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차두리, 마음 속에 품은 '칼'을 '유머'로 다듬다

윤태석 2015. 7. 3.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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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간스포츠 윤태석]

여행작가 김은태씨는 '재밌는 리더가 사람을 움직인다'는 책에서 '마음 속에 품은 칼은 유머로 다듬어야 한다'고 썼다.

1993년 바둑계는 '천재 소년' 이창호(40) 돌풍이 거셌다. 이창호 등장 전 '바둑 황제'로 군림하던 조훈현(62)은 상대적으로 관심에서 멀어졌다. 언론에서 조훈현에게 '이빨빠진 호랑이'라는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어느날 식사를 하는데 일행이 고기를 권하자 거절하는 조훈현의 말이 걸작이었다.

"이제 이빨이 빠져서 고기를 못 먹어요."

언중유골이다. 아무리 바둑황제라 해도 슬럼프에 빠질 수 있고 컨디션에 기복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늙었다'는 소리가 들리니 조훈현은 내심 못마땅했을 것이다. 그는 속내를 유머로 넌지시 표현했다.

차두리(35·서울)가 마음 속에 품어왔던 '칼'을 '유머'로 승화시켜 휘둘렀다.

프로축구연맹은 '2015 하나은행 K리그 올스타전-팀 최강희 vs 팀 슈틸리케'(7월 17일 안산 와스타디움)를 앞두고 2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 올스타 명단 발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번 올스타전은 전북 현대 최강희(56), 국가대표 울리 슈틸리케(61·독일) 감독이 각각 지휘봉을 잡는다. 팀 구성 방식도 독특하다. 팬 투표(70%)와 클래식 12개 구단 감독·주장 투표(30%)를 합산해 선발된 22명을 두 감독이 번갈아가며 자신의 팀원으로 뽑는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두 감독 외에 팬 투표 1위를 차지한 차두리와 12개 구단 감독·주장으로부터 만장일치로 선택받은 염기훈(32·수원)이 참석했다.

최강희 감독이 차두리를 택할 것이냐 외면할 것이냐에 관심이 쏠렸다.

둘은 묘한 관계다.

최 감독은 대표팀 사령탑(2011.12~2013.6) 시절 차두리를 한 번도 발탁하지 않았다. 최 감독은 오른쪽 수비수로 신광훈(28·포항), 김창수(30·가시와 레이솔), 오범석(31·수원)을 돌아가며 시험하면서도 차두리에게 눈길도 안 줬다.

차두리는 당시 크게 자존심이 상했다. 그는 최 감독 바로 전임 사령탑이었던 조광래(61) 감독 시절 국가대표에서 부동의 주전이었다. 차두리는 최강희호에 자신이 승선하지 못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선수 선발은 감독의 고유 권한이다. 그걸 누구보다 잘 아는 차두리가 대놓고 물어볼 수도 없었다.

이번 올스타전 기자회견이 기회였다. 최 감독 바로 옆에 앉은 차두리가 돌직구를 날렸다. 최 감독이 수비수를 뽑기 직전 차두리는 "최강희 감독님은 좋은 감독이신데 대표팀 때 날 선발하지 않으셨다. 이번 기회라도 감독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면 좋겠다. 최 감독님 팀에 들어가서 나쁜 선수가 아니라는 걸 증명해 보이겠다"고 말했다.

최 감독은 묘한 웃음을 지었다. 그는 '팀 최강희'의 오른쪽 수비수로 차두리를 택한 뒤 "차두리는 압박때문에 뽑은 것으로 하겠다"고 답했다.

차두리는 한 발 더 나갔다. 그는 "주장까지 하고 싶다. 주장을 시켜주시면 은퇴해도 마음이 편할 것 같다"고 한 번 더 너스레를 떨었다. K리그의 소문난 달변 최 감독도 당하고만 있지는 않았다. '은퇴를 앞둔 차두리가 공격수로 변신하는 모습을 보고 싶어하는 팬들이 많다. 올스타전에 공격수로 활용하실 생각이 있느냐'는 질문에 최 감독은 "우리 클럽하우스 닉네임이 전북 봉동양로원(노장 선수가 많다는 뜻)이다. 차두리가 올스타전에서 잘하면 내년에 공격수로 전북에 데려오고 싶다"고 받아쳤다.

이날 기자회견은 유쾌했지만 날이 바짝 선 '밀당(밀고 당기기)'이었다.

윤태석 기자 yoon.taeseok@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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