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진구의 해피베이스볼] 프로야구 수석코치의 역할

정진구 2015. 7. 3.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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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전 일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에 임명된 A씨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대통령에게 정확한 민심을 전달하고, 직언도 마다하지 않는 비서실장이 되고자 한다"

A씨가 그 말을 얼마나 실천했는지 알 수 없다. 다만 여전히 많은 사람들은 바람직한 비서실장의 덕목으로 '직언(直言) 할 수 있는 소신'을 꼽는다.

프로야구 감독에게도 일종의 비서실장이 있다. 바로 수석코치다.

수석코치는 감독이 미처 신경 쓰지 못하는 선수단 내의 자잘한 일들을 관리한다. 감독의 전달사항을 선수들에게 전달하는 소통창구의 역할도 맡는다. 그런데 이것이 전부다. 경기가 시작되면 수석코치는 그저 감독 옆에 서서 조용히 그라운드만 응시한다. 감독의 경기 운영에 대해 '직언' 하는 모습은 거의 찾아보기 힘들다.

KIA 수석코치를 지낸 이순철 SBS야구해설위원은 "국내에서는 거의 모든 팀들이 수석코치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경기 중에 수석코치가 감독에게 자신의 의견을 말하는 경우도 별로 없고, 감독들도 물어보지 않는다. 수석코치의 노하우가 경기에 전혀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이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러하니 혹자는 '수석코치에게 야구철학을 요구할 필요가 없다'고도 말한다.

한국에 수석코치가 있다면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벤치코치가 있다. 그런데 미국의 벤치코치는 감독을 보좌하는 방식이 국내와 많이 다르다. 벤치코치를 '제 2의 감독'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그만큼 경기 중에 감독과 벤치코치가 다양한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며 경기를 함께 운영해 나간다.

과거 롯데의 제리 로이스터 감독은 한국야구와 선수들에 대한 이해가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는 박영태 수석코치에게 크게 의존했다.

박영태 코치는 "로이스터 감독은 대타 기용이나 대수비 기용 등에 대해 수석코치였던 내게 자주 의견을 구했다"고 회상했다. 당시 박 수석코치는 메이저리그의 벤치코치 역할을 한 셈이다.

박용진 전 LG 2군감독은 "국내 감독들도 경기 중에 간혹 코치의 생각을 물어보는 경우는 있다. 하지만 코치 입장에서 먼저 나서 감독에게 의견을 말하는 것은 힘들다. 수석코치가 지나치게 나서면 감독에게 바로 견제를 당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특히 초보감독에게 경험 많은 수석코치는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메이저리그에서도 초보감독과, 감독을 지낸 벤치코치의 조합이 흔하다.

초보감독은 아무래도 시행착오 과정을 거칠 수밖에 없다. 위기가 찾아왔을 때 중심을 잡고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쉽지 않은데, 이때 노련한 수석코치가 흔들리는 감독을 잡아줄 수 있다.

올 시즌 처음 사령탑에 오른 두산의 김태형 감독 곁에는 12살이나 많은 대선배 유지훤 수석코치가 있다. 부임 후 수석코치 자리가 공석이 되자 김태형 감독은 구단측에 "내가 아무래도 경험이 부족하니 베테랑 코치를 통해 도움을 받고 싶다"며 유지훤 코치를 추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롯데 이종운 감독이 하락하는 팀 성적에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김태형 감독과 마찬가지로 초보 사령탑인 이 감독은 잦은 벤치미스로 팬들의 원성을 사고 있다. 초보의 실수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이종운 감독 옆에 프로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 수석코치가 있었다면 어땠을까.

사실 이종운 감독 부임 당시부터 경험부족에 대한 우려가 높았다. 구단 내부에서는 '수석코치라도 경험 있는 지도자를 데려와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지금 롯데는 감독과 수석코치 모두 프로보다 아마추어 감독 전력이 더 긴 지도자들이다.

1990년대 중후반, 메이저리그를 호령했던 뉴욕 양키스의 조 토리 감독은 자신보다 10살이나 많았던 돈 짐머 벤치코치를 '파트너 혹은 동업자'라고 말했다. 좋은 코치가 성공한 감독을 만든 좋은 예다.

(SBS스포츠 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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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구 jingoo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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