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울수록 안타까운 서해 최북단

김민수 입력 2015. 7. 2. 14:26 수정 2015. 7. 13.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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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에세이] 서해 최북단 소청도, 대청도, 백령도

[오마이뉴스 김민수 기자]

▲ 백령도 두무진 서해최북단 백령도의 두무진, 두무진과 북녘땅 장산곶은 불과 15km 정도 밖에 떨어져 있지 않다.
ⓒ 김민수
서해의 해금강이라 불리는 두무진을 찾은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일몰을 보고자 하는 이들은 산책로를 따라 선대암으로 올랐지만, 나는 두무진 포구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해산물을 파는 가게들을 보고자 했다.

일몰이 너무 아름다우면 안타까움도 그만큼 더할 것 같은 불편함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하고 있었다. 이미 두무진에서 겨우 15km 앞에 펼쳐진 용연반도를 보면서 분단된 현실과 묘연한 평화통일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 두무진 두무진 항구에 설치된 구조물은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만들어 놓은 것이다. 두무진 항 너머로 황해남도 용연군 용연반도가 한 눈에 들어온다.
ⓒ 김민수
두무진 포구에는 적의 침투를 막기 위해 설치한 구조물들이 자리하고 있었다. 갈매기들은 무심히 앉아 있지만, 나는 무심할 수 없었다. 분단이 우리에게 준 상처들이 너무 깊고, 지금도 우리는 분단으로 인해 얼마나 많은 고통을 겪고 있는지 생각하니 무심할 수 없었던 것이다.

애국자? 민족주의자? 아니다. 그냥 이 땅에서 사람답게 살아가고 싶은 범부다. 좌우 이데올로기로 편가르기 없는 그런 나라에서, 전쟁 비용이 없는 그런 나라에서, 전쟁의 위협이 없는 그런 나라에서, 분단을 이용해 제 권력 지키기에 여념 없는 정치인이 없는 나라에서 살고 싶을 뿐이다.

그런데 이런 생각을 하면 좌빨이나 빨갱이니 몰아부치는 나라이다 보니 이 나라의 국민이라는 것만으로도 피로감을 느낄 때가 많다.

▲ 장산곶 황해남도 용연군 용연반도 끝부분에 있는 장산곶, 그 어간에 효녀 심청과 관련이 있는 인당수가 있으며 백령도와는 불과 15km 거리에 있어 장산곶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에는 분단의 아픔도 더 선명해 진다.
ⓒ 김민수
장산곶이라 했다. 부근에 효녀 심청의 인당수가 있으며, 그 유명한 장산곶 매가 있는 곳이다. 누구라도 한 번 들어보았음직 한 '장산곶 마루에 북소리 나더니 금일도 상봉에 임 만나 보겠네'하는 장산곶 타령과 관련이 있는 곳이다.

이토록 가까웠을까? 헤엄을 쳐서도 갈 수 있을 것 같은 그곳, 저곳에서도 백령도를 바라보면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지척인 곳이라 서로가 서로에게 총부리를 겨누고 있다.

▲ 탱크 분단의 현실을 보여주는 탱크의 총포가 장산곶을 향하고 있다.
ⓒ 김민수
분단의 현실을 목도하는 불편함, 대청도와 백령도를 걷는 동안 그것은 늘 함께 나와 동행했다. 심청각 언덕에 용연반도를 향해 서 있는 전시용 탱크는 나에게 '안도감'을 주는 것이 아니라, 아직도 우리는 잠시 휴전중인 전쟁의 나라임을 깊게 각인시켰다.

과연 무기로 우리를 지킬 수 있을 것인가? 남북 모두 권력을 쥔 이들은 무력으로 서로를 견제할 수 있다고 믿는 듯하다. 그 사이에서 죽어가는 이들은 젊은이들이고, 무지렁 백성들 뿐이다.

무기로 자신을 지키겠다는 발상은 남과 북 모두 물러설 수 없으니, 군수물자를 팔아먹고 전쟁으로 먹고사는 강대국의 일등 고객이 되어 서로가 서로를 죽이는 길로 가는 것이 아닌가?

분단 이후 지금까지 남과 북은 분단의 상황을 적절하게 활용해서 자신들의 권력을 공고히 하는 데에만 골몰하는 권력자들의 배만 불려왔다. 그들끼리는 원수인 척하면서 공조했고, 정말 순수하고 간절하게 평화통일을 염원하던 백성들은 서로 원수가 되어 서로에 대한 증오심을 키워왔다.

▲ 어선 항으로 돌아오는 어선을 100여 마리의 갈매기들이 호위(?)하고 있는 것으로 보아 만선인 듯하다.
ⓒ 김민수
▲ 낚시 작은 낚시배를 빌려 낚시를 하는 여행객들로 보인다.
ⓒ 김민수
▲ 소청도 백령도 삼각산에서 바라본 소청도 전경
ⓒ 김민수
▲ 어부 대청항 부근에서 어망을 끌어올리는 어부
ⓒ 김민수
이 평화로운 모습들이 서해최북단에서 만난 풍광이라는 것만으로 왜 이리 불편해야 하는가? 이 모습들을 보면서 '참 아름답다!'고 감탄사를 연발해도 미안하지 않는 그런 나라는 정말 요원한 것인가?

최근 개봉한 '연평해전'이라는 영화의 배경과 그리 멀지 않은 곳, 월드컵이 한창이던 2002년 6월 29일 연평해전이 발발했으니 내가 그곳을 거닐던 6월 26~28일과 겹쳐져서 기분이 묘했다.

▲ 백령도 염전 백령도 염전에서 소금을 모으는 일꾼, 이전과 비교하면 염전이 많이 줄어들었다고 한다. 올해는 가뭄 때문에 염전을 하기에는 좋았다고 한다.
ⓒ 김민수
염전, 올해는 최악의 가뭄으로 농사짓는 분들은 힘겨웠지만 염전을 하는 분들에게는 많은 도움이 되었다고 한다. 자연적인 조건이 아무리 자신을 도와준다고 해도 스스로 땀흘리는 노력을 하지 않으면 아무 것도 이룰 수 없을 것이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말의 의미가 그런 것일 터이다. 사실, 모든 것이 완벽할 수 없듯이 모든 것이 절망할 만큼의 상황만은 아닐 것이다. 때론, 자신이 극복해 나가야만 할 몫이 있으며, 그 몫에 최선을 다한 사람만이 자신의 삶에 떳떳할 것이다.

▲ 백령도 백령도 주민 한 분이 햇살에 말리던 마늘을 창고에 저장하고 있는 중이다.
ⓒ 김민수
황해도가 고향인 분들이 많았다. 잠시 머물다 다시 고향으로 가고자 했으나 지금껏 분단의 세월을 살아오고 있는 것이다. 지척에 보이는 고향, 그러나 분단의 현실은 서해최북단 백령도를 여느 섬과 다른 섬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러나 그곳에도 사람이 살고 있다. 여전히 그들도 우리와 다르지 않은 하루를 살아가며, 간혹은 뭍을 그리워하고, 고향을 그리워하며 그곳의 삶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다. 그 삶 속에 새겨진 분단의 상흔, 그래서 아름다울수록 더욱 안타까움이 더해졌던 짧았던 백령도 여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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