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기 실장 "지금 어느 때인데 王朝시대라니.."
이병기 청와대 비서실장은 3일 국회 운영위원회에 출석해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야당의 공세에 적극적으로 반박했다. 여권(與圈) 핵심 관계자는 "국회와 야당에 더 밀리면 정국 운영이 곤란해진다는 대통령의 인식과 닿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 실장은 새정치민주연합 부좌현 의원이 "박 대통령의 6월25일 (국민에 대한 배신의 정치 등을 언급한) 국무회의 발언이 국회에 엄청난 분란을 일으켰다"고 하자, "제 생각으로는 단초가 된 것이 국회법으로부터 시작된 것 같다"고 했다. 정국 파행 책임이 국회에 있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야당 의원들이 "국회법 개정안에 대해 대통령이 부당하게 거부권을 행사했다"고 주장한 데 대해서도, 이 실장은 "위헌 소지 여부가 문제 되는 국회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는 게 합당한가. 여기에 대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실장은 새정치연합 진선미 의원이 목소리를 높이며 계속 문제를 제기하자 "저한테 역정은 내지 마십시오"라고도 했다. 유승민 원내대표에 대한 '사퇴 압박' 논란에 대해 새정치연합 강동원 의원이 "청와대가 유 원내대표를 찍어내려고 하는 건 국회에 대한 도전"이라고 하자 "청와대가 국회를 무시한 적 없다"고 했다. 전날 예정됐던 국회 운영위가 하루 연기된 것을 거론하며 "'유승민 찍어내기' 의도가 아니냐"고 묻자, "의원님 말씀에 비약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다만 "오늘 (청와대가 국회에) 출석한 것은 유 원내대표를 청와대가 인정한다는 거냐"고 물은데 대해선 "제가 말씀드릴 성질이 아니다"며 즉답을 피했다.
이 실장은 또 새정치연합 이언주 의원이 "박 대통령이 국무회의 발언에서 '배신의 정치' 등의 표현을 쓰며 국회와 정치권에 대한 불신을 보인 저의가 뭐냐"고 하자 "대통령 입장에서 국회 정치권에 대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말씀"이라고 했다. 이 실장은 박 대통령이 정치권을 비판한 의중을 묻는 질문에는 "국민 삶을 생각하고 국민 중심의 정치가 돼야 한다는 대통령 나름의 절절한 마음을 표현한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새정치연합 최민희 의원이 "청와대가 '왕조시대'에 비유된다"고 하자 "그런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때가 어느 때인데 왕조시대를 살겠나"라고 했다. 이어 "밖에서 보는 것처럼 (청와대) 비서실이 폐쇄적이고 일방적 통로로 운영되지 않는다"며 "저도 충분히 대통령께 안 되는 건 안 된다고 말하고 있다"고 했다.
강동원 의원이 "비서실장이 청와대 '3인방'(이재만·정호성·안봉근 비서관)으로부터 왕따를 당하고 있고, 대통령과 독대도 못하고 있다는 소문이 있는데 사실이냐"고 묻자, 이 실장은 "그런 사실이 전혀 없다. 언제든지 (대통령과) 독대할 수 있고 무슨 보고든지 드릴 수 있다"고 답했다. 이 실장은 "아직도 '3인방'이라는 말이 나오는 건 저로서는 자괴감을 느낀다"고 했다. '국민에 대한 배신'을 언급한 지난 6월 25일 연설문을 정호성 제1부속비서관이 작성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했다.
한편 이 실장은 메르스 사태와 관련, "안정이 된 다음에 (사과를) 검토하겠다"며 "사과가 되든, 대책이 되든, 어떤 형태든 국민에게 말할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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