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소연·심서연 동반 인터뷰①] 울던 '언니' 심서연 나무랐던 '동생' 지소연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사진 입력 2015. 7. 4. 06:33 수정 2015. 7. 5. 1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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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한국 글=이재호 기자 사진=최신혜 인턴기자] 꿈같았던 38일이 지났다. 5월18일 출정식 이후 6월10일부터 22일까지 열린 월드컵 조별예선과 16강전, 그리고 24일 귀국까지. 38일간 그들은 많은 국민들을 들었다놨다 했으며, 기쁨과 눈물의 바다 속을 헤엄치게 했다. 23인의 태극낭자와 스태프들, 그중에서도 역시 가장 눈길을 끈 건 한국의 최전방과 최후방의 중심에서 활약했던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과 심서연(26·이천대교)이다. 귀국 한 지 사흘도 지나지 않아 스포츠한국을 내방한 지소연과 심서연은 꿈만 같았던 38일의 소회를 허심탄회하게 털어놨다.

그녀들이 출정식에서 눈물을 쏟은 까닭은?

5월18일 서울 광화문 KT 올레스퀘어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대회 출정식에서는 미묘한 감정이 교차했다. 출정식은 시종일관 화기애애한 분위기에서 진행됐지만 이내 여자 선수들은 여린 마음을 토로했다.

▲ 심서연(이하 심) : 그렇게 많은 취재진이 있는 곳은 처음이었어요. '정말 우리가 월드컵에 가는구나'하고 실감했고 정말 긴장됐어요.

▲ 지소연(이하 지) : 출정식 당일 (여)민지의 부상 이탈이 아쉬워서 운 건 아니에요. 그것보다 민지가 워낙 부상이 많았으니까 이번 일로 아예 축구를 그만두지 않을까 싶어서 눈물이 나고 울컥했어요. 다행히 민지는 월드컵 기간 동안 계속 저희랑 연락하며 응원해줬어요. 민지처럼 부상으로 캐나다에 오지 못한 선수들 때문이라도 꼭 16강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한 출정식이었어요.

인생에서 가장 떨렸던 비행기 탑승… 미국, 꼭 '제물'로 우릴 불러

20일 오전 전지훈련장인 미국으로 향하는 길 역시 긴장감이 그녀들을 짓눌렀다.

▲ 심 : 곧바로 대회장으로 향하는 건 아니지만 분명 제 인생에서 가장 긴장됐던 비행기 탑승이었어요. 워낙 많은 취재진과 인파들이 몰리다보니…

▲ 지 : 전 일본, 영국을 오가면서 수없이 많은 비행기를 타봤지만 그때만큼은 확실히 다르더라고요. 다른 선수들은 태블릿PC를 통해 상대 경기분석을 하기도 했지만 전 비행기 안에서 내내 걱정에 잠겼던 것 같네요.

5월 31일은 FIFA랭킹 2위에 빛나는 미국과의 월드컵 최종 리허설이 있는 날이었다. 미국은 이번 월드컵에서 결승까지 오른 워낙 강한 상대인데 장소 역시 3만여명의 관중이 들어선 상대 홈이기에 모든 상황은 불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태극낭자들은 끝까지 버텨내 0-0 무승부를 일궈냈다. 기자가 당시 경기가 '많이 불리했다'고 언급하자 두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생각만큼 위험한 경기가 아니었어요. 미국도 그렇게 위협적인 장면을 많이 만들지 못했어요. 세계 랭킹 2위랑 하니까 그 정도밖에 안 내준 거면 잘한 거 아닌가요?"라며 웃으며 반문하기도 했다.

▲ 지 : 꼭 미국은 중요한 대회를 앞두면 우리를 '제물'로 초대하는 것 같아요. 예전(2년전 0-5패배)에는 제물이 돼서 이번에도 우리를 이기고 기분 좋게 월드컵 출정식을 가져가려고 했던 것 같은데 저희 덕분에 찬물 좀 끼얹어졌을 거예요.

▲ 심 : 사실 미국한테 비길 것도 생각 안 했어요. 2년 전에 같은 장소에서 0-5로 패했으니 이번에는 점수차를 줄이자는 마음이었거든요. 미국전을 통해서 확실히 자신감을 얻었죠.

브라질전, 경기직전 입장 기다리는 터널에서의 긴장감이란…

미국과의 기분 좋은 최종 리허설을 마치고 대표팀은 결전의 무대인 캐나다로 입성했다. 그런데 경기전날까지 계속 전력분석을 하는데 1차전 상대인 브라질의 좋은 모습만 보다보니 주눅이 들었다는 두 선수였다.

