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줌마 부대' 떴다..가격파괴 조합아파트 광풍

이승윤,김인오 입력 2015. 7. 4. 04:01 수정 2015. 7. 13.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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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마비시킨 주택조합..주변 분양가보다 최대 30% 저렴용인·평택등 첫날부터 신청 폭주..싼가격만큼 리스크도 커조합 설립 했어도 성공확률 50%..예비시공사 법적 책임 없어 주의

◆ 지역주택조합 열기 ◆

지역주택조합 조합원 모집이 한창인 서울 동작구 사당3동 `현대 힐스테이트`(가칭) 대상지. 지역주택조합 추진을 위해서는 각기 다른 기존 토지 소유주들의 동의가 가장 중요하다. [이충우 기자]
지난달 24일 오전 KB국민은행 특정 계좌로 주문이 폭주하면서 2시간 동안 전산망이 마비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졌다. 전산망 마비의 주범은 분산서비스거부(DDoS·디도스) 공격도 아니고 엉뚱하게도 지하철 1호선 평택 지제역 인근 지역에서 조합원 모집에 나선 한 지역주택조합 사업이었다. KTX 지제역 내년 5월 개통 등 교통 호재에다 조합원 분양가가 25평 기준으로 2억2000만원에 불과했다. 인근에 분양 예정인 대형 브랜드 아파트 단지보다 6000만원 이상 싸다는 소문이 인근 주민에게 퍼지면서 폭발적인 흥행 성적을 기록했다.

아파트 시장에 지역주택조합 광풍이 몰아치고 있다.

가격 상한제 폐지로 아파트 분양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공급 가격이 최고 30%가량 싼 지역주택조합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열기는 수도권 신도시에서 일반분양에 나선 건설사들이 지역 분양 계획을 전면 재검토할 정도로 거세다.

서희건설이 시공 예정으로 3일 홍보관을 연 '용인 명지대역 서희스타힐스'의 경우 1800여 가구 대단지를 계획하는 지역주택조합 사업이다. 전용면적 59~84㎡ 중소형 단지인데 3.3㎡당 최저 590만원에서 기준층 기준 710만원대의 공급가로 가격 파괴를 단행했다. 인근 지역 브랜드 아파트 분양 가격은 3.3㎡당 900만원 선을 웃돌았다. 30% 이상 가격 파괴인 셈이다. 서희건설 관계자는 "선착순 우선 접수를 시작한 지 3일 만에 200건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KB국민은행 전산망을 마비시킨 지제센토피아는 평택 일반 산업단지 인근에 전용 25~35평형 5000여 가구 대단지 지역조합주택단지 건설을 추진 중인 곳이다. 전산망 마비에도 불구하고 하루 만에 3000여 명의 조합원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천 송도 8공구 A3블록에 2708가구 공동주택 건립을 추진 중인 송도 포레스티카운티의 경우 지난 4월 조합원 모집 첫날에 조합원의 50%가 모여 조합 구성 요건을 채웠다. 정계약에 들어간 지 첫 사흘간 계약률만 93%에 달했다. 3일 리얼투데이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분양된 전국 지역주택조합 아파트 물량은 13곳 8974가구로 지난해 상반기(2246가구)보다 4배 가까이 증가했다. 서희건설 한양 경남기업 등 중견기업이 주도하던 지역주택조합 시장이 뜨거워지면서 현대건설 대림산업 등 대형 건설사들도 눈독을 들이고 있다. 송도 포레스티카운티의 경우 지난달 5일 조합 총회를 통해 시공사가 대림산업으로 정해졌다.

지역주택조합은 무주택자들이 조합을 구성해 주택을 건설할 수 있도록 1980년대에 도입된 제도다. 일정한 자격 요건을 갖춘 지역 주민 20명 이상이 주택조합을 구성하고 토지를 매입해 시공사와 공동으로 주택을 건립하는 방식이다. 시행사가 땅을 매입한 다음 건설사를 시공사로 삼아 일반분양에 나서는 일반 택지 분양 아파트는 시행사 이윤과 토지금융비 등 추가 비용이 수반된다. 하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주민이 직접 조합을 결성해 시행 주체가 되기 때문에 각종 원가를 줄여 공급 가격을 파격적으로 낮출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문제는 가격이 싼 만큼 지역주택조합 사업에 잘못 손댔다가 낭패를 볼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조합 측 선전과는 달리 토지 매입과 인허가를 거치지 않은 단계에서 무턱대고 모집공고부터 대문짝만 하게 내는 경우가 많다. 시일이 미뤄질 경우 모두 조합원 부담이다. 일반 분양 아파트는 시행사와 시공사가 공사 지연 등에 대한 책임을 지지만 지역주택조합은 청약자가 조합원이 돼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대형 건설사가 시공 예정사라고 해도 무조건 믿어선 안된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우리는 조합 측과 공사 시공에 대한 양해각서(MOU)만 맺었고 시공 예정사에 불과하다"며 "광고 등 홍보를 할 때 조합 측이 우리 브랜드를 쓴다고 해도 법적인 책임은 우리에게 없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는 지역주택조합이 주택 경기 활성화를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관할 구청 등 실무자들은 조합 측의 허위·과장 광고를 막기 위한 관리 방안을 마련하느라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역주택조합 홍보관을 방문해 일반분양인 줄 알고 계약했다가 사업이 꼬이면서 피해를 본 주민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어서다. 실제 서울 시내에서 지역주택조합 사업의 성공 확률은 조합 설립을 마친 곳만을 기준으로 해도 50%가 채 안된다. 서울시에 따르면 서울 시내에서 조합원 모집을 마치고 지역주택조합 인가를 받은 단지는 총 29곳으로 이 중 절반이 조금 넘는 17곳은 토지 확보 지연, 사업 주체 연락 두절 등으로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이승윤 기자 / 김인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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