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통-염갈량, 뼈저렸던 '방망이의 이율배반'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2015. 7. 3. 1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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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망이 믿을 게 못 되더라' 삼성 류중일 감독(왼쪽)과 넥센 염경엽 감독.(자료사진=삼성, 넥센)
넥센 하면 떠오르는 것은 화끈한 타격이다. 4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는 박병호를 비롯해 지금은 미국으로 떠난 강정호(피츠버그), 지난해 사상 첫 한 시즌 200안타를 돌파한 MVP 서건창 등 장단을 가리지 않는 타구가 나온다.

염경엽 넥센 감독도 입버릇처럼 "우리는 방망이의 팀"이라고 말한다. 넥센은 '2015 타이어뱅크 KBO 리그' 팀 타율(2할9푼2리), 홈런(75경기 111개), 득점(472개) 1위를 달린다. 지난해 팀 홈런(199개), 득점(841개) 1위에 힘을 보탠 강정호가 빠졌지만 타율 1위(3할6푼5리) 유한준이 너끈하게 공백을 메워주고 있다.

삼성 역시 방망이 하면 둘째 가라면 서럽다. 올해 넥센에 이어 팀 타율 2위(2할9푼1리), 홈런 3위(74경기 96개), 득점 2위(421개)를 달린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그래도 중심 타지인데 박석민을 7번으로 내보내야 할지 모르겠다"고 고민할 정도다. 삼성은 지난해 역대 팀 타율 1위(3할1리)를 달성하기도 했다.

하지만 염 감독은 "방망이는 믿을 게 못 된다"는 말도 자주 한다. "타선이 터지면 이기지만 침묵하면 답이 없다"는 것이다. 류 감독도 방망이에 속이 탄 게 한두 번이 아니다. 류 감독은 지난 2013년 두산과 한국시리즈에서 폭탄으로 지목했던 이승엽의 부진 속에 가까스로 4승3패 우승했다.

타자는 10번 중 3번만 치면 훌륭하다고 한다. 반대로 7번을 못 친다는 얘기다. 그 7, 8번이 9명 타자 모두에게 겹치는 날이라도 온다면 질 수밖에 없다. 또 결정적인 순간에 나오는 헛방망이도 마찬가지 결과가 나온다. 방망이의 이율배반이다.

'잘할 때도 있고, 못할 때도 있는 법' 삼성과 넥센의 4번 타자 최형우(왼쪽)와 박병호는 1, 2일 맞대결에서 희비가 교차했다. 1일에는 박병호가, 2일에는 최형우가 승부처에서 침묵하며 승패도 엇갈렸다.(자료사진=삼성, 넥센)
둘이 맞붙었던 1, 2일 경기가 그랬다. 1일에는 두 팀의 방망이가 서로 불을 뿜었다. 삼성이 홈런 2개 포함해 14안타를 뽑았고, 넥센은 홈런 3개 등 장단 16안타를 터뜨렸다. 삼성은 2선발 클로이드와 안지만, 임창용 등 필승조가 나왔고 넥센도 손승락, 조상우, 김영민, 김대우 등 불펜을 총동원했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랬던 두 팀의 방망이는 2일 경기에서 풀이 죽었다. 전날 23점을 주고받았던 두 팀의 득점은 고작 2점이었다. 넥센이 2점을 내며 전날 패배를 설욕했는데 그나마 결승점은 상대 실책에 의한 것이었다.

삼성은 넥센보다 4개나 많은 10안타를 때렸는데도 무득점에 그쳤다. 류중일 감독은 "초반 기회를 살리지 못해 흐름을 가져오지 못했다"고 혀를 찼다. 1회 박석민의 병살타와 3회 김상수의 주루사 등이 있었지만 10개의 잔루에서 보듯 승부처에서 타선이 침묵했다.

야구에서 타격은 중요하다. 그러나 전부는 아니다. 삼성이 1일 승리한 데는 타격도 있었지만 발 야구가 한몫했다. 경기 막판 박해민, 박찬도의 도루와 과감한 태그업 등 기민한 주루 플레이가 승리의 발판이 됐다. 반면 넥센은 이날 도루 실패와 주루사 등 발야구에서 밀렸다. 염 감독이 "우리는 빠른 팀이 아니라 작전을 잘 쓰지 못해 타격이 안 될 때는 답답하다"고 하소연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하지만 2일 경기에서 넥센은 집중력으로 맞섰다. 방망이에서는 다소 밀렸지만 철벽 마운드와 응집력으로 버텼다. 선발 피어밴드가 7이닝, 조상우와 손승락이 1이닝씩을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안타 수는 적었지만 필요할 때 뽑아줬고, 전날 3개의 실책을 쏟아낸 야수들도 수비에서 물샐 틈이 없었다. 방망이가 뒤져도 이기는 적절한 사례였다.

[CBS노컷뉴스 임종률 기자] airj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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