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장성 대신 후지산 넘어야하는 韓탁구

조영준 기자 입력 2015. 7. 4. 06:36 수정 2015. 7. 4. 0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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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만리장성을 무너뜨린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부터 유승민(33, 삼성생명)이 올림픽 챔피언에 등극한 2004년 아테네올림픽까지 한국 탁구는 찬란한 시절을 보냈다. 안재형(50, 남자대표팀 코치) 유남규(47) 김택수(45) 양영자(51) 현정화(46) 등 당대 최고의 선수들이 한국 탁구의 전성기를 이끌었다. 어린 시절부터 '탁구 신동'으로 불렸던 유승민은 유남규(1988년 서울올림픽 금메달)에 이어 16년 만에 올림픽 남자단식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탁구 최강국' 중국에게 한국은 가장 위협적인 상대였다. 그러나 현재 한국의 전력이 떨어진 사이 일본이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한국보다 풍부한 선수 자원과 체계적인 선수 육성 시스템을 갖춘 일본은 어느새 세계는 물론 아시아에서 한국을 추월했다.

한국 탁구는 안방에서 자존심을 살릴 기회를 맞이했다. 지난 1일부터 인천남동체육관에서는 2015 국제탁구연맹(ITTF) 월드투어 코리아오픈 국제탁구대회 슈퍼시리즈가 진행되고 있다. 당초 이 대회에는 22개국 208명의 남녀 선수가 출전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메르스 여파로 중국 홍콩 싱가포르 등이 불참을 통보하면서 결국 13개국 123명(남 71명 여 52명)만이 참가하게 됐다.

세계 최강 중국은 물론 탁구 강국인 홍콩 싱가포르가 빠진 상태에서 코리아오픈은 막을 올렸다. 그러나 한국 탁구가 한숨을 돌릴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대회에 출전하는 상당수의 일본 선수들은 한국 선수들보다 세계랭킹 순위가 높다.

이번 코리아오픈 출전 선수 중 순위가 가장 높은 이는 세계랭킹 5위 미즈타니 준(26, 일본)이다. 미즈타니 다음으로 랭킹 순위가 높은 이는 11위인 니와 코키(21, 일본)다. 남자대표팀의 '맏형' 주세혁(35, 삼성생명)은 세계랭킹 16위에 올라있다.

여자단식도 일본 선수들이 한국보다 우위를 점령하고 있다. 이시카와 카즈미(22, 일본)는 세계랭킹 5위에 올라있으며 '탁구 아이돌' 후쿠하라 아이(27)는 8위 그리고 일본에서 탁구 신동으로 추켜세우고 있는 이토 미마(15)는 9위에 이름을 올렸다. 랭킹 순위만 볼 때 일본 선수들이 이번 코리아오픈 우승권에 가장 근접해 있다.

홈에서 열리는 대회지만 한국은 도전자의 위치에 있다. 여자단식의 에이스 양하은(21, 대한항공, 세계랭킹 12위)과 '탁구 얼짱' 서효원(28, KRA마사회, 세계랭킹 13위)은 1회전을 통과한 상태. 남은 토너먼트에서 '후지산'을 넘는 것이 이들의 과제다.

안재형 남자대표팀 코치는 "지금은 현실적으로 일본이 우위에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평가했다. 한국과 일본의 가장 큰 차이점은 선수층에 있다. 한국 탁구는 얼마 되지 않는 선수들 중 뛰어난 재능을 가진 선수들이 등장해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를수록 탁구 라켓을 잡으려는 어린 유망주들은 줄고 있다.

이러한 문제는 비단 탁구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다른 종목도 운동을 하려는 어린 선수들이 줄고 있는 부분에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다. 안 감독은 "시대가 변하면서 엘리트체육보다 생활체육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생활체육과 엘리트 체육이 공존을 이루며 발전하는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고 밝혔다.

남자대표팀의 경우 30대 중반의 주세혁이 팀을 이끌고 있다. 안 감독은 "노장선수의 열정과 노력은 갈채를 받아 마땅하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새롭게 치고 올라오는 선수들이 부족하다는 점도 시사하고 있다. 선수 저변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발전시켜 탁구 발전을 모색할 고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번 대회에서 한국 선수들이 좋은 성적을 내기 위해서는 '후지산'을 넘어야 한다. 안 감독은 "확실하게 일본을 이긴다는 것은 쉽게 장담할 수 없지만 우리 선수들은 좋은 경기를 펼칠 것이다. 대회가 국내에서 열리기 때문에 음식과 생활패턴 등에서 분명 홈어드벤티지의 장점이 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일본이 뛰어난 만큼 쉬운 승부는 어렵다. 일본이 많이 발전했지만 우리도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며 선전을 다짐했다.

한편 지난 3일 열린 1회전에서 한국탁구의 '차세대 에이스' 장우진(20, 대우증권)은 미즈타니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남자 단식 32강전에서 장우진은 미즈타니에 4-3(5-11 11-3 6-11 13-11 11-3 8-11 11-9) 역전승을 거두며 '후지산 정복'에 쾌조의 스타트를 끊었다. 양하은도 풀세트 접전 끝에 스즈키 리카(일본)를 4-3(8-11 11-7 11-6 11-5 8-11 9-11 11-1)으로 제쳤다.

[사진1,3] 서효원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2] 주세혁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사진3] 양하은(오른쪽) 스즈키 리카 ⓒ 스포티비뉴스 한희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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