨 퍼포먼스] '연아 주니어' 앞날, 냉철하게 봐야하는 이유

조영준 기자 2015. 7. 4. 0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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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한국스포츠에서 굵직한 족적을 남기는 선수들은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바로 천부적인 재능과 본인의 노력이 결집돼 최고 수준에 오른다는 점이다. 탁월한 재능을 타고난 선수들도 훈련 환경이 열악하고 스스로가 동기부여를 하지 못하면 아침이슬처럼 반짝 빛난 뒤 사라진다.

그러나 어려운 환경 속에서 눈물과 땀을 쏟고 여기에 행운마저 따르면 '월드클래스'에 진입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피겨 스케이팅의 김연아(25) 수영의 박태환(26) 역도의 장미란(32) 빙속의 이상화(26) 여자배구 김연경(27)은 탁월한 재능을 뛰어넘는 '특별함'을 갖췄다.

태릉과 진천선수촌에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는 여러 종목 지도자들이 말하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시간이 갈수록 운동을 하려는 아이들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 엘리트 체육보다 생활체육이 발전하면서 각 종목의 선수층은 점점 얇아지고 있다. 여기에 1~2명의 자녀를 둔 가정이 증가하기 때문에 부모들도 섣불리 자녀에게 운동선수의 길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추세 속에서 각 종목의 선수 저변이 점점 줄어드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피겨 스케이팅의 경우 '김연아 효과'로 빙상장을 찾는 어린 지망생들이 많았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이러한 현상도 줄어들고 있다. 또한 빠른 시간 안에 이 종목을 접는 경우도 빈번하다. 천문학적인 투자가 필요한 것은 물론 잦은 부상과 미래의 불확실성 때문에 피겨 선수로 오랫동안 활동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차세대 김연아에 대한 이야기는 꾸준히 제기됐다. 문제는 현실적인 방안이 나오지 않는다는 점. 한 때 '97년생 유망주'들이 주목을 받았지만 이들 중 현재까지 태극마크를 지키고 있는 이는 박소연(18, 신목고)과 김해진(18, 과천고) 밖에 없다. 한 때 기대주였던 이들은 현재 여자 피겨의 '맏언니'가 됐다. 다른 종목과 비교해 피겨 스케이팅 선수의 수명이 짧은 것은 많은 이들이 아는 사실이다. 그러나 20대 선수가 단 한 명도 없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다. 스무 살을 넘는 선수가 없는 종목. 이것이 한국 피겨의 현실이다.

평창도 중요하지만 2022년까지 내다보는 안목 필요

현 피겨 스케이팅 여자싱글 국가대표는 박소연 김해진 최다빈(15, 수리고) 안소현(13, 목일중) 임은수(12, 윤봉초등학교) 김예림(12, 군포양정초) 유영(11, 문원초) 등이다. 올 초 열린 제69회 전국남녀종합선수권에서 10대 초반의 어린 선수들이 대거 치고 올라왔다. 과거 유망주들보다 한층 빠른 성장세를 보인 이들은 트리플 5종 점프(토루프 살코 루프 플립 러츠)를 이미 완성한 상태였다. 다양한 점프를 구사하는 이들은 기술적으로만 볼 때 러시아 유망주들과 비교해도 떨어지지 않는 수준이다.

문제는 이러한 선수들의 상승세가 3년 혹은 5년을 넘을 수 있냐는 점이다. 국내 피겨 유망주들은 미처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부상을 비롯한 각종 문제로 빙판에서 사라졌다. 기량은 예전만 못해도 20대 중반까지 꾸준히 활동하는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 선수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었다. 올해 새롭게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은 선수들은 모두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을 겨냥하고 있다. 평창동계올림픽이 열리는 3년 뒤 이들은 16~14세 정도가 된다.

한동안 포스트 김연아로 불린 박소연-김해진의 뒤를 잇는 유망주가 출연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문제는 이들이 과거 안타깝게 사라진 '과오의 터널'을 지나가면 안 된다는 점이다. 선수들의 훈련 환경 개선은 누누이 지적됐던 문제다. 평창올림픽이라는 동기부여가 있다는 점도 이들의 성장에 좋은 촉매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가진 재능을 제대로 뒷받침해 줘야한다는 것. 특정 대회에서 우승을 하는 것보다 더 값진 것은 자신이 가진 온전한 재능을 최대한 발휘해 열매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다. 유망주들이 가진 것은 '타고난 재능'밖에 없다. 최고가 되기 위해 재능은 필수적으로 필요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자신의 꿈을 이룰 수 없다.

유망주의 앞날이 모두 밝은 것은 아니다. 유망주는 말 그대로 앞으로 성장할 수 있는 잠재력이 많다는 것뿐이다. 이들은 평창 올림픽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지만 이후에 열리는 2022년 동계올림픽도 유념해야 한다.

장기적인 안목은 10년 이상을 내다봐야 한다. 이제 겨우 10대 초반인 이들은 평창보다 7년 뒤에 열리는 차기 올림픽(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 도시는 오는 31일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에서 열리는 제128차 IOC 총회에서 결정된다)에서 최상의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 선수에 맞는 맞춤형 프로그램과 먼 미래까지 염두에 두는 장기적인 마인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사진1,2] 김연아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3] 안소현(왼쪽) 김연아(가운데) 임은수(오른쪽)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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