▲ 심 : 영상을 통해 본 브라질은 드리블이나 슈팅이 대단하더라고요. 볼수록 주눅이 들더라고요. 막상 경기에서 부딪쳤을 때는 차라리 영상이 더 나은 것 같던데요?

▲ 지 : 전, 첫 경기 브라질전 경기장에 들어서기 직전이 가장 떨렸어요. 터널에서 입장을 기다릴 때 정말 살아생전 그렇게 긴장한 적이 없었어요. FIFA 음악이 들리고 경기장에 들어서는데 정말 심장이 이러다 터지는 줄 알았다니까요.

▲ 심 : 맞아요. 그리고 애국가 부를 때도 느낌이 달랐어요. 떨리는 마음을 감추려고 일부러 더 크게 불렀을 정도니까요.

태어나서 처음 밟아본 월드컵 무대에 두 선수는 긴장했고 상대가 워낙 강했던 탓에 한국은 6월 10일 열린 브라질과의 E조 첫 경기에서 0-2로 패했다. 지소연은 전반 27분이 돼서야 처음 공을 잡아봤을 정도로 공격적으로도 아쉬운 경기였다.

▲ 지 : 솔직히 패배 후 하루 종일 분위기가 침체되죠. 그리고 좀 더 솔직 하자면 브라질전 패배는 예상했어요. 당초 선수들은 1승1무1패를 목표로 잡았고 1승 상대는 2차전 상대인 코스타리카였죠. 물론 결과론적으로는 승리는 스페인에게 했지만요(웃음).

코스타리카전, PK후 지소연은 심서연을 나무랐다

6월14일 열린 'E조 최약체' 코스타리카와의 승부는 모두가 한국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전반전을 2-1로 이겼음에도 후반 종료 직전 실점하며 2-2 무승부에 그쳤다. 월드컵 첫 승이 물거품이 된 것.

▲ 지 : 당시 경기 후 '2-1로 이기고 있는데 너무 수비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여론이 있었던 것을 알고 그 의견에 동의하기도 해요. 후반 막판에는 수비 라인을 내렸어야했죠. 그러나 선수들이 우리가 수비에 소홀하다는 것을 인식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또한 머릿속에 골득실을 더 벌려야한다는 생각도 안할 수 없었고요. 감독님 역시 전반 끝나고 라커룸에서 '골득실을 염두하라'고 얘기하셨거든요.

그리도 지소연은 이날 경기에서 동점 PK골을 넣으며 생애 첫 월드컵 골을 신고했다. 지소연은 "경기 전에 PK키커를 지정한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레 '제가 처리하겠다'고 했고 머릿속에는 그저 '어서 승부를 원점으로 돌려야한다'는 생각뿐이었죠"라며 PK를 찬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 심 : 전 소연이가 PK를 찰 때 아예 보지 않고 뒤돌아서있었어요. PK전에 실점을 할 때 제 실수가 컸기 때문에 집중도 안 되고 제 간도 콩알만 해서 PK를 잘 못 봐요. 게다가 PK나고 전 울고 있었거든요. 소연이가 PK넣자 달려가서 축하해줬는데 소연이한테 눈물을 들킨 것예요. 그래서 제가 언닌데 막 나무라더라고요.

▲ 지 : (아휴) 언니가 울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사람이 경기하다보면 실수할 수도 있지. 아직 경기 안 끝났으니 울지 말고 정신 차려'라고 다그쳤죠.

▲ 심 : 사실 그렇게 제 실수로 실점을 하고나면 공격수들한테 마음의 빚이 있거든요. 경기 초반부터 실점하고 나면 공격진에 과부하가 걸리는 부담감을 주고 싶지 않아요. 정말 미안하고 고마워서 그랬어요.

두 선수는 이구동성으로 경기 종료 직전 실점을 허용하고 "비기고도 진 기분이었다"고 회상했다.

[지소연·심서연 동반 인터뷰②] 지소연·심서연이 말하는 '38일간의 꿈 같았던 시간' 에서 계속 [지소연·심서연 동반 인터뷰②] 지소연·심서연이 말하는 '38일간의 꿈 같았던 시간'

스포츠한국 이재호 기자 jay12@sportshankook.co.kr사진=최신혜 인턴기자 multi@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